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HL만도의 일방적 희망퇴직 실시에 제동

금속노조, "단협 위반 처벌 등 재정비 필요"

만도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 실시를 통보한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응낙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이번 판결로 산업전환기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일방적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

  3월 28일자 HL만도의 희망퇴직 실시 공고문 [출처: 만도노동조합]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2부(재판장 안태윤)는 4일 "'원주·평택·익산 사업장의 전동화로 인한 공동화 현상과 원주공장 희망퇴직 건'에 관한 채권자(만도노동조합)의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요구에 성실히 응하여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이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시에 회사는 노조에 위반일수 1일당 1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만도노동조합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환영하고 사측에 "법과 상식을 유린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고용안정위원회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만도노동조합은 “흑자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은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행동”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도 환영입장을 내고, "산업전환 시기에 만도의 일방적 희망퇴직에 대한 법원의 제동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사측이 노동부의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단협을 위반하여 무리하게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대해 "법적, 제도적으로 단협 위반에 대한 제재, 처벌을 강하게 가하도록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월 28일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 측 소송대리인인 김상은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회사 측에서 경영악화를 이유로 한 희망퇴직을 '순수한 자발적 희망퇴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희망퇴직은 본질상으로 고용악화로 인한 인원 축소라는 점을 법원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HL만도 사측은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법원 판결에 따라 성실히 고용위에 응할 예정이며, 세부 일정은 조합과 실무협의를 통해 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금번 법원 결정문에 따라 희망퇴직 건에 대해서도 고용위 심의사항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를 불수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사측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 여부는 변호사와 협의하여 대응할 것"이라는 점도 덧붙이면서, 이의 신청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췄다.

한편 재판부는 노조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요구 권리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경영실적 악화로 인한 유휴인력 운영대책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인 점, 단체협약 규정에 '희망퇴직 실시여부'를 제외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점, 2020년 3월에도 '전사 유휴인력 해소 방안'이라는 항목으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희망퇴직 실시여부를 심의해 노사 간 합의에 이른 점 등에 비춰 노조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상은 변호사는 사측에서 단협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무리하게 희망퇴직을 일방 실시한 것에 대해서 자세히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고용안정위원 규약에 따르면 "희망퇴직의 경우 노사 간 공동으로 심의·결정하도록 되어 있다"라고 했다. 노사 간 공동 심의가 필요한 내용을 정한 고용안정위원회 규약 10조에 따르면 △생산부문의 인력운영 계획에 관한 사항 △경영 악화시 조합원의 고용유지를 위한 사항 △신 기계,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조합원의 근로조건 변동에 관한 사항 등이 ‘심의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심의 사항'이므로 일반적인 의견 청취나 협의보다도 구속력이 강하다.

  만도노동조합의 한라인재개발원 앞 피켓팅 시위 [출처: 만도노동조합]

HL만도는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업체로 조향·제동장치를 생산한다. 원주·평택·익산에 공장이 있다. 사측은 지난달 8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일방적으로 기능직 희망퇴직 실시를 통보했다. 사측은 희망퇴직이 "일체 강제성 없는 개인의 순수한 자발적 신청에 따른 것"으로 노동조합과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희망퇴직은 "인위적 인원감축"으로 노동조합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수차례 요구해온 바 있다.

노사 간 갈등이 우려되자 지난 달 2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HL만도 사측을 방문해 '고용안정을 위한 성실협의 촉구'를 내용으로 행정지도를 했다. 당시 노동청은 노동조합과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측은 이내 이와 같은 행정지도 내용을 무시한 채 일방적 희망퇴직 실시를 공고했다.

한편, HL만도 사측은 노동부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실시 공고(28일 10시) 이후에 고용노동부 행정지도 공문을 수령(28일 15시 30분)했기 때문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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