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미FTA 정부 의도대로 추진되고 있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범국본의 과제, 앞으로가 더 중요

2차 협상 마지막 날 4개 분야 협상이 취소되었다. 2차협상에서 표면상 가장 먼저 논란이 된 분과는 11일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회의, 미국 협상단이 한국 협상단이 밝힌 건강보험 약가 책정 적정화 방안에 불만을 표시하며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이다. 이어서 미국 협상단은 13일 잡혀있던 무역구제, 서비스 2개 분과회의도 취소했다. 미국 협상단이 오늘 예정된 무역구제, 서비스 분과 이틀째 회의도 거부하자, 이번에는 한국 협상단이 상품무역과 환경분과 회의를 취소하기로 결정, 미국 협상단에 통보하면서 4개 분야 회의가 취소되었다.

언론들은 대체로 '결렬', '파행'과 같은 단어를 쓰며 2차협상이 무산된듯한 뉘앙스의 보도를 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2차협상은 1차협정에서의 통합협정문 작성에 이은 양허안 교환이 예고된 테이블이었다. 여기에 미국은 '틀과 원칙'을 먼저 합의하고, 양허안을 교환하자는 협상전술을 들이밀었고, 결과적으로 4개 분야 협상 취소와 관계없이 2차협상은 예정된 진도를 충분히 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선 양국은 2차협상에서 상품분야 양허안 작성을 위한 기본틀을 합의했고, 서비스와 투자분야의 유보안을 교환했다. 상품분야 양허안 작성을 위한 기본틀로 관세 철폐의 이행기간을 다섯 단계(즉시/3년/5년/10년/기타)를 합의했고, 이를 토대로 1만 개 이상되는 상품분야의 양허안을 8월 상반기 안에 교환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은 서비스와 투자분야의 개방대상에서 제외할 유보안을 교환했다. 한국 협상단은 전기, 가스, 수도, 방송, 통신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개방에서 제외하도록 유보안에 포함시켰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2차협상의 성과로 "상품 분야 양허안 틀에 합의했고, 서비스 투자 유보안도 교환했다. 농산물과 섬유 분야 양허안 틀은 합의되지는 못했지만 거의 도달하는 단계까지 갔다"고 밝혀 사실상 대부분의 분야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시사했다. 김종훈 수석대표 역시 2차협상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당초 생각하고 있던 협상 속도에 결코 뒤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3차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양허안의 '틀과 원칙'이 합의되고 서비스와 투자분야 유보안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됨으로써 이제 남은 일정은 8월 상품, 농산물, 섬유 등 양허안 교환과 9월 3차협상, 그리고 세부 합의안 작성을 위한 10월 12월 협상 일정을 남겨놓게 되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오늘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회의에서 "한미FTA 협상이 계속 진행돼 구체안이 나오면 정부도 확실한 대안을 갖고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한미FTA가 단순히 눈앞의 이익을 쫓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제도를 선진화하기 위한 '보다 큰 차원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향후 한미FTA 협상을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렇게 볼 때 약가와 관련한 협상이 중단되고 마지막날 4개 분야 회의가 취소되었다고 해서 2차협상이 결렬되었다거나 파행, 또는 무산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성급할 뿐 아니라 무책임한 판단이다. 따라서 오늘 오후 신라호텔 앞에서 가진 범국본의 '투쟁보고대회'의 결의문도 다시 정리될 필요가 있다. 범국본은 투뱅결의문에서 역시 한미FTA 2차협상을 '파행'으로 보고, 마지막날 4개 분야 회의가 취소된 점을 들어 "한미FTA를 반대하는 온 국민의 소중한 성과"라는 다소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

범국본이 그동안 압도적인 반대 여론 형성을 위해 노력해왔고, 12일 악천후 속에서도 제3차 범국민대회를 힘있게 치러내는 등 승리적 성과를 낳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고, 그런 점에서 조금도 긴장을 풀 단계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 축배를 마시는 쪽은 한국과 미국의 협상단 모두일 수 있는데, 2차협상 경과 브리핑 내용을 볼 때 충분히 그러한 상황이다.

물론 2차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벌인 투쟁의 성과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어려운 조건에서 수많은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이 '한미FTA 저지' 전선으로 모였고, 인상적인 가두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몇가지 평가는 남는다.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의 투쟁은 아직 충분히 조직되지 않고 있으며, 협상장에 실질적인 위협을 주는 투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장투사업장 노동자의 동아일보 건물 점거를 둘러싼 민주노총 내부의 논란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모두가 과제로 남는다.

다시 환기하자. 분명한 건 한미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