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대기업만을 위한 산업전환

[칼럼] HL만도 희망퇴직이 중단돼야 할 이유

흑자 희망퇴직, 산업전환 구조조정

코로나 시기 이자 장사로 현금을 쌓아둔 은행과 금융권은 물론 역대 최대매출을 올린 자동차 업계 대기업에서도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GM과 연구소 GM테크니컬코리아(GMTCK)는 3월 16일부터 31일까지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VSP)을 진행한다. 자동차 조향, 제동장치와 자율주행 부품을 개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회사인 HL만도도 원주 공장 생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주로 경영 위기 상황에서 임금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산업 전환과 기술 발전, 인력 수요 변화 등 경영 효율화 달성을 위해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흑자 상태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가령 은행의 경우, 대면 업무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금융서비스 부문이 디지털화 등 기술 발달에 따라 비대면 업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지점을 철수하거나 대면 업무를 축소하면서 그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매년 연말·연초에 이런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왔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확대된 희망퇴직자 수가 역대급 이윤을 남긴 이번 연말·연초에도 비슷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자동차업종의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은 전기차 전환, 전동화 등 산업전환과 관련이 있다. 특히 부품사 대기업인 HL만도의 희망퇴직은 부품사의 전기차 전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그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라인재개발원 앞에서 희망퇴직 반대 피켓팅 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 [출처: 만도노동조합]

희망퇴직, 대기업만의 전환 수단

HL만도는 미래차 전환과 관련해서 2021년 말에 자율주행(ADAS)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MMS)로 분사했고 그 직후, 자동차 센서 계열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MHE)와 합병해 HL클레무브를 100% 자회사 형태로 만들었다. 이어 이번에 저조한 실적을 이유로 원주공장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HL만도는 기존 자동차 부품 분야를 축소하고 미래차 관련 분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HL만도의 희망퇴직은 미래차 전환의 한 부문일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라서, 대기업에서만 시행할 수 있는 전환의 형태다. HL만도와 같은 대형 회사가 아닌 나머지 부품사와 협력사들은 폐업을 감수하고 남아 있어야 한다. 이런 희망퇴직과 산업전환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사 대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대급으로 커지면서 더 확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 51조 9063억 원, 영업이익 2조 26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7% 감소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HL만도는 지난해 매출액은 역대 최대로 7조 5147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4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2%, 6.7% 상승했다.

반면, 대다수 중소 부품사는 이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환 기술도 부족하고 방법도 알지 못해 폐업할 때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미래차 전환에서 부품사에 대해 대출 이자 지원과 기술 지원 등을 한다고 하지만 쥐꼬리만 한 지원에 불과하고 사실상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알아서 전환하라는 것과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래차 전환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예고됐고 수년째 정부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전환 가능한 부품사는 그때에도, 지금도 고작 1/4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부품업계 중 미래차 전환단계에 착수하지 않은 기업들은 72.6%이다. 이 대로면 전체 부품사의 3/4은 폐업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만의 전환방식인 희망퇴직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은, 전기차 전환의 책임과 부담을 중소형 부품사가 직접 지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희망퇴직, 분사 등을 통해 전기차 전환을 마무리할 수 있는 대기업이 중소 부품사의 전환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업적 요구에 의해 일정 규모의 부품사만 원활히 전환되면 되는 것이고 기존 부품사의 1/4인 현재 전환 가능한 기업으로 산업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회망퇴직, 일자리와 임금 줄여...희망퇴직금은 임금 돌려막기

대기업의 희망퇴직이 중단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일자리 문제가 있다. 희망퇴직은 그 자체로 일자리를 줄인다. 대부분 희망퇴직을 시행한 후 줄어든 만큼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일부 일자리에 대해서만 저임금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임금피크제와 똑같은데, 임금피크제의 경우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여 신규 청년 취업자를 늘린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저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는 수단으로만 남용되어 왔을 뿐이다. 임금피크제로 신규 일자리가 거의 늘지 않거나 비정규직, 불안정 일자리로 대체되었다.

또한, 희망퇴직 실시 후 남은 직원들의 임금수준은 떨어진다. 2020년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한 HL만도의 경우, 2020년 희망퇴직자의 위로금이 총급여에 포함되었는데도 1인당 평균임금이 약 10% 정도 삭감됐다. 희망퇴직까지 시행하는 마당에 남은 직원들 임금인상은 언감생심이고 이를 빌미로 오히려 임금을 삭감했다.

다시 말하면, 희망퇴직금은 경영자나 주주 이윤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분에서 나온 것이다. 흑자 상태라면 더 받았을 성과급에서, 적자 상태에서는 더 많은 임금 삭감으로 회망퇴직금을 마련했다. 임금 돌려막기인 것이다.

자동차 대기업 희망퇴직, 중단해야

현재의 산업구조와 기술 정도에서 대기업만의 전환인 회망퇴직으로 산업전환이 정리된다면, 정부의 무관심과 대기업의 무책임 속에 현재 부품사의 3/4은 폐업과 줄도산, 그에 따른 일자리 축소와 대량 실업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자동차업종 대기업 희망퇴직을 둘러싼 문제는 개별 기업 차원의 일자리 문제만이 아니라 전기차 전환의 방식과 비용, 책임을 결정하는 문제이다. 희망퇴직을 중단하고 산업 전환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노동자의 개입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석만(참세상연구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