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에 대해

신자유주의 정책관철의 ‘포장지’가 될 것을 우려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 정부․재계․노동계․종교계․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였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문제의식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였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7일 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에 대해 ‘발상의 전환없는 짜깁기 대책’이라고 혹평하고, ‘사회적 대화와 합의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던 태도에 비하면 일주일만의 사회협약 체결은 극히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구체성이 떨어져 이행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이른바 ‘선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서로 한발씩 양보한 결과라면 사회협약의 실효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우리사회의 미래에 커다란 시련과 위기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양육과 노인부양의 일차적 책임을 가족과 여성에게 지우고 국가와 사회가 이를 소홀히 하는 동안 형성된 제도․문화의 한계와 고용 및 소득불안정 등 경제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데에 공감”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아니면 협약체결의 목적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러한 의구심은 협약의 내용을 보면 더욱 깊어진다. 국공립보육시설을 30%로 늘린다라는 내용을 빼놓고는 출산, 양육, 노인부양의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진다는 방향이나 지침이 될만한 것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고용 및 소득불안정 등 경제적 요인에 대한 해결의 방향은 오히려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을 확대하고 심화시키고 있는 기존 정책내용을 언급한 것마저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사회협약의 첨부자료에는 각계가 실천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잇는데, 생명존중사상의 실천, 자원봉사운동, 효문화 실천운동 등 여성인권을 억압하거나 봉건적 가족제도에 기반한 실천, 본질과는 상관없는 부차적인 문제 등이 담겨있다. 기간 정부와 자본이 펼쳐 온 ‘일과 가족의 양립’이라는 전략과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의 과정에서 여성의 고용은 확대되어 왔지만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가사, 육아, 노인간병 등의 부담마저 가져 여성노동자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짊어져 왔다. 협약에서 언급한 방향이 이러한 고통을 덜어주는 데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함은 자명하다.

더군다나 정부와 자본은 생리휴가의 무급화, 보건수당의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해 왔으며,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이라는 명분하에 노인요양제도의 시장화, 조세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조세부담의 범위를 저소득계층에게 지우는 조치, 재정안정화라는 미명하에 부담은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국민연금개혁 시도, 퇴직연금도입 등 노인소득보장의 금융적 시장화 등의 전략과 정책을 실현 중이며, 이를 관철하려 기도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정부와 자본의 기간 취해온 신자유주의적인 시장화, 민영화, 유연화 조치에 대한 반성이나 중단없이 체결된 사회협약은 선언 이상을 넘어 실효성을 가지기 힘들며, 정부와 자본이 취하고 있는 전략의 관철에 ‘사회적 합의’라는 외양을 씌워줄 위험이 농후하다. 이러한 위험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 합의’ 이후 수차례 체결되었던 ‘사회협약’의 과정을 통해서 현실로 충분히 증명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