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5인 사업장' 적발된 회사서 괴롭힘 겪다 또 해고된 강씨

"주둥이 찢어버릴라" 복직 후 1년 반 동안 괴롭힘…사업주 변경 방식으로 해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을 통해 복직한 노동자가 이번엔 괴롭힘을 당하다 또다시 해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는 해당 노동자가 담당하던 업무를 외부의 용역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해고했다.

문제가 된 회사는 화인파트너스로, 100대 그룹 안에 드는 선명그룹의 지배 구조상 핵심 기업 중 하나다. 앞서 해고자 강소연 씨는 지난 2015년 화인파트너스가 소유한 선프라자관리사무소(관리사무소)에 입사했다. 그가 처음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회사를 고발하게 된 것은 6년 차였던 2020년의 일이다. 회사가 그해 청소업무 담당 직원을 용역업체 소속으로 변경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든 뒤, 강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었지만, 회사는 계약만료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강 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을 통해 회사인 관리사무소 측과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합의서에는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 △원직 복직 △정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및 사직서 강요 등 재발 방지 등의 내용이 담겼으나, 그는 올해 6월 6일 다시 해고자가 됐다.

복직 후 1년 반 동안의 괴롭힘,
이어 사업주 변경 방식으로 해고


이번엔 관리사무소를 용역업체로 사업주를 변경하는 방식이었다. 올해 3월 용역업체 대표이사는 "입사를 위한 형식적 절차일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라며 사직서와 동시에 3개월 근로계약서 작성을 관리사무소 노동자들에게 강요했다. 그리고 3개월 뒤 강 씨는 해고됐다. 고용승계 된 직원 중 해고자는 그가 유일했다. 근로계약 재작성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이 사건 담당 노무사에 따르면 강 씨는 "사직서든 근로계약이든 복잡한 위수탁관계로 인해 편의상 처리하는 문서인 줄 알았지, 진정으로 사직하거나 3개월의 시한부 근로계약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아울러 노무사는 현행법이 계약서가 있더라도 계약서에 담긴 내용이 당사자의 진짜 의사가 아닌 경우, 상대방도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 계약서는 무효로 본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복직이 이뤄진 것과 동시에 합의서 내용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복직 후 1년 반을 고통 속에 살아온 강 씨는 지난해 2월 우울증을 진단받고 정신과를 1년째 다니고 있다.

가해자인 관리소장은 강 씨에게 "주둥이를 찢어버릴라", "아주 돌대가리구나? 내가 보니까 아주 돌대가리야. 이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는…. 어휴. 내가 우습게 보이지? 인마. 어? 우습게 보이니까 그렇게 대들고 이러는 거지? 생각을 해봐. 가만히 생각을 해봐. 머리가 있으면" 등의 폭언을 쏟아내 왔다.

강 씨는 그동안 겪었던 괴롭힘과 자신의 정신 상태를 하나하나 기록해왔다. "매일 아침 심장이 오그라들고, 근무 중엔 뭘로 트집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 심장이 늘 불안, 초조하다. 이 관리소 다니고 심장병 걸릴 것 같은 심정이 많이 들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못 쉬겠고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자고, 아침에도 여전히 같은 증상으로 피곤하고 숨을 못 쉰다"

"관리사무소 위탁, 사용자 책임 면하기 위해서"

그러던 그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화인파트너스 본사 앞을 찾았다.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주최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씨는 "윤태우 (화인파트너스) 대표님, 화인파트너스는 임직원 명의로 명절 선물을 주면서 같은 식구로 생각하는 척하더니, 노동자의 숨넘어가는 고통의 호소와 복지에는 악덕 기업인가"라며 "저의 해고는 합의서 작성 위반이며 부당 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권리찾기유니온]

또한 그는 "화인파트너스의 협조 아래 관리소장이 온갖 괴롭힘을 통해 쫓아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소장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너(경리)를 그만두게 할 수 있다'는 말대로, 형식적으로 관리단을 소집해서 용역업체를 부르더니, 다른 직원은 모두 고용을 유지하는데, 저 혼자만 계약 만료 통보를 하여 합법을 가장한 해고를 시켰다"라고 말했다.

여수진 담당 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해당 사건에 대해 "첫 번째 (사업장) 쪼개기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사용자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며 회사가 위탁으로 변경된 후 "근무 장소, 근무 내용, 근로 조건, 같이 일하는 동료 등 하나도 바뀐 것이 없었다. 그저 사장이 진짜 사장과 가짜 사장으로 쪼개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수진 노무사는 화인파트너스가 사용자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위탁했다는 정황들을 지적했다. 그는 화인파트너스가 강 씨의 진짜 사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관리사무소 사장을 화인파트너스의 일개 과장 직급 사원이 돌아가며 맡았다. 이들은 본사에서 지시받은 대로 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고 강소연 님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사나 부장에게 물어보고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엠시티(용역업체)는 왜 대표까지 직접 사업장에 찾아와 화인파트너스를 위한 사직서를 대신 받아다 줬나. 이엠시티는 왜 그 사직서가 필요했나. 누구를 해고하고 누구와 계약을 갱신해야 할지 화인파트너스가 정해준 바가 정말 없나"라고 물었다.

2018년 당시 관리사무소 대표이자 화인파트너스 과장이었던 A씨는 강 씨와의 대화에서 “지시 받은 대로 전달해드리려고 했다”, “그건 회사 판단이다”, “저는 징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라며 인사노무관리에서 관리사무소의 권한이 없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강 씨는 지난 8월 30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오는 1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문 회의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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