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민중재판 릴레이 인터뷰 7] 백기완 통일운동가

"노무현은 이라크 땅만 침략한 것이 아니라 이 땅 민중의 뜻을 침략했다."
전범민중재판은 민중의, 역사의, 자연의 심판으로 조리를 돌리는 것
미국과 중국의 금융자본주의 해체하고 노나메기 벗나래를 만드는 길

"부시가 앞장서서 이라크를 침략한 것은 오늘의 미금융제국주의의 모순이 부시를 통해서 폭발한 거야. 그러니까 부시를 전범으로 봄과 아울러 미금융제국주의를 세계 인민의 심판대 위에 올리고, 세계 인류 진보의 역사적 심판대 위에 올려놓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 있잖아, 널판이라고 하는 거. 그 우주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은 거야."

선생님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는 글을 읽었다. 어느 자리에선가는 내딛는 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수렁이다 하고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날 찾아뵙기 사흘 전 대전으로 전범민중재판 기소인 간담회가 있어 내려간 길에 마침 충남대에서 선생님 강연이 있다 하여 그곳으로 강연을 들으러 가 선생님을 뵙고 오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다, 기력이 떨어졌다 하는 얘기들만 미리 들어 그랬을까, 강단 위에 선 선생님은 정말로 힘이 들어 보였다. 내가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이 십이 년 전, 그 때 막 대학 새내기로 들어가 민중대통령후보 운동을 쫓아다니던 꼬마일 때이니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그 때도 선생님은 할아버지였지만 할아버지답지 않은, 무슨 장수 같은 할아버지였다. 이제는 강연이 무리는 아닐까 하는 걱정은 잠깐 선생님은 곧 강당 안을 쩌렁쩌렁 울리며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강연을 이어가셨다. 그건 호령하는 목청만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내용 하나 하나가 온 몸과 정신을 때려주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선생님의 강연이 예전에 들었던 몇 번의 강연, 혹은 그 동안 몇 권 읽어온 선생님의 책 내용과 그리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그런 말씀을 되풀이해서 다시 말씀해주시는 걸 거라 생각했다. (나로서는 그렇게 예전부터 해오시던 말씀을 되풀이해서 다시 듣는다 해도 그것으로도 아주 의미있게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내가 강연장에서 선생님께 듣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읽거나 듣지 못하던 지금, 오늘의 이야기, 그리고 바로 당장 내일의 이야기들이었다. 선생님은 누구보다 국내외 정세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고, 그리고 아주 구체적인 근거들을 낱낱이 드는 속에서 앞날에 대한 전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관념의 언어가 아니라 여전히 아주 구체적이고 과학적이었으며 선생님이 안타까움과 절망을 섞어 말씀하는 앞날에 대한 전망은 결코 노운동가의 주관적 선언이 아니었다. 놀랍고 두려웠다. 강연을 마치고 난 뒤 선생님이 강당 바깥으로 나가 건물 뒤편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강당 바깥에서 뵌 선생님의 모습은 강연 시간에 그토록 호령하듯 말씀을 하시던 모습은 그만 없고 걸음을 걷는 것조차 힘이 들어보였다. 허파 깊숙한 곳으로 불기운 같은 것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날 대전에서 선생님께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을 한 뒤 10월 30일 토요일 오전 혜화동에 있는 통일문제연구소로 찾아뵈었다. 선생님께 건강이 어떠신가 물었을 때 선생님은 전두환 일당에게 매맞은 고문 후유증이 지금도 몸을 괴롭히고 있어 그것이 힘들고 어렵다 했다. 그 말씀을 하면서도 무릎을 짚으며 고통을 참는 얼굴을 했다. 선생님은 그 몸으로 지금도 어느 하루라도 쉼 없이 지내고 계신다. 삶의 현장으로, 싸움의 현장으로 힘을 북돋아 주러 다니시기도 하고, 중요한 싸움이 있는 자리에는 직접 거리로 나가 팔을 걷어 부치고 맨 앞에 서기도 하며 말이다. 선생님께 요즘은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쭈어 보니 그 대답은 통일이었다. 요즘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있는 것, 늘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통일이라시면서.

통일은 노나메기 벗나래를 만드는 것

“통일이 뭐냐. 노나메기 벗나래를 만드는 것이 통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거든. 잘 알다시피 노나메기라는 말은 우리 전통 정서인데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야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살자, 그런 전통 정서를 실천적인 명제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해야지. 난 그걸 통일로 보거든. 그런 노나메기를 실천적으로 관철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첫째로는 미금융제국주의를 해체해야된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고 주장하고. 나름대로 공부하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거지. 근데 뭐 내 말 들어, 뭐? 귀담아 듣지도 않고. 듣는 사람이 있다가도 금방 없어지고 원칙적인 문제니까 그냥 원칙은 그렇다 이렇게 생각만 하지, 요새는 혹시 젊은이들 만나면 좌절, 절망 이런 것을 많이 지적해주지만 뭐 별로 하는 거 없어, 그저. 그러면서 산다는 얘기지.”

‘실천적인 명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그것에 대해 한 번 더 여쭈었다. 그런 물음 앞에서 나는 아직까지 막히고 있는 게 있는데 그러한 명제나 과제들을 이야기할 때 내가 떠올리는 건 어떤 어떤 운동단체나 활동가들이 아니라 그저 내가 둘레에서 만나고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다. 생업에 바쁜 사람들, 장사를 하고, 회사에 다니고, 학교에 다니는,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 그래서 선생님께 다시 묻고 싶었다. 이런 일반인들에게는 그 명제라는 것이 어떻게 ‘실천적인 명제’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명제’, ‘자신의 실천’이 될 수 있겠는지를 말이다.

“간단한거야. 미국 제국주의의 참모습 그 실체에 관해서 어디에서든지 깨우침을 받질 못했어요. 그게 소시민 의식하고 연결이 돼 갖고는 그게 해봐야 안 되는 거 아니냐 하면서 해야 될 명제고 과제라고 생각을 안 하거든. 그게 깨우치질 못해서 그런 거야. 힘이 모자라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니야. 온 교육 과정이 그렇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렇고. 그러니까 그런 시민의 깨우침을 주는 게 조그마한 일거리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

“멱치기를 떠나갈 때는 집착이 있어서는 안 돼!”

- 선생님을 만나 뵈러 올 준비를 하면서 최근 선생님께서 쓰신 글들을 찾아 읽었어요. 그게 <<백기완의 통일이야기>>와 <<장산곶매 1, 2>>인데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장산곶매 이야기부터 해서 뿔로사리, 시뻥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그 대목들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러한 기상이나 용기, 큰 힘을 가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들곤 했거든요.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이 장산곶매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정말 크게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반드시 전하고, 지키고, 나누었으면 하는 게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요?

“장산곶매의 이야기를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해방의 정서를 잊어버린 거야. 숱하게 성경만 읽잖아! 성경이 뭐야, 도대체? 뭐냐구, 성경이! 불경도 있어! 불경이 뭐야? 이슬람 그 경전, 그게 뭐냐구! 중요한 것은, 무지랭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해방의 정서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성경도 읽고, 불경도 읽고, 이슬람에 관한 여러 책도 읽고 그런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무도 안 보잖아. 고등학생 보고 내가 ‘너 장산곶매라는 얘기 책 나왔다는 걸 아니?’ 하고 물어보니까 ‘그게 무슨 말인데요? 장산곶에 무슨 매가 살아요? 또 장산곶이 어딥니까’ 그렇게 말해. 대학생 보고 말해도 모른다고 그러고, 내가 좋아하는 노동자들 보고 물어봐도 봤다 하는 사람 한 사람도 못 봤어. 그러니 내가 뭐 이제 할 게 뭐 있어, 우리의 해방의 정서가 아니라, 인류의 해방의 정서인데, 그걸 안 읽는 거야, 안 보고. 그저 젊은이한테 아침부터 이 늙은이가 안 된 얘기지만, 불을 질러야 돼! 난 용서 안 해! (뒤의 그림을 가리키며) 이 그림이 뭔지 알아? 삼 년 전에 부시라는 애 새끼가 여기 왔을 때 내가 그랬어. 여기 대성 건물 와서 얘기를 하는데, 연구소에서 와달라고 전화까지 했는데도, 삼백 명이면 가득 차는데 이백 오십 명쯤 왔어. 부시 방한 반대 집회를. 내 첫마디가 그랬어. 깡패하고 양아치의 차이를 아느냐. 가만히 있어. 깡패는 힘을 모든 합리성의 기초로 보는 거야.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는 게 깡패야. 도덕적이고, 진보적이고, 변혁적인 합리성을 합리주의로 보는 게 아니고 힘의 합리성만을 믿는 사람이야. 깡패는 나쁘지. 그러면 깡패하고 비슷한 족속인 양아치는 뭐냐. 깡패는 힘이나 믿고 그래, 양아치는 뒤통수에서 기습을 해. 지나가는데 그냥 뒤에서 벽돌로 까고 식칼로 찌르고. 다시 말하면 한 사회적인 현상으로는 미국의 금융제국주의가 바로 양아치야. 그 앞잡이가 부시다, 그 앞잡이가 부시인데 여길 왜 오냐 그거야. 오기만하면 내가 비행기 날개 죽지를 꺾어서 집어 던지겠다고 그랬어. 근데 손뼉도 안 치데. 손뼉 치라고, 안 치면 나 강연 안 하겠다고 그랬더니 억지로 손뼉을 치더라구. 그 때 임옥상 씨가 이걸 그려준 거야. 마르지도 않은 걸 걸어놨던 거야.

요즈음 모두 양아치에 물들지 않으면 깡패에 물들어 있어. 폭력은 우리말로 막심이라고 그러거던. 막심에 물들지 않으면 양아치에 물들어 있어. 양아치는 뼉쇠라고 그렇게도 말해. 뼉쇠란 순정까지 짓밟는 막심이야. 인간의 마지막 순정까지 짓밟는 그 놈이야. 그 뼉쇠에 다들 물들어 있어. 그래서 내가 울면서 장산곶매를 다시 써서 내 놨거던. 처음에 천 부를 찍었나, 이천 부를 찍었나. 뭐 중앙일보, 한겨레, 동아일보에서 서평을 써줬었어, 그래 그런지 한 천 부는 나가더라구. 그래서 천부는 더 나가겠지 했는데, 안 나가. 여기 쌓여 있잖아. 아무도 안 사봐. 그런데 젊은이는 어떻게, 그거 뭣 때문에 사서 봤어? 읽지도 말어.”


"그런데 여기에 노무현이는 어떻게 해서 전범으로 넣을 수 있느냐. 노무현이는 부시의 금융제국주의의 범죄를 타파하고, 그 범죄적인 속성을 완전히 해체하려고 하는 이 땅의 한민족, 한민족 내의 알짜인 이 땅의 민중의 뜻을 침략한 거야. 이라크만 침략한 거 아니야, 우리의 뜻을 침략한 거야. 그러니까 한국에서 더욱 힘차게 이라크 전범으로서 노무현이 타도하자, 없애버리자, 라는 운동이 일어나야 되고, 그 운동이 바로 전범재판운동이라고 생각해. 난 여러분들은 꼭 엄청난 민중의 지지를 받아가지고서 여러분들의 뜻이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있어."

- 장산곶매 이야기 가운데에서도 제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으로 이끌어준 것이 바로 ‘멱치기’를 떠나는 대목의 이야기였거든요. 싸움을 떠나기 전의 장산곶매가 자신의 둥지를 남김없이 부숴 버린다 하는 이야기요. 그 둥지라는 것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는 것이겠지만 거꾸로 그것은 언제나 우리의 삶을 붙드는 굴레, 사슬 같은 게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면서요. 결국 힘과 돈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자들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둥지에 대한 불안함과 공포를 주면서 오히려 그 둥지에 집착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면 선생님이 이 제너미를 통해 들려주신 장산곶매의 멱치기 정신이란 다시 말하면 어떤 것이 되는지요?

“내가 사람으로서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나이가 네 살, 다섯 살 적이야. 그 때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나라를 짓밟고 있었거든. 식민지 시대지, 뭐. 그게 우리 집이 무슨 항일 투사네 집은 안 되는데도 우리 할아버지가 삼일 만세 싸움 때 우리 집서 태극기를 삼천 장 이상을 찍었대요. 그 힘든 속에서. 그 뭐, 독립 운동 하는 사람들한테 밥도 좀 사주고 그랬나봐. 이때문에 일본 경찰한테 잡혀 가서 이십구 일 동안 매를 맞고, 피를 이만한 물통으로 반을 쏟고 돌아가셨대. 그래 우리 아버지 형제들이 다 독립투사가 돼서 감옥도 가고 그랬는데, 내가 태어나니까 우리 집은 그야 말로 황성 옛터야. 집에는 비가 새고. 땅은 한 평도 없고. 돈은 십 원 한 장이 없어. 그리고 또 뭐가 없냐하면 쌀이 하나도 없어. 그래 때가 돼도 밥을 못 했어요. 그래 군불만 떼면 내가 아궁이에 이렇게 앉고 ‘오마이! 그 밥 좀 하라 마야.’ 우리 황해도 말로 오마이 그러거던. ‘응, 그래 밥 해줄게’, ‘오마이 배고파 죽겠구나, 이거.’ 하얀 눈은 필펄 날리는데 북쪽의 겨울은 춥거든. ‘오마이 왜 군불만 떼니?’ 그 때 우리 어머니 눈시울이 시뻘거지? 그 때 우리 어머니 나이가, 지금 박 동지 나이가 (서른 둘…) 더 어렸지, 삼십대 초반이니까. 삼십은 됐지? (저요? 저 서른두 살 먹었어요.) 그 때 우리 어머니 나이랑 비슷하겠네. 눈시울이 시뻘개지는데, 우리 어머니가 미인이야. 키가 일 미터 칠십 쯤 됐었어. 그 때에. 피부가 하얗고, 마음도 그렇게 하얘. ‘기완아. 너 이거 때가 되는데, 굴뚝에서 내가 안 나가면…’ 연기를 우리말로 내라 그래. 요새는 다 연기, 연기 그러는데, 연기를 한문으로 써봐. 쓰지도 못하는 애새끼들이 몽땅 내라는 말 안 쓰고 연기, 연기 그래. 재수가 없어서. 암만 얘기해도 못 알아들어. 내가 젊을 때는 이걸로 (주먹을 불끈 쥐시며) 그냥 막 멕이고 그랬거든. 이제는 늙어서 그럴 수도 없고. 때가 돼서 굴뚝에서 내가 안 나가면 쌀이 떨어진 줄 알고 동네 사람들이 걱정해. 그래서 맹물만 끓인다는 거야. 내가 그 말귀를 알아듣니? 그래 ‘야, 나 배고프다야, 밥 좀 달라 야.’ 그러면 우리 오마이가 ‘기완아 모두가 지금 배고픈데 자기 배지만 부를라고 하고 자기 등만 따술라고 하면 키가 안 커. 너 난쟁이 될래? 빨리 어른 되고 싶지 않어? 배고파도 참아야 해.’ 아 이러신단 말씀이야.

난 다른 건 몰라도, 키가 안 큰다는데 내가 어떻게 할 거야.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그래서 방에 들어가 쭈그리고 울면 우리 어머니께서 나를 꼭 껴안고 들려주던 얘기가 장산곶매 얘기야. 모든 날짐승, 들짐승들이 다 힘으로 살아가는구나. 다시 말하면 사냥으로 살아가. 그런데 이 장산곶매는 힘으로 안 살아. 목숨으로 살지. 무슨 얘기냐? 사냥, 약한 놈, 자기보다 힘이 약한 놈은 손도 안 대. 그럼 누구하고 싸우냐? 꼭 나쁜 놈하고만 싸운다 이거야. 목숨이 아닌 놈들만, 목숨을 걸고 때려 부수려 간단 말이야. 그걸 우리말로 멱치기라고 하는 거야. 멱이라는 건 여기를 (목을 가리키며) 멱이라고 해. 닭의, 닭의 멱을 딴다 그러잖아, 돼지 멱을 딴다 그러잖아. 목숨을 끊는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목숨이라는 것은 생명이거던. 한문으로 표기하면. 그 목숨을 걸고 싸우러 간다 이거야. 그 어렸을 때 싸우는 얘기 얼마나 재밌어. 나쁜 놈만 때려 부순다니 또 얼마나 좋아. 그 일본제국주의 때려 부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기 힘드니까 멱치기라는 말을 들고 나온다는 거지. 근데 그게 우리 어머니 말씀이 우리 민족의 해방의 정서거든. 난 지금도 멱치기를 떠나가야 한단 말이야. 멱치기를 떠나갈 때!는 집착이 있으면 안 돼. 요새 정치한다는 놈의 새끼들 짜장면도 못 먹던 새끼들이 정치한다 그러면 금새 얼굴이 훤해지잖아. 뭐? 자기네가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언제 무슨 민주화 운동을 했어. 그래서 지금 이래도 자기 둥지에 대한 집착을 가지면 멱치기를 못한다 이거야. 사냥 밖에 못 해. 사냥, 제국주의자지, 뭐. 힘센 놈이 먹는 게 사냥 아니야, 돈 많은 놈이 큰 소리 치는 게 사냥 아니야. 그래 못된 것들은 사냥이나 하는 거지 뭐. 그래서 장산곶매 얘기를 좀 읽어라 이거야.”


노무현은 이라크 땅만 침략한 것이 아니라 이 땅 민중의 뜻을 침략한 것

- 네,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 국회에 들어간 사람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이전 시기에는 노동자 농민, 민중을 이야기하고, 통일을 이야기하고, 해방이며 진보를 이야기하던 이들도 더러 있는데요, 그네들이 어떻게 그렇게 바뀌었는지, 아니 바뀐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척 하던 가짜였다는 게 확인되었다는 편이 오히려 더 맞을 것 같은데요. 여하튼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낯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는 이들이 많아요. 노동자들을 더욱 죽음으로 몰아넣고, 농업을 다 팔아먹고, 게다가 침략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거든요.

선생님께서 얼마 전 한겨레와 나눈 댓거리가 있어서 미리 읽어보고 왔는데요, 거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요새는, 그러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병해야 한다고, 만약 그렇다면 노무현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지. 주권국가인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압력 때문에 파병한다니… 주권을 파는 행위이고, 주권을 팔아 넘긴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를 내 놓아야지’ 하고요. 실은 저희가 올 여름 추가파병을 한 뒤부터 준비해 오고 있는 것이 바로 이래서 하고 있는 거거든요. 전범민중재판이라는 이름으로 이 나라의 노무현 대통령 뿐 아니라 부시, 블레어를 전쟁범죄자로 법정에 세워 그네들이 저지른 전쟁범죄행위에 대해 낱낱이 드러내고…… (선생님께 전범민중재판을 준비하는 의의와 내용, 그 과정에 대해 조금 길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선생님 오늘 말씀을 더 듣고 싶었습니다. 12월에 그 법정을 열면, 여기 이 기자가 선생님 모습을 담아가기도 하겠지만, 부시, 블레어와 노무현을 전쟁범죄자로 기소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중요한 증언과 기소의 이유로 삼으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그이들을 전범 재판의 법정에 전쟁 범죄자로 올리면서 가장 중요하게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건지 청해 듣고 싶습니다.

우선 그 젊은이가 이라크 침략 반대의 몸짓으로 단식을 사십일 넘게 했다면서? (네.) 정말 수고 많이 했고, 난 정말 고맙게 생각해. 그 어려운 싸움을 그렇게 힘차게 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워. 또 두 번째로 이라크 침략 전쟁을 그 심판하는 전범 재판소를 연다고 하니 정말로 고마워. 그 요새는 그 전범 재판 그래야만 신문 방송에서 쓰는 용어에 따라가지고 금방 전달이 오지만은, 우리말로는 조리돌린다고 그랬거든, 조리돌린다. 못된 놈은 길거리에 끄집어 내 가지고 민중의 심판을 받는 거요. 그 역사의 심판을 받는 거요. 이 바람 부는 자연의 심판을 아울러 받게 된다 이거야. 그 민중의 심판, 역사의 심판, 자연의 심판. 그걸 우리말로, ‘조리’라 그래, 조리. 그 앞으로는 국제 전범재판소에 가서 그 우리의 전통 정서에 조리라는 게 있다. 그 민중의 심판이요, 역사의 심판이요, 자연의 심판이다. 그건 근대 자연법 정신이나 구라파에서 나온 그 여러 가지 법률 제도에 전통에서는 볼 수 없는, 바로 우리 삶의 내막 속에 있던 멱치기가 있다. 그 멱치기의 하나가 조리돌리는 거다. 그렇게 얘기해주면 좋겠구.

이제 물어보는 걸 얘길 하면은, 우선 부시가 앞장서서 이라크를 침략한 것은 오늘의 미금융제국주의의 범죄적 모순이 부시를 통해서 폭발한 거야. 그러니까 한켠으로는 부시를 전범으로 봄과 아울러 진짜로는 미금융제국주의를 세계 인민의 심판대 위에 올리고, 세계 인류 진보의 역사적 심판대 위에 올려놓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 있잖아, 널판이라고 하는 거. 그 우주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은 거야. 그래서 꼭 대대적인 세계 모든 인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그 심판을 통해가지고 미금융제국주의 뿐이겠어? 부시 일당들을 그야말로 역사의 심판과 청산을 받도록 하는 계기를 잡아야하는 거야. 그런데 여기에 노무현이는 어떻게 해서 전범으로 넣을 수 있느냐. 노무현이는 부시의 금융제국주의의 범죄를 타파하고, 그 범죄적인 속성을 완전히 해체하려고 하는 이 땅의 한민족, 한민족 내의 알짜인 이 땅의 민중의 뜻을 침략한 거야. 이라크만 침략한 게 아니야, 우리의 뜻을 침략한 거야. 그러니까 한국에서 더욱 힘차게 이라크 전범으로서 노무현이 타도하자, 없애버리자, 라는 운동이 일어나야 되고, 그 운동이 바로 전쟁 타파운동이라고 생각해. 난 여러분들은 꼭 엄청난 민중의 지지를 받아가지고서 여러분들의 뜻이 이루어 지리라고 믿고 있어”


"우리말로는 조리돌린다고 그랬거든, 조리돌린다. 못된 놈은 길거리에 끄집어 내 가지고 민중의 심판을 받는 거요. 그 역사의 심판을 받는 거요. 이 바람 부는 자연의 심판을 아울러 받게 된다 이거야. 그 민중의 심판, 역사의 심판, 자연의 심판. 그걸 우리말로, ‘조리’라 그래, 조리.”

- 그런데 실제로, 그 날, 제가 충남대 강연 들으러 간 날도요, 그 오전에는 사실 대전 쪽에 사는 분들한테 이 민중 재판을 알리러 가는 걸음에, 일부러 그 오후까지 기다려 선생님 강연 듣기도 했는데요. 요즘에 계속 이렇게 사람들 나누어서, 곳곳에서, 이걸 알리고 다니는데, 사실은 아직도 적지 않은 분들과 벽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부시, 블레어가 전범자라는 것에는 동의를 하겠는데, 노무현을 왜 거기에 같이 놓느냐 하면서요. 이 나라 대통령이 벌인 이 엄청난 범죄를 어떤 식으로라도 옹호하려 들고 감싸려 들면서요. 침략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은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라고 하는 그런 이중적인 태도들이 굉장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때는 오히려 아주 수구보수를 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대화 자체가 더 어려울 때가 많은데요, 이런 부분에서 명확하게 사람들한테 어떻게 좀 했으면 좋겠는데, 이게 아직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제국주의적인 범죄의식이 대중화 돼서 그래. 부시가 이라크에 무자비하게 침공해 들어갔을 때 미국 시민의 팔 할이, 팔십 프로가 지지했거든. 이건 무엇을 뜻하느냐. 미국의 시민대중이 제국주의화 됐어. 지금 노무현이 이라크에 파병했다는 말은 과학적인 지적이 못 돼, 침략 전쟁에 동조를 했거든. 노무현이가 침략 전쟁에 동조했는데도 노무현이가 그래도 뭐 좀 생각이 다르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미국의 시민들이 제국주의화 됐듯이 바로 제국주의의 앞잡이인 노무현의 침략범죄에 대해서도 대중화 돼 있다, 이렇게 봐야 돼. 그래서 그 잘못된 대중성을 깨뜨려야 되는 거고. 두 번째로 이제 그 노무현이가 혹시 개혁적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환상을 깨는 아주 좋은 재료가 둘만 예를 들게. 노무현씨가 서울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니까 이걸 좀 분산시켜야 되겠다, 그래가지고서 그 저 충청도에다 수도를 옮긴다, 말도 하고, 그 행정 수도를 거기다 다시 건설한다, 이렇게 말도 하는데 이건 그야말로 사기술이야, 거짓말이었단 말이야. 어째 그러냐. 서울이 왜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어떻게 해서 이 좁은 땅에 천이백만 명이 모여 사냐구? 간단한 거야. 돈이 몰린 거야. 돈이 몰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독점자본이 집중돼있다 이 말이야. 돈이 몰리니까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다 보니까 자동차가 몰려서 지금 못 살게 된 거야. 그러니까 서울의 이 과밀한 인구 집중을 분산시키는 방법은 독점 자본을 대중화시켜야 된다 이 말이야. 이게 진짜 진보고, 이제 진짜 개혁이고 변혁이고 그래.

근데 그런 건 돈을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걸 다같이 고루 나눠줄 생각은 안 하고, 행정 수도? 서울만 어느 지방으로 옮기자는 건, 거짓말이다 이거야. 그런데 우리 백성들이 이것을 깨우쳐야 할 텐데 못 깨치는 것 같애. 또하나 있어. 국가보안법 없애야 돼. 국보법이 뭐야. 첫째 미국의 한반도 분활지배를 법제화한 것이요, 둘째 전쟁을 법제화한 거야. 그런 것은 국가보안법 밖에 없어. 인류 역사상 처음이야. 전쟁이라는 것은 뭐야.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는 판인데, 더구나 현대 무기로 전쟁을 벌이다 보면 자연까지 다 죽는 판인데 그걸 법제화했으니 이건 안돼, 없애야 돼. 물론 인권탄압이다, 뭐 우리 자주성의 탄압이다, 그 얘긴 다른 분들도 많이 하니까, 난 그렇게 얘기는 안 했다고, 여기 질문에도 나왔더라구. ;또 국가보안법은 지금 단행법으로 돼 있는 게 아니라니까. 지금 체제로 있고 문화가치로 있어. 예를 하나 들 테니까, 백기완 할아버지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거, 이것이 대중한테 좀 전달이 돼야 되잖아. 텔레비 방송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좀 나와야 되잖아. 내가 주주로 돼 있는 한겨레신문에서도, 한 번도 이걸 써 줄 생각을 안 해, 물어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늙은 놈이 너희들 임마, 내 얘기 좀 왜 안 써 주냐, 이럴 수도 없잖아. 이건 뭘 뜻하는 얘기야. 지금 국가보안법은 체제로 있고, 한 문화적인 가치로 있어. 이것을 거머쥐고서, 우리를 괴롭히는 게 바로 누구야? 부시요, 노무현 정권이야. 그러니까 국가보안법을 없애자, 이러지 말고 부시정권과 아울러 노무현 정부를 없애자, 이래야 된다는 게 내 얘기인데, 아무도 이거를 대변을 안 해줘요


“한반도 땅의 전쟁을 막기 위해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조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야!”

- 그 아까 이라크 전쟁 얘기를 했다가, 이 얘기를 인제 옮겨 왔는데요, 이라크 전쟁, 이 나라정권이 전쟁에 동참하는 이유로 내세웠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 한반도 땅의 평화를 위해서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하지 않게끔, 어루만져 달래기 위해서 미국이 해달라는 걸 우리는 들어줘야 되지 않느냐, 우리 미국이 해 달라는 것 들어주지 않다가, 앙심을 먹고 우리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 바로 전쟁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걸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로 들기도 하거든요. 참 어처구니가 없는 논리인데 이걸 꽤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혀 맞지 않는 소리여. 그렇게 딱 결론부터 얘기하고, 젊은이가 얘기하는 말 가운데, 하나만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 하는 얘기가 있는데, 그래도 화 안 낼거야? 화 낼거야, 안 낼거야! (어유, 제가 잘못한 거 있으면 바로 야단쳐주세요.) 북한이란 없어! 남한도 없고! 그냥 조금 북쪽이니까 북쪽, 남쪽, 그래야 돼. 자꾸만 그 신문쟁이들이 그 북한, 남한 그러는데, 그 말 좀 쓰지 말아야 된다, 그 말이야. 응? (네.) 그리고 미국이 그 북쪽에 침략 전쟁을 일으키려 그런다, 그래서 미국을 다독거리기 위해서라도 미국 놈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줘야 된다, 그런 얘기가 있다는 데,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니까. 그 전쟁의 구조적 요인을 보면은, 자본주의 경제의 일정한 그 흐름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을 때는 그 전쟁을 도발하는 거야. 그걸 군사적인 유효 수효의 창출이다, 이렇게 경제하는 놈들은 얘기하는데, 말을 그렇게 하면 좀 어려워지니까. 전쟁이라고 하는 그런 특수 경기를 누려야만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해결할 수가 있다. 그럴 때 전쟁을 일으키는 거야. 그래 세계 모든 전쟁, 더구나 근대 이백년 동안의 전쟁은 자본주의 모순에서 나온 거야. 그리고 혁명적 전쟁은, 그 자본주의의 모순이 폭발시키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 싸우는 그야말로 진보적인 역사의 흐름이지, 그 자체를 전쟁으로 보는 건 좀 짧은 견해지. 그러니까 북쪽을 미국이 공격을 하겠다 그렇게 되면은, 미국의 경제적인 모순이 어느 지점까지 와서 북쪽이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했을 때는 누가 막을 수가 없어. 부시도 못 막고, 노무현이도 못 막아. 그러면 누가 막을 수가 있느냐. 우리 민중이 일어나고 세계 양심이 일어나 미국 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을 구조적으로 해체할 싸움을 벌여야만 막아지는 것이지, 막아질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매이지 않고 북쪽에서 전쟁을 도발하려고 하는 것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라크 침략 전쟁에 동조해야 된다,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니까.

두 번째로, 북쪽을 미국 금융제국주의가 군사적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은 북쪽을 공격하는 게 아니야. 한반도에 사는 우리 팔천만 우리 민족의 가슴에다가서 폭탄을 퍼부어대는, 전쟁 도발이야, 학살적인 전쟁 도발이라니까. 그런데 어떤 놈들이 감히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 이러냔 말이야. 안 된다고 맞받아 싸워야지.분명히 해야 해. 이 땅에서 전쟁도발의 총 단, 한발을 쏘아도 우리 팔천만이 다 일어나 때려부셔야지 이라크 침략 전쟁에 동조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그 범죄를 눈가려주겠다고? 새빨간 거짓말이라 그거야. 그리고 이라크, 그 사람들은 죽어도 되고, 우리 한국만, 한국 사람만 살아야 된다는 얘기야? 아니잖아? 그렇지? 그래서 그런 얘기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는 얘기를… ”


- 미국 얘기가 계속 되고 있는데요, 이제 내일 모레 코앞으로 미국 선거가 다가와서 신문이며 텔레비전에는 거의 날마다 미국 선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부시가 아니라 케리가 되면 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인가? 물론 침략 전쟁을 직접 수행한 전범에 대한 심판의 의미로라도 부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게 케리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거든요. 부시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믿음과 기대가 위험해 보인다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선생님은 이제 당장 치러질 미국 선거와 관련한 앞으로의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선생님을 만나 뵌 날은 미 대선이 있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미국을 지금 지배하는 것이, 미국을 지배하는 것이 그 수치를 보면, 그 사백 명 떼 부자가 있는데, 사백 명 떼 부자가 미국 전체 재산의 약 1.1 프로를 갖고 있대. 그 미국 부자 나라의 재산의 1.1 프로면 백분지 일인데, 백분지 일이 좀 더 되잖아. 그걸 사백 명이 쥐고 있다 그러면, 그 친구들이 얼마나 떼 부자야. 그런데 그런 떼 부자들까지 포함해서 미국을 지금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 약 이십 프로의 상류층이거든, 돈 많은 층이란 말이야. 고 사람들이 그 정치를 하는데, 그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곧 민주당과 공화당 아니야. 그러니까 그 어떤 때는 민주당이 대통령을 해 먹고, 어떤 때는 공화당이 해 먹고. 그 이십 프로가 서로 권력을 내 줬다, 또 거머줬다, 그러는 거거든. 그 미국 선거라는 것은 그 이십 프로의 선거지, 미국 민중의 선거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미국 선거에서 무슨 캐리가 됐든, 부시가 됐든, 그 뭐, 뭐이 달라질 게 있겠어? 그런데 부시라는 자가, 그 양아치가 앞장서서 이라크를 침략 전쟁을 했잖아. 그러니까 그 침략 전쟁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좀 그 기분이라도 좋을 거 같아서 그 케리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 그 관심 자체를 전적으로 우습게 볼 필요는 없지. 그러나 케리가 됐든, 부시가 됐든, 미국독점자본의 내재적인 모순 때문에 폭발하는 침략전쟁을 막는 방법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서 기대하면 안 되고, 어떻게 하면 그 미국 민중을 일으켜서, 그 이십 프로가 지배하는 미국 사회의 모순을 타파하는데, 전세계적으로 이바지하게 할 것인가, 이런데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야.”

"그러니까 북쪽을 미국이 공격을 하겠다 그렇게 되면은, 미국의 경제적인 모순이 일으키는 전쟁이야. 때문에 누가 막을 수가 없어. 부시도 못 막고, 노무현이도 못 막아. 그러면 누가 막을 수가 있느냐. 우리 민중이 일어나고 세계 양심이 일어나 미국 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을 구조적으로 해체 하려는 싸움을 벌여야만 막아지는 것, 아니 전쟁범죄 구조를 근본적으로 말살시키는 겁니다. 그런데도 매이지 않고, 북쪽에서 전쟁을 도발하려고 하는 것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라크 침략 전쟁에 동조해야 된다,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니까."

진정한 통일이란 목숨이 감돌아 다시 태어나는 것

- <백기완의 통일이야기>를 읽다가 분단과 전쟁에 대한 말씀 가운데에서 이런 대목이 있었거든요. ‘내가 겪은 바에 따를 것이면 전쟁은 죽음만이 아니라 사람의 사랑을 낳는 어매스러운(위대한) 어머니라고 나는 감히 디리대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이 말씀을 알 듯도 할 것 같고 모를 듯도 할 것 같거든요. 어, 이게 무슨 말인가, 전쟁은 그야말로 너도 죽이고 나도 죽이고 그런 절망의 구렁텅인데, 이걸 또 어떻게 다시 사랑을 낳는 그 위대한 어매스러운 어머니라고 말씀을 하시나, 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아닌가 싶다가도 뒤로 읽어가면서 그 뜻을 어렴풋 어림하게도 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게 어떤 이야기인지 다시금 여쭈어 듣고 싶거든요.

“아, 자네가, 머리가 상당히 좋구만. 그리고 열정이 대단하구만. 어떻게 그 구절을 딱 끄집어 내. 그 책을 읽었다는 사람 한 두 사람 있어도, 고 구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자네가 처음일세. 어쨌든 그 엉터리 책을 다 읽었다니까 고맙고, 그런 구절에 관심을 가졌다니까 더욱 고맙고, 이렇게 찾아와서 물어보니까 더욱 고맙고. 그래 대답하기 싫지만, 내가 대답하네, 내가 양보를 해 갖고. 어? 그래 들어주겠나? (아, 그럼요) 사람의 몸에는, 매일 매일 세포가 십조 개 쯤 새로 생기고, 또 십조 개 쯤 세포가 죽는데. 내 친구 의학박사가 있는데, 옛날에 나하고 같이 농민 운동하던 친구가 있어. 그 친구보고 내가 이걸 물어봤거던. 야, 내 자꾸 시커먼 점이 생긴데, 이게 모이가? 그랬더니 우리말로는 이걸 저승점 그러지 않냐, 그러니까 그 친구가 세포무덤이지, 그러더라고. 세포무덤.

그 통일 얘기 보면은, 감돌이란 애 얘기 나오지? 그 자기 어머니 뱃속에 있는데, 어머니가 미국놈한테 겁탈을 당하고, 도망가다가 또 총에 맞아 죽잖아. 죽으면서 자기 남편 보고, 여보 내가 이렇게 원통하게 죽지만은 뱃속에 있는 애까지 원통하게 죽는 것이 억울하군요. 그래 깜짝 놀라서, 당신 몸에 애가 있었어? 그랬다 이거야. 이에 그 남편이 너무나 화가 나서, 달려가서 미군의 총을 뺏어가지고 다 쏴 죽이고, 미국놈, 맨날 쏴 죽이는거야. 그래 잽혀갔거든. 그야말로 즉결처분을 받기 전에, 너 왜 그랬느냐, 너 빨갱이 아니냐, 그러니까, 빨갱이는 아니고, 우리 집사람을 그렇게 원통하게 겁탈하고, 죽기까지 하고, 뱃속에 애도 있었는데, 애까지 죽은 게 원통해서 내가 원수를 좀 갚았다구 그랬거든. 그런데 넌 빨갱이가 틀림없다고, 빵 쏴서 죽였는데, 손에 "감돌이" 이렇게 쓰여 있거던. 무슨 말이냐? 감돌아서, 다시 태어나라 이 말이야. 그래서 난 통일이라는 말을, 우리말로는 감돌이라 그런다고. 감돌아 다시 태어나는 거. 못된 반생명하고 싸워가지고 다시 태어나는 게 통일이다 이 말이야. 지금 너희들, 그 진보넷한다는 젊은이들이 혹시, 조금 생각 있고, 능력 있다 그러면, 나하고 같이, 감돌이라고 하는 얘기를 가지고서 문화예술영화나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어. 내가 보기에는 돈 많이 들어야 1억이면 될 거야. 그 이란 사람들이 그렇게 문화예술 영화를 맨들더라구. 내 친구의 집은 어디입니까, 그것도 좋았고, 이 얼마 전에 봤어, 우리 집 사람하고 같이. 술 취한 말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라는 영화도 봤고. 깜짝 놀랐어, 돈 하나도 안 들이고, 그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 그 감돌이가, 그 아버지가 죽으면서 감돌아 다시 태어나라, 그랬거던. 진짜로 태어난 거야. 요만한 미적이로, 우리말로 미생물을 미적이라 그러거던. 태어나서 자기를 죽이던 미군을 따라 다니는 거야. 못된 생각을 하면 간지럼을 태우는 거야. 어? 긁어서 떨어뜨리면 다시 어떻게 빌붙어가지고 따라댕기다가서 아주 쌍스러운 짓을 하게 되면, 이빨 속으로 들어가서 이빨을 쑤시게 만들고. 그 진짜, 봐서도 안 될만치 참혹한 짓을 하면, 눈으로 들어가서 눈에 가시처럼 굴고. 그래도 그 미군의 못된 짓을 가로 막을 수 없으니까, 이 감돌이가, 진짜 그 미적이가, 자꾸 자기 진화를 해서 사람처럼 생명이 돼서 태어났어. 그래 갖고는 금융제국주의와 싸우는 얘기로 이렇게 하면 돈 안 들거든? 전쟁은 일어나는 모습만 이렇게 다른데서 따다 이렇게 집어넣고, 전쟁 장면을 촬영을 안 하면 되거던? 그거 할라면 돈이 엄청 들거던, 극영화할려면.

그래서 감돌이라는 영화를 하나 만들고 싶은데, 뭐 하자는 놈 하나도 없어요. 또 그걸 내가 써서 내 놨으면 팍하고 영상적인 감흥이 하나 있어가지고 야, 이런 걸 하나 해야겠다는 영화인들이 하나도 없어. 안타까워 죽겠어. 아까 젊은이가 나한테 물어봤지. 전쟁은 참혹하게 죽는 거지만, 또 어매스러운 어머니의 그 모습 아니냐. 사랑을 잉태해서 태어나게 하는 어머니가 있다면, 그게 바로 감돌이 어머니와 아버지 얘기야. 전쟁은 정말로 인류 역사의 자기모순 때문에 폭발해서 사람을 괴롭히고 자연을 괴롭히지만 말이야, 그러나 그것을 겪으면서 사람은 끊임없이 깨우치는 거 아니야. 그래서 목숨, 다시 말하면 생명을 깨우쳐서 멱치기를 하게 되잖아. 알겠어? 그런 뜻이야.”


노나메기는 미금융제국주의를 때려 부수는 이념적인 바탕

- 선생님께서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며 말씀하실 때마다 크게 안타까워하고, 답답해하시던 게 <노나메기 벗나래>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을 들었거든요. 자리만 있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강연이라도 하시겠다면서요. 지금 잠깐 사이에 그 말씀을 다 들을 수야 없겠지만 모자란대로 이 자리에서 <노나메기 벗나래>에 대해 듣고 싶어요. 조금 길어지더라도 어린 학생을 앞에 앉히고 들려주듯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내 얘기를 들어볼게. 요새 젊은이들, 그 너도 나도 웰빙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거 같애. 건강, 행복, 안정. 그래서 뭐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도 하자. 뱃속에 있는 살을 빼야할… 너는 살이 없구나, 너도 없고. (웃음) 느들 뭐 짜장면도 못 먹고 댕기냐. 너무 배짝 말랐구나. (웃음) 살도 빼구. 건강하자, 뭐 좋은 얘기지. 건강하자는데 나쁘다고 얘기할 놈이 어딨냐. 그런데 어떤 건강이냐, 육체적인 건강이 건강 아니냐. 정신 건강이 중요한 얘기 아니냐, 그 얘기고. 두 번째로 행복 그러는데, 요새 어느 대학에는 말이야, 내 요전에 충남대학에서도 얘기했지만, 부자 동아리라는 게 있다잖아, 부자 동아리, 부자가 되기 위한 준비 작업, 공부를 좀 하자는 거야. 뭐 부자, 가난하자는 것보다 부자 되자는 게 나쁘진 않지. 그러나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라는 건 뭐야. 어? 내 예를 들었잖아. 미국에 망해가는 철강회사만 샀다 다시 팔아서 돈 버는 로스라고 하는 철강회사, 투기꾼이 있다면서. 응? 그 사람이 이년 전에 돈 한 이십억 불, 미국 돈으로 이십억 불을 들여 가지고서 철강회사를 몇 개 사가지고서 미텔이라고 영국 철강회사 사장한테 팔았는데 얼마에 팔았느냐? 사십오억 불에 팔았다는 거 아니야. 이년만에 이십오억 불을 번 거지. 근데 이게 벌은 거야? 강탈한 거지. 모든 재화는 노동의 결과거든. 노동자들은, 그 직장에서 쫓겨나고, 또 직장이 있다 그래도 돈도 몇 푼 못 받고. 모든 재화는 노동의 결과인데 그 노동의 결과를 이십오억 불을 이년 만에 딱 챙겼다면 강탈한 거 아니야? 강도질 한 거라 그 말이야. 그 부자란 것은, 결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는 선의로 해석 할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는 강탈이거든. 요즈음 젊은이들이 지금 강탈하겠다는 거 아니야. 부자 되겠다는 거 말이야. 잘 살겠다는 거. 늙으면 십억은 있어야 된다면서. 계산 한 번 해 볼래? 젊은이가, 박동지가, 십억이 있어야, 늙어서도, 사십이 넘어서도 십억이 있어야 잘 산다는 얘기 아니야? 그 십억을 벌자는 얘기 아니야? 십억이면, 열 명이면 백억이지? 백 명이면 천억이지? 천 명이면 일조 아니가? 백만 명이면 얼마야? 천조 아니야, 천 조. 백만명이면 천 조. 우리의 국내 총 생산의 두 배 아니야, 두 배. 백만 명이 십억씩만 모으면 국내 총 생산의 두 배를 독차지 하니 ! 그럼 오천만은 다 굶어 죽으란 말이야? 어?

이게 지금 어디서 나오 는 얘기 냐 하면, 이를테면, 자기 행복, 자기 건강, 자긴 안정을 요구하는 웰빙이라는 말에서 나오거든. 그래 내가 웰빙이라는 말, 쓰지 말란 말이야. ‘넉넉살’로 하잔 말이야. 혹은 ‘넉넉살이’ 그러자 그랬거던. 한겨레신문에도 나왔대. 말 참, 적절한 말인 거 같다고. 행복이란 말보다도 넉넉살이가 더 좋은 거 같다고 말이야. 어쨌든지, 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내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은 자기가 환상적인 자본가가 되겠다는 얘기이야. 실질적인 자본가는 투기를 해서 뺏어먹는데 말이야, 환상적인 자본가, 되지도 못하면서 환상 속에 살겠다, 다시 말하면, 자기의식을 허무주의로 재편성하겠다는 거야. 허무주의는 결과적으로 뭐냐, 모든 막심, 폭력의, 원조 있지? 그 우리나라 말로 원조라는 게 있잖아, 냉면 원조, 족발집 원조 그러지? 바탕이라는 말이지, 우리말로는. 모든 막심, 폭력의 바탕은, 허무주의야. ‘에이 썅, 개새끼, 재수 없어!’ 때려부수자는 거 아냐? ‘돈은 벌고 봐야 해’ 이런 것이 다 허무주의거든. 역사가 발전하고, 인륜이 발전하고, 문화가 발전하고, 예술이 발전하고, 이게 아니잖아? ‘돈은 거머쥐고 봐야 돼.’ 이게 막심, 다시말해 폭력이거든. 이 막심은 또 뭐냐. 구조적으로 볼 때는 허무주의다 이거야. 내 요새 문학하는 사람들, 예술하는 사람들, 뭐 전부 허무주의에 빠져서 있으니까, 문학하는 사람들이여, 예술하는 사람들이여 일어나서 허무주의와 싸워라 이랬거든. 그런데 한 마디도 내 말을 안 들어. 그런데 젊은이, 내 물어본 질문에 대해서 충실하게 말하고 그칠게.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한테나 다 행복, 건강을 추구하도록 이렇게 환상을 불러일으켜주는데 자기 개인의 행복과 자기 개인의 건강만 얘길 해. 사회, 온 사회 자체의 건강과 행복은 얘길 안 한다 이거야. 온 사회의 건강, 행복, 안정은 바로 뭐이냐? 노나메기라는 거야.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야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고, 하자는 얘기는 성경에도 나오고, 불경에도 나오고, 코란경에도 나와요. 과학적 사회주의에도 나와. 근데 올바로 잘 살자는 얘기는 아무데도 안 나와. 그러면 어디서 나오냐, 노나메기 정서에만 있거든. 올바로 잘 살자 이거야. 돈이 이렇게 많지만, 미국에는 돈이 없어 갖고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이 전체인구의 십오 프로야. 수치로 따지면 사천만 명이라니? ? 전 세계적으로는 넉넉한 물질문명의 세계에 왔다고 하지만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하루에 얼마인줄 알아? 삼만 오천 명이야. 국제연합(유엔) 통계야. 일 년에 천 사백만 명이 굶어 죽어. 올바로 잘 살지를 못 하잖아. 더구나 이 자연을 얼마나 망쳐놨어. 앞으로 이십 오년 뒤에는 저기, 구라파의 그 높은 산이 뭐지? 알프스지? 그 남극, 북극의 얼음덩어리들 있지? 빙산이라는 거. 그게 다 녹는 다는 거 아냐. 대기가 온실 가스로 변해가지고 다 녹아버린다잖아. 녹아버리면 거 맥시코만 있지? 그 맥시코 만으로 흐르는 바닷 물줄기가 변해갖고 앞으로 이십 오년 뒤에는 영국이 북극 지대가 된다잖아. 어? 무슨 빙하기 비슷한 게 온다는 거야. 그 저 아프리카 더운 지방에서는 갑자기 추워 갖고 구라파로 도망가고, 구라파 놈들은 남쪽으로 도망가고. 네덜란드는 없어진다는 거 아냐, 물 속에 잠겨 갖고. 그 모든 바다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거 아냐. 이게 다 어디서 나온 거야? 자본주의에서 나왔어.

어떻게 자본주의에서 나왔나. 자본주의의 모든 능력으로, 그 기술 수준을 가지고, 그 환경 파괴 물질을 해결하고 있냐, 아니란 말이야. 환경 파!괴 물질은 어디서 비롯된 거야? 젊은이 잘 알잖아. 잉여 생산의 모순에서 비롯돼. 요걸 맨들었잖아? 원가 백 원 들었거던. 유통구조에서 들어가는 돈 하고, 그 심부름 하는 놈들 하고 해가지고고, 한 백이십 원에서 백 삼십 원이면 될 텐데, 이거 얼마에 팔어? 삼만 원에 팔잖아. 수십 배를 해 먹잖아. 수십 배를 냄겨 먹는다 이거야. 어저께 강연을 하고 올라오다가 저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채원희 씨하고 나하고 라면을 사먹었거든. 라면이 가장 싼 구퉁이, 거 코너라는 건 구퉁이라는 말이야, 코너라는 말 쓰지 말어, 그런 말 쓰면 알지? 할아버지 이거야! 구퉁이에서, 라면 구퉁이에서 떡 둘이서 시켜서 먹는데 두루마기 잘 입은 할아버지가 라면을 먹으니까 얘처럼 예쁜 아가씨가 안 된 모양이야. 히히 웃기도 하고, 손가락질도 하고, 또 자네처럼 의젓하게 생긴 젊은이는 안 됐다, 할아버지 망했구나, 라면이나 먹다니, 그래. 그래도 맛있게 먹고 내가 우리 최원희 씨한테 물어봤어. 이거 얼마냐고 물었더니, 삼천 원이래. 원가 백 원짜리야, 그거. 도매상에서는 떼면 삼백 원이면 떼오잖아, 소매상에서는 한 오백 원 받잖아. 원가 백 원 밖에 안 되는 거 야 이거. 근데 그걸 삼천 원이면 얼마를 받아먹는 거야? 삼십 배를 받아먹 은 거 아니야? 이게 바로 자본주의의 이윤 구조거든. 어떻게해서 그렇게 남겨 먹느냐? 우리 소비자한테도 남겨먹지만 라면을 맹글 때 나오는 환경파괴 물질을 자연에다 그냥 저버려, 이거 어려운 말로 그걸 방기한다 그러잖아. 그건 어려운 말이니까 저버린다 이거야, 버려버린다 그거야. 그래서 자연이 파괴돼가지고서 그 온실 가스가 많이 생기고 그로 말미암아서 저 남극 북극의 얼음산이 녹을 거라는 거 아니야? 미국에 국방연구소라고 있어, 거기서 비밀문건으로 나온 얘기가 이 얘기야. 앞으로는 원자탄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게 자연파괴라고 얘기를 했단 말이야. 전세계에서 큰 나라치고, 강대국이라는 말을 난 잘 안 써. 큰 나라치고……(이 부분 녹음이 잠깐 끊어져 있다. 선생님께서는 교토의정서 말씀을 하면서 오로지 미국만이 그 조약에 함께 하지 않았다 하는 얘기를 하셨다.)

…… 미금융제국주의를 때려부시는 이념적인 바탕, 그 기저는 노나메기 밖에 없다 이거야. 근데 내가 노나메기 암만 얘기해도 듣지도 않는데 뭐.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내 놓지 않고 청년사라고 하는 출판사에서 <백기완의 통일이야기>를 내 놨는데, 난 통일의 실체는 노나메기 벗나래(세상)를 만드는 거다 그랬거든. 정신 바짝 차려들어. 통일된 정부 밑에서도 왜정 때 일본놈 앞잡이를 하고 8.15 해방 직후에는 미 제국주의 앞잡이 짓을 해가지고 돈을 많이 벌고, 사람을 많이 죽이고, 노동자 농민을 죽이고, 도시 서민들을 죽이고, 양심을 죽여서 지금 큰소리 빵빵치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 그 부패 세력들이 통일 정부 밑에서 합법화되는 게 통일이야?

그러니까 올바른 통일은 민중이 주도하는 해방의 세계, 다시 말하면 노나메기 세상을 만드는 거다 이거야. 진보의 세상을 만드는 거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올바른 통일은 민중이 주도하는 해방의 세계, 다시 말하면 노나메기 벗나래(세상)를 만드는 거다 이거야.” (사진 출처 - 좌파 사진 작가들의 모임 lewis.cyworld.com)

십오 년 뒤에는 틀림없이 한반도에 대한 전면적인 침략 지배를 노리는
미국 금융제국주의와 중국 금융제국주의의 전쟁이 일어난다.


- 엊그제 충남대 강연에서 들은 말씀 가운데에서 십오 년 뒤면 한반도 땅에서 친중과 친미가 격돌을 할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미국 금융제국주의와 중국 금융제국주의의 패권 다툼이 격화될 것이다 하는 이야기를 정말 놀랍게 들었거든요. 그 날 학생들이 마련한 자리의 제목은 중국의 고구려사 침탈에 대한 거였는데, 선생님은 그것을 단지 역사 침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제국주의가 태평양 진출, 다시 말하면 한반도에 대한 침략 지배를 준비하면서 다지고 있는 문화적 침탈이라고 그 속내를 꿰뚫어주셨고요. 그리고 이미 중국은 한반도 뿐 아니라 미얀마에 대한 침략을 시작해서 인도양 쪽으로 뻗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있고, 미국이 중동에 대한 석유 지배 전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석유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소말리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석유 개발권을 빼앗고 있다고요. 저로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시대가 올 거라는 이야기를 그렇게 구체적인 근거와 설득력으로 듣게 된 것이 처음이었어요.

일천구백육십사년 오년도에 미국이 그 때 한반도에서 미국의 앞잡이 짓을 하던 박정희 일당들한테 무엇을 지시했느냐, 그건 비밀문서에서 다 나왔어, 지금은 공개된 거야. 일본하고 형식적으로는 국교를 정상화하고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일본의 독점자본주의 다시 말하면 일본의 제국주의가 다시 한반도에 발을 디뎌 놓을 수 있도록 박정희 너 길을 열어 주거라, 그런 것이 이를 테면 한일협정을 체결하게 한 거야. 그 때부터 일본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놨거든. 그 일본 독점자본주의가 815해방 뒤에 위기에 빠졌다가 두 번 구제를 받은 거야. 첫째로는 한국 전쟁이거든, 한국 전쟁을 통해서 일본 독점자본주의는 그 때 미국 돈으로 약 삼십오 억 불을 벌었어. 우리는 사오백만 명이 죽고 다치고 온 강토가 잿더미가 됐는데 일본은 잿더미 하나 안 되고 말이야, 불 하나 안 나고, 총 하나, 총소리 하나 안 들렸단 말이야. 그런데도 삼십오 억 불을 벌어가지고 일본 독점자본주의가 파산 직전에서 회생이 됐단 말이야. 그게 미국의 세계 전략이거든. 왜냐? 일본을 다시 살려서 소련하고 중국, 그 때 공산주의를 하던 소련과 공산주의를 하는 중국을 막기 위해서 일본을 일으켰거든. 그런데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어. 이제는 미국의 독점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져서 금융제국주의로 끊임없이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되게 돼 있어. 그래서 앞으로 한 십오 년 뒤에는 일본 뿐 아니고 이 한반도에 대한 전면적인 지배를 노리려고 하는 게 미국의 세계 전략일 수밖에 없어. 다시 말하면 미국 독점자본의 세계지배전략이라 이 말이야. 응? 한 십오 년 후에는 아주 노골화 돼. 이에 비해서 중국은 앞으로 한 십오 년 뒤에는 중국의 경제적인 성장이 미국하고 맞먹을 만치 그 규모가 양적으로 커진다는 거 아니겠어? 지금 이 상태로만 발전하면. 지금은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약 일조억 불이거든, 거 중국의 구매력은 4조 5천억 불이거든, 미국 돈으로 따져가지고. 그러면 구매력으로는 세계 일등이고 그리고 국내총생산은 세계 일곱째 쯤 돼. 한 십오 년 뒤에는 미국하고 거의 맞먹는다 이거야. 그렇게 됐을 때는 중국은 어떤 경제가 되느냐, 중국 내부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지배하는 계급적인 모순이 심화되고 격화되고, 밖으로는 외국에 대한 침탈이 심해진다고. 그러면 한반도에 대한 전면적인 지배를 중국의 경제는 요구를 한다 이거야. 한 십오 년 뒤에. 그러니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느냐, 우리 국내에서는 고런 과정에서도 돈을 더 많이 벌고 고런 과정에서 권력을 쥐겠다 하는 친미파가 득세를 해. 미국을 업고, 친일파도 거기에 아마 동조를 할 거야. 근데 또 한 편에서는 우리 한반도에서는 친중파가 중국을 업고 돈도 많이 벌고 권력을 쥐겠다 하려고 그런단 말이야. 그래서 국내에서는 친중파, 친미파가 갈등을 벌여.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자본주의 경쟁, 다시 말하면 제국주의 경쟁이 격화가 되고, 이것이 한반도에서 결정적인 위기를 몰고 오는 것이 뭐이냐, 전쟁이다 말이야. 이걸 위해서는 학생들이 깨우쳐야 되고, 진보넷 하는 사람들이 깨우쳐야 되고, 노동운동한다는 사람들이 깨우쳐야 되고, 요즘 정치한다고 하는 보수 반동들 기회주의자들도 깨우쳐야 돼. 온 한반도가 미국의 지배를 받어, 이것도 통일이야? 아니다 이 말이야. 미국 금융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에 대한 전면적인 침략이요 지배지 결단코 통일이 아니라 이 말이야. 중국 제국주의가 온 한반도를 디리 짓밟고 집어 삼키는 것도 통일이야? 겉으로 보면 통일이지만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이 말이야. 그건 뭐이냐? 중국 제국주의에 의한 온 한반도에 대한 침략이자 지배다 이 말이야. 이럴 때는 모든 정치, 모든 돈버는 사람들도 종속적이고 식민지적인 상황 속으로 전부 몰려 들어가니, 정신을 차려서 이 백기완 할아버지 얘기 좀 들어라 이 말이야. 아무도 안 듣잖아. 찾아오는 새끼도 하나도 없고. 저 할아버지는 무섭다고, 내가 뭐 무서우냐? 니가 손가락으로 이렇게 딱 치면 나는 쓰러져 죽겠는데. 너하고 나하고 팔씨름 한 번 해볼까? 너 계집애 너한테도 팔씨름하면 나는 진다고. 옛날 같으면 내가 너한테 이겼어. 이제 난 안 돼, 알았지? 그러니까 중국하고 미국의 한반도를 노리는, 한반도의 전면적인 침략 지배를 노리는 전면적인 전쟁이 틀림없이 온다 이거야. 지금 왔잖아. 중국에서 고구려 역사 침탈이 이게 뭐야? 벌써 한반도에 대한 전면적인 역사 침략이고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땅, 재화 그 이상 모든 걸 지배하겠다는 거 아니야? 미국도 마찬가지고. 이제부터 진보운동은, 그래서 뭐가 진보운동이냐? 목표는 미 제국주의의 해체고, 두 번째는 중국의 금융제국주의 해체야. 나는 마오를 시인으로서 좋아하는 거야. 내가 하나 읊어볼 테니까 들어볼래? <눈>이라는 시야, 마오의


강산이 이렇듯 아름다워
수많은 여홍들이 다투어 허리를 굽혔도다
안타까워라 진시황 한무제는
글쓰는 재주가 좀 모자랐고,
당태조 송태조는 시쓰는 재주가 좀 더디었더라
한 시대 큰소리 팡팡치는 징기스칸도
활을 당겨 날아가는 독수리나 쏘았다네
모두가 지나간 옛일
오늘 참된 풍류를 가늠하려 할진대는
오늘을 똑똑히 보아야 하네

이런 시를 썼거든. 좀 더 풀이를 하면 이런 뜻이 될 거 같애. 진시황, 한무제, 당태조, 송태조 아무리 까불어도 글을 몰랐다 이거야, 깨우침이 없었다는 거야. 시심이 모자랐다 이거야. 시심이 모자랐다고 하는 것은 바로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 눈이 활짝 열리지 못했다 그런 뜻이야. 우리말로는 누리하제라고 그러거든. 마음에 눈이 열리고 얼굴에 눈도 열려 있는 사람을 누리하제라고 그러거든. 누리하제가 못된다 그거야. 아마 마오가 우리 한국 문학에 대해 조금 공부했더라면 누리하제라는 말을 꿔다 썼을 텐데, 마오가 그 때는, 그 때 마오가 자네 나이야. 일천구백삼십육년도에 썼으니까. 그 일세의 그 당대에 하늘과 땅을 쥐었다 폈다 하던 징기스칸도 활을 당겨서 독수리나 쐈다 이거야. 다 지나간 일이야. 이제 진짜 풍류, 멋쟁이, 시인, 예술가 다시 말하면 멋쟁이 한 목숨이 되고자 한다면 오늘 중국의 해방전쟁에 관심을 가져라 그런 얘기야. 나는 요즘의 중국, 썩어문드러진 중국의 지도부나 중국의 모든 인민들한테 이 시를 되돌려주고 싶어.”


백기완 할아버지의 부탁 - 몰개의 될끼, 그리고 한마음

- 이제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진보’를 우리말로 ‘몰개’라 했어요. 그리고 ‘가능성’이라는 말을 ‘될끼’라 가르쳐 주셨고요. 어떻게 보면 앞서 들려주신 이야기 가운데에는 선생님이 이 세상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 절망, 분노 들이 많은데요, 그럼에도 선생님이 이 사회에서 보고 있는 ‘될끼’, ‘몰개’의 ‘될끼’가 있다면 그건 어떤 것인지, 선생님이 찾는 우리 시대의 ‘몰개’, ‘몰개’의 ‘될끼’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우선 젊은이가 몰개라는 말을 내 책을 통해서 가슴에 새겨주고 있는 거 고마워. 아무도 새기지 않는데 딱 자네만 그러네. 고마워. 몰개라는 말은 파도라는 말이거든, 파도. 그 유치환의 시를 보면 '파도야, 파도야 나를 어쩌란 말이냐' 그거 여러분들 중고등학교 때 배웠잖아? 그런데 유치환이 좀 더 우리말에 대해서 몸부림을 쳤다면 파도라는 말을 안 쓰고 몰개야 그랬을 거야. 몰개야 몰개야 나를 어쩌란 말이냐, 님은 가고 없는데 나를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쓰지 않았겠나, 그런 아쉬움이 남지 뭐. 나는 그 사람의 시 세계는 좋아 안 해도 말이야. 몰개라는 말은 파도라는 말인데 파도는 암벽을 디리 때리잖아, 꽈당하고 바서지잖아. 바서져서 절망도 안 하고 좌절도 안 하고 다시 물 속에 속절없이 뛰어 들어가고는 다시 꽈당하고 벽을 까잖아. 벽만 까는 게 아니야, 장벽도 까고, 장벽만 까는 줄 알아? 캄캄한 어두움을 까는 거거든, 끊임없이 출렁거리면서. 그러니까 몰개라는 말은 뭐이냐 두 가지 뜻이 있어 첫째는 진보라는 말이고,

둘째는 이 벗나래(세상)의 모든 으뜸이 있다고 하면 몰개야. 제도적으로 얘기를 하면 임금도 우리말로 몰개라고 해야 해, 응? 임금님도. 그리고 사람 같은 사람을 몰개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람 같은 사람을 몰개라고 그러고 진보를 몰개라고 그러고. 난 요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한테 될끼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람 같은 데가 많아. 미국의 금융제국주의의 문화적 표현인 미국 상업주의 문화에 그렇게 젖어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또 좋은 얘기를 하면 눈시울이 금방 벌개져. 달 따러 가자라는 노래 알지?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장대메고 망태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에 올라서서 무등을 타고
딴따단따 단따단딴 단따단따다
저 건너 순이넨 불을 못켜서
순이 엄마 바느질도 못한다더라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달을 따다 순이 엄마 방에 달아드리자.

이런 노래 아마 여러분들이 어렸을 때 들었을 거야. 그 노래가 갖는 여러 가지 정서적인 흐름을 봐. 밝은 달을 따다가는 불이 없어서 바느질을 못하는 순이 엄마 방에다가 달아드리자 그런 노래를 통해서 우리가 자랐고, 또 그런 노래를 들려주면 요즘 젊은이들도 다 눈시울이 붉어지잖아? 이게 될끼라 이 말이야. 아직은 그게 있으니까. 젊은이여, 몰개가 되시라 이거야. 그냥 장벽을 때려부시고, 암벽을 때려부시고, 어두움을 때려부시기 위해서 부딪혔다가는 알알이 바서지더라도 다시 거대한 물살에 변증법적으로 하나가 되갖고 다시금 암벽과 어두움에 도전하는 주인공, 우리말로 하면 알기지, 알기, 몰개가 되시라. 그러면 여러분들의 될끼, 가능성은 끝 이없다. 그렇게 얘기 해주고 싶어.”


선생님은 앞에 둘을 앉히고 말씀을 들려주셨지만 때로 선생님의 눈빛은 수많은 군중을 앞에 두고 있는 듯 했다. 선생님은 대중 강연 때와 다름없이 호통을 치셨고, 안타까움이나 분노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 또한 그대로 다 보여주셨다. 인터뷰를 다 마쳤다고 한 뒤에도 선생님께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렸다. 선생님 전범민중재판 기소장을 써 주세요. 선생님은 깊이 생각을 하는 얼굴로 돋보기를 찾아 쓴 뒤 볼펜을 들고 기소장을 쓰는 자리에 한 글자 한 글자 이어서 써 주셨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주범은 미금융제국주의다.
부시, 블레어, 노무현은 그 앞재비로 미금융제국주의와 함께
그들을 전범으로 몰아 전범재판에서
역사적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백기완.”

인터뷰를 마치고 가방을 챙기면서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 정말로 오늘 귀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긴 시간 동안 들려주신 귀한 말씀을 오늘 저희 둘만 듣고 있는다는 게 정말 너무 안타까워요. 오늘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들 꼭 그대로 잘 정리해서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와 있지 못한 이들도 널리 전해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선생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청해 들은지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 선생님의 눈빛 속에서 보던 불꽃, 그리고 선생님의 깊은 탄식, 끝내 눈물을 찍어내시던 모습까지 그대로 다 담아 전했으면 했지만 결국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가방을 챙겨 일어나려던 때에 선생님께서 한 마디 더 보태고 싶다며 들려주신 이야기가 있다. 그건 비단 그 자리에 찾아간 두 젊은이에게만 하고픈 이야기는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니면 그 숱한 시간 동안 광장에서 함께 어깨동무를 했지만 지금은 어딘가로 떠나간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네한테 꼭 얘기해줄 게 하나 있어. 젊은이들이 나를 찾아와서 뭐 이렇게 글 좀 써달라고 그러면 내가 ‘한마음’이라는 말을 꼭 써주곤 하거든. 나하고 같이 농민운동이다 빈민운동이다 나무심기 운동이다 같이 하던 젊은이들 가슴 아팠어. 그 친구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또 이렇게 무슨 혁명적인 열정까지는 못되더라도 길거리에서 최루탄 같이 먹던 젊은이들, 수없이 같이 어깨동무를 해봤는데 다들 달라지더라고. 나도 많이 달라졌지만은 그래서 나부텀 달라지면 안 되겠다, 그래서 꼭 ‘한마음’이라고 써 줘요. 아무 뜻도 없지만, 뭘 써줄 때 꼭 그것 아니면 다른 구절이 잘 떠오르질 않아. 뭐 ‘해방’, ‘통일’, ‘혁명’ 이런 것보다도 심정적으로 다가서는 말귀, ‘한마음’이 좋아. 여러분들, 할아버지 찾아와서 뭐 아무 것도 아닌 내용 가지고 오랫동안 애를 썼는데, 그 마음을 한결같이 갖고 있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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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 박기범 , 전범민중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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