대통령실의 ‘MBC = 악의적’ 브리핑, 무엇이 가능하게 했나

[미디어택] 쥐가 궁지에 몰렸는데도 가만히 있다면, 고양이는…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처음엔 해프닝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 수그러들 일. 하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 “동맹 훼손”이라는 말이 쏟아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MBC를 비롯한 148개 언론매체가 똑같이 ‘바이든’이라고 보도했다. ‘왜 MBC만’이라는 물음이 제기된 이유다. 정부는 “MBC를 따라서 타 언론사들이 ‘바이든’이라고 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몇몇 매체들은 ‘우리도 바이든으로 들려서, 바이든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니 정부는 ‘그냥 MBC가 싫어요’를 시전 중이다. ‘아무튼 MBC가 악의적’이라는 얘기다. 그 막무가내식 주장에 논리가 있을 리 없다.

윤석열 정부의 치졸한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동남아 순방길에서 MBC 출입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는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의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욕설 · 비속어 보도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실과 다른 보도” 발언 후, MBC에서 벌어진 일

끝이 아니다. MBC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여의도 사옥을 매각해 얻은 이익에 관한 법인세 누락 △분식회계 △전 · 현직 사장 및 임원에 업무추진비 현금 지급 등 탈세 명목으로 52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사실이 동아일보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수식어도 무시무시하다. ‘분식회계’, ‘탈세’, ‘520억 원’이라니…. MBC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매년 회계감사도 받는, 그것도 공영방송사에서 520억 원의 추징금을 낼 정도로 탈세가 가능한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MBC 역시 곧바로 반박했다. 여의도 사옥 매각 당시 정확한 회계와 세무 처리를 위해 한국회계기준원과 국세청에 공식적인 질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전 · 현직 사장과 임원에 대한 업무추진비의 현금 지급은 20년 이상 시행해온 제도로, 원천징수를 통해 세금을 납부했다는 얘기다. 이제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서는 MBC 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전원 해임’ 요구부터 나왔다. 방송통신위원장의 책임론도 함께 거론됐다.

국민의힘은 삼성 등 대기업에 MBC 광고 집행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비대위원은 11월 17일, “많은 대기업이 MBC의 초대형 광고주로서 물주를 자임하고 있다”며 “MBC에 광고로 (악의적 보도의)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 또한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영방송을 하라는 차원의 무언의 압력으로 봐달라”고 광고 중단 압박 발언을 두둔했다.

“광고주는 협박하고, 특정 언론사에 광고를 주는 것을 방해했다면 형법상 업무 방해죄가 성립돼 실정법상 처벌받을 수 있다.1” 누구의 말일까? 2009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당시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조선일보와 중앙 · 동아일보를 향한 광고주 2차 불매운동의 불법성을 지적한 말이다. 그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한 소비자운동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위 공직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의 MBC를 향한 ‘악의’를 드러낸 공식 브리핑까지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MBC를 향한 보복은 거침없이 흘러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1월 18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거부’와 관련한 질의에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C 기자의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MBC 기자의 계속된 질의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은 “(뭐가 악의적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 하네”,“보도를 잘하세요”, “(대통령한테) 예의가 없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 부었다. 그러곤 대통령실에서 “MBC, 이게 악의적입니다”라는 ‘공식’ 브리핑이 나왔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서면)

오늘(11/18) 오전 대통령 도어스테핑 당시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습니다.

1.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2.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 국회 앞에 미국이란 말을 괄호 안에 넣어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을 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3. MBC 미국 특파원이 가짜뉴스를 근거로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마치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한미동맹을 노골적 이간질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4. 당시 미 국무부는 ‘한국과 우리의 관계는 끈끈하다’고 회신했지만 MBC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회신을 보도하지 않을 것이면서 왜 질문을 한 것입니까? 이게 악의적입니다.
5. 이런 부분들을 문제 삼자 MBC는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또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6. 공영방송 MBC는 가짜뉴스가 나가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보다 다른 언론사들도 가짜뉴스를 내보냈는데 왜 우리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7. 공영방송 MBC에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사과는커녕 아무런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8. MBC의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대통령 부부와 정부 비판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역을 쓰고도 대역 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9. MBC의 가짜뉴스는 끝이 없습니다. 광우병 괴담 조작방송을 시작으로 조국수호 집회 ‘딱 보니 100만 명’ 허위 보도에 이어 최근에도 월성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줄줄 샌다느니, 낙동강 수돗물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느니 국민 불안을 자극하는 내용들을 보도했지만 모두 가짜뉴스였습니다. 이러고도 악의적이지 않습니까.
10.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공영방송으로서 성찰하기보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바로 이게 악의적인 겁니다.

가장 놀라운 건, 이같이 적대적 감정을 배설하는 수준의 글이 무려 대통령실의 ‘공식 브리핑’이라는 사실이다. 이 브리핑에도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이라는 수식이 명시됐다. 대통령이 하지 않은 말이라고 이야기하면, 그건 없던 말이 되나. 영상까지 다 찍혔고 온 국민을 청력 테스트장으로 내몬 정부에서 할 말은 아니다.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 또 있다. 설사, 대통령실의 해명을 100% 수용해 “날리면”이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XX들”이라는 욕설 사용에 사과하라는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의 요구에도 “사과할 일 안 했다”라고 답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속담이 머쓱해지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 밖에도 브리핑에는 여러 문제가 집약돼 있다. 언론의 ‘편집권’을 무시한 “보도하지 않을 것이면서 왜 질문을 한 것입니까?”라는 문구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MBC의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대통령 부부와 정부 비판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라는 문구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질 언론 · 표현의 자유 억압과 관련한 예고편 같아 섬뜩해졌다.

대통령실이 ‘가짜뉴스’로 언급한 ‘월성원전 방사능 오염수 누설’, ‘낙동강 수돗물에서 남세균 검출’ 보도는 따져볼 만한 부분이 많다. 낙동강 수돗물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보도는 사실에 부합한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이야말로 가짜뉴스를 유포하지 말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월성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누설’ 또한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보도가 나간 직후부터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월성원전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 양이원영 국회의원은 그 시기 월성1호기 수조 밖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사실을 내부고발자의 육성 파일과 함께 공개했다. 이것을 두고 ‘가짜뉴스’라고 하는 그것이야말로 자의적 판단에 가깝다.


쥐가 궁지에 몰렸는데도 가만히 있다면, 고양이의 다음 행보는 빤하다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의 문제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친여 매체”, “정권의 하수인”과 같은 편향된 언론관을 드러냈었다. 그런 ‘말’ 자체도 문제다. 하지만 ‘말’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를 경계해야 한다. 실질적인 언론에 대한 ‘제약’이 나타났을 때, 바로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됐던 그 시점이다.

대통령 전용기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이다. 기자들이 전용기에 탑승하는 것은 ‘국익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함이다. 대통령실이 특정 언론사를 배제한 것은 언론이 언론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언론매체들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공동 대응이 필요했던 이유다. 그리고 실제 기자들은 반발했고, 대통령실의 조치에 대한 비판 입장이 나왔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항의’ 차원으로 민항기를 타고 해외순방을 취재하기로 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모든 언론사가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하루 이틀 전에 민항기 예약이 쉽게 될 리 없기도 하고, 여러 여건상 대통령 전용기를 타야만 했던 언론사들도 존재한다. 대통령 전용기 또한 공적 업무가 수행되는 것이기에 모두가 보이콧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문제일 수 있다. 문제는 기자사회의 공동행동이 이걸로 ‘끝’났다는 점이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 평소 친분이 있었던 채널A와 CBS 기자는 전용기에서 개인적인 면담 시간을 가졌다고 소식이 전해졌다. MBC·경향신문·한겨레 기자들이 어렵게 취재하던 그 시점에 말이다.

이렇듯 기자사회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항의하지 않는 결과는 어떠한가. 결국, MBC를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통령실이 ‘MBC, 이것이 악의적입니다’라는 얼토당토않은 공식 브리핑을 낼 수 있었던 용기를 북돋워 준 계기말이다. 이제는 ‘예의 없는 MBC’라는 프레임까지 씌우고 있다. 궁지에 몰린 쥐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을 때, 고양이의 다음 행보는 이렇게 빤하다.

<각주>
1. 안홍기, 〈안상수 “이명박 대통령, 여의도 존중해야”〉, 오마이뉴스,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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