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무현정권의 두 가지 조치

'국내대응팀'과 '공권력'이 한미FTA 성공 보장할까

2차 본협상 첫날,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FTA 협상에 성공할 것이라 낙관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은 어려우며, 미국 쌀 수출을 위해 한국의 시장접근성이 더 커질 수 있도록 하고, 의약품은 포지티브 리스트가 신약을 차별하게 될 것이라는 압박을 던졌으며, 자동차 부문의 관세 제거와, 교육부문에서 인터넷 서비스, 미국 수학능력평가시험(SAT) 등에 대한 시장접근 등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웬디 커틀러는 분야별 양허안을 교환하기에 앞서 '양허의 틀과 원칙'을 먼저 합의하자고 주장했다. 2차 본협상에서는 양허안의 틀을 짜고, 9월 협상이 있기 전 양허안을 교환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한국 협상단은 농산물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상품과 섬유 분야를 묶어 일괄 협상한다는 입장이며, 개성공단 제품 원산지 인정을 요구하는 한편, 공항. 항만 등 대규모 정부조달 시장에 대한 개방 요구에 대해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조달부문의 보호에도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어떻게 이루어질 지는 알 수 없으나 `양허의 틀과 원칙' 합의 외에도 상품 양허안, 서비스.투자 유보안, 정부조달 양허안 등을 놓고 밀고당기기식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은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협상이 어떻게 될 지는 정황으로 미루어 추측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분명한 것은 한미FTA 2차 본협상에서 양허안의 교환을 다루든, 틀과 원칙을 짜든 사실상의 협상의 가닥을 완성하게 된다는 점이다.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지금까지 노무현정권이 추진해온 한미FTA 협상 준비 흐름과 과정으로 볼 때 기대하기 힘들다. 여러 가지 밀고당기기는 있을 지 모르나 협상 자체를 중단하거나 결렬하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무현정권의 한미FTA 추진 의지는 오늘 보여준 두 가지 조치에서도 확인된다. 노무현정권은 오늘 FTA 국내대응팀 구성을 지시하는 한편, 한미FTA 2차협상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신라호텔 근처에 어마어마한 공권력을 동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한미FTA의 체계적 추진을 이유로, 대미협상팀과는 별도로 국내대응팀 구성을 지시했다. "반대와 비판 여론을 수렴, 홍보하고 문제점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생각이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기된 국내대응팀 구성은 "한미FTA 협상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TV토론회, 공청회 등에 참석하며 국내 여론을 총괄하며 홍보 대책을 체계적으로 챙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대응팀은 즉각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차협상 시기 뿐 아니라 향후 한미FTA 반대 여론에 체계적으로 맞서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즉 한미FTA 협상 추진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최초 계획대로 강행하기 위한 조치의 성격을 띤다.

또 하나는 한미FTA 2차협상을 안전하게 가져가기 위해 공권력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권력의 공포 분위기 탓에 오늘 오전 10시 기자회견, 시국선언, 한미 노동계 공동 기자회견, 장기투쟁노동자 기자회견,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약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기자회견 준비와 진행 과정에 수시로 경찰 병력이 차량 무대까지 뛰어 올라와 폭력을 행사하는 작태를 연출했다. 노무현정권의 공권력이야 평택 미군기지 이전 확정 과정에서도 본성을 드러낸 바 있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장을 지키기 위해 집회는커녕 기자회견 현장에조차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에서 더 이상 말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권이란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한미FTA 2차협상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다면 언제든지 공권력을 동원한다는 것으로, 이 역시 한미FTA 협상을 최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렇게 두 가지 측면으로 미루어 노무현정권이 처한 상태가 가늠된다.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인듯 하다. 하나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민주주의 권력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즉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근거마저 상실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식물정권의 상태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아니라면 의식적이고 투철한, 우익보다 더 우익스러운 지배계급으로의 변신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미FTA 추진에 올인하면서, 이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살아있는 가치와 저항을 힘으로 무너뜨리고 간다는 것이다. 이른바 반동정권으로의 변신인 셈이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건, 어느덧 부질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