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신자유주의 정치위기는 지속된다

지자체 선거 결과 한국 사회 정치 불안정성 증폭 예고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 열린우리당의 참패라는 결과를 맺고 끝났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영남권과 함께 파란색으로 도배되었다. 이는 선거 전과 과정에서 예상되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반대 열풍에 힘입어 과반수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했던 열린우리당은 불과 2년이 지난 짧은 시간에 역으로 보수정당이 아닌 민중들에게 실질적인 정치적 탄핵을 당한 셈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태도 등 4대 개혁입법 과정에서 정치적 무능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대책을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 등에 대한 불만, 비정규악법을 둘러싼 노동시장유연화 조치의 시도, 신자유주의적 각종 조치와 전략에 따른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확대 등으로 민중의 불만과 불신은 극에 달해 있었고, 지방자치단체 선거 결과는 이를 일차적으로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의 압승은 집권세력의 전략실패에 대한 반사적 이익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에 따른 보수층 결집의 효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지자체 압승이 곧 정치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또한 민중의 불만과 불신, 저항을 낳는 신자유주의 전략의 정치적 파트너라는 점에서 지자체 압승은 일시적이고 정세적인 것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스스로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향후 대선과 2008년 총선의 승리로 이어가기 위해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끊임없는 몸낮추기와 소위 민주개혁세력과의 차별화를 자기 전략으로 채택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자체 선거의 승리가 대선과 총선의 승리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지방권력의 부패와 ‘개발과 성장’ 논리로 점철되는 지역개발이 유포하고 있는 폐해가 청계천, 부안, 경주, 평택 등 경향 각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정희식 개발과 성장에 대한 향수와 힘에 대한 갈구가 모래위의 성처럼 언제든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자체 선거를 통해 전국정당으로의 도약을 꿈꿨으나, 정당지지율에서는 2004년 총선에 미치지 못했고, 울산의 기초단체장 자리마저 잃는 결과를 낳았다. 비록 광역기초의원수가 두 배로 늘었다고는 하나, 이는 목표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한나라당 견제세력론을 펼친 것 이외에는 스스로 인정했듯이 지자체선거를 주도할 정치적, 정책적 담론과 기획이 부재했었기 때문이다. 이전 선거에서 제시했던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자에게 세금을 등과 같은 뚜렷한 정책담론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향한 전략의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중에게 아직 민주노동당은 제도영역에서조차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공공서울, 평등서울’ ‘서민행복특별시’라는 구호는 강금실과 오세훈의 대립구도 앞에서 초라한 결과를 낳아버렸다. 사회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장애인과 사회적 소수자에 초점을 맞춘 선거전략이 유의미하긴 하지만 제도정당으로서의 생존을 확인하는 의미 이상을 뛰어넘기에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향후 정치지형을 둘러싼 시나리오 제시와 정세예측 분석이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한국 정치가 갖는 역동성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보면 그만큼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90년 3당합당 이후 정치세력간의 이합집산은 일이년마다 열리는 선거를 계기로 구조화, 일상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정치구도의 불안정성은 신자유주의 개혁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려왔다. 더욱이 지금 본격화되고 있는 한미FTA 추진으로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 전략이 추진되고, 각종 지역개발과 행정, 제도의 재구조화 등은 이를 추진할 정치세력의 안정적 구축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모두에게 부과되는 정치적 부담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시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승리, 열린우리당의 패배가 개혁세력에 대한 보수세력의 승리로 정리될 수 있다. 그렇다 하여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다수당 획득,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을 두고 한국사회가 ‘좌선회’ 했다는 평가가 섣불렀던 것처럼, 당분간 대중의 보수화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2007년 대선,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 또한 한국사회 정치의 불안정성과 대중의 정치적 역동성에 비추어 볼 때 성급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민주와 개혁’을 둘러싸고는 적대세력이지만, ‘경제 성장과 안보’라는 신자유주의 전략의 측면에서는 하나의 몸통임을 진보정치와 민중운동진영이 현실적으로 증명해 줄 때, 보수우익의 일시적인 압승은 신자유주의 정치 전체의 불안정성을 넘어 패배로 귀결될 것이다. 한미FTA 저지 투쟁, 평택미군기지확정 저지 투쟁, 비정규법개악과 노사관례로드맵 저지투쟁, 그리고 지역사회에서의 새로운 대안형성투쟁의 대중적 확산은 그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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