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선관위는 선거실명제 집행을 중단하라

선거실명제 수용은 네티즌을 국가권력의 재물로 삼는 것

선거법에 따라 오늘부터 인터넷실명제가 전격 시행된다. 국회가 지난 2004년 3월과 2005년 6월 두 차례 개정한 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ㆍ대화방 등의 실명확인) ①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ㆍ대화방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에 따라 선관위가 800여 개 인터넷언론사를 대상으로 게시판 실명제를 집행한다.

인터넷실명제는 최초 제기 시점부터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통신비밀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민주적이고 위헌적인 제도로 지탄을 받아왔다. 입이 닳도록 지적했던 바다. 따라서 인터넷실명제 전면 시행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사회구성원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아무생각 없이 저지르는 입법(정개특위), 행정(행자부) 집단의 도발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선거 시기 게시판 실명제라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인터넷실명제 전면화를 꾀하고 있다. 이 집단은 필시 '자유로운 소통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지도 상상해보지도 못한 자들이 아닌가 싶다. 감시와 통제를 통해 지배질서가 주는 안락함에 젖은 작자들이 저지르는 불행한 불장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문제는 이 불장난의 피해가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확산된다는 데 있다. 선거 시기 인터넷실명제 강제 실시 방침은 그 자체로 국가권력의 폭력이다. 정작 운영 단위인 인터넷언론사들 다수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들은 일방적이고 고압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언론사와 네티즌을 향한 국가권력의 도발 행위가 대추리 주민을 향한 폭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폭력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더욱이 선관위 실명인증방법이든 선거법상의 위법으로 해석되는 민간 실명인증방법이든 이를 적용할 경우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에 심각한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리니지, 국민은행 회원정보 유출 등에서 확인되었듯이 아직까지 사후 조치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실명제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 역시 '정보의 바다'로 마구잡이로 흘러갈 수 있을 텐데 도대체 어찌 아무런 경각심도 느끼지 않는단 말인가.

책임은 인터넷실명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인터넷언론 자신에게도 있다. 언론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신문법 상에 "사회적 책임을 높여 언론의 자유신장과 민주적인 여론형성 및 국민의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언론의 건전한 발전 및 독자의 권익보호에 기여한다"는 말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인터넷언론이란 한마디로 네티즌과의 소통으로 먹고사는 공적, 사적 여론단체 아닌가. 네티즌이란 인터넷언론의 공생의 파트너가 아니고 그 누구란 말인가.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다. 진보적 개혁적이라 자화자찬하는 언론조차 네티즌을 국가권력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는커녕 국가권력에게 재물로 팔아넘기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다.

포탈이야 이미 내놓은 자식이라 치더라도,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터넷언론일수록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인터넷실명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의 홈페이지 언론사 소개란에 실어놓은 그 좋은 말들은 누가 읽으라고 써놓았단 말인가. 더군다나 일부 언론은 인터넷실명제를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종국에는 궤변과 함께 인터넷실명제와 타협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가령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 소속의 한 인터넷언론은 최근 입장을 내고 "실명제를 전적으로 반대하지만 부득이하게 실명인증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은 반대하지만 부득이하게 이라크 파병은 해야 한다"라는 말이나 "조선의 독립은 원하지만 부득이하게 창씨개명은 해야 한다"는 말과 도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선관위는 오늘부터 적용되는 인터넷실명제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진보적, 개혁적 수사를 쓰는 모든 인터넷언론은 즉각 인터넷실명제 거부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실명제 반대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가운데 게시판 폐쇄 조치 또는 선관위 행정조치 불복종 등 다양한 저항을 통해 네티즌의 '자유로운 소통의 권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아니, 이건 뭐 논리라기 보다는 상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