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체 불명의 전문가의 눈높이 '비젼2030'

뜬구름 잡는 '기회의 나라' 건설 국가종합전략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국민 누구나가 희망을 갖는 ‘기회의 나라’ 건설”이라는 비젼과 목표, 전략, 과제를 제시한 ‘비젼2030’이 발표되었다. ‘한 세대 앞을 내다보는 최초의 국가종합전략’라는 자평대로 이 보고서는 경제산업정책과 더불어 사회 대부분의 분야를 망라한 종합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체계성과 종합성, 계량적 실천계획의 제출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가 대다수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지도’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숫자로 제시된 달라진 미래생활의 모습은 내용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즉 현재 대다수 국민이 처해있는 고통의 현실과 이를 야기하는 원인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에서 ‘선성장 후복지’에서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해본 들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와 사회서비스에 대해 누구나가 어떠한 차별과 배제없이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에 대한 분배확대가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성장’을 중심에 둔 기존 패러다임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필수공공서비스인 교육, 의료에 대해서 ‘산업적 접근을 통한 서비스 발전’이라는 실행계획의 제출은 대표적인 예이다. 교육시장개방, ‘성과평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분야 과제 또한 그러하다. 간병, 보육, 방과후 활동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기획단’을 설치하겠다는 것만 있을 뿐 지금 당장 이러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임을 인정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사회복지선진화’란 전략하에서 제출되는 과제는 새로운 것은 없이 기존에 제출한 것을 종합한 것에 불과한데, 이는 이에 대한 평가 또한 동일할 수밖에 없다. ‘선진화’의 내용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아니 ‘선진화’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을 85%로 확대,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통합급여를 개별급여로 전환한다는 일부 긍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긴 하다. 물론 이것도 재정계획을 통한 실행여부는 불투명한 채로 남아 있다.

노인수발보험 도입, EITC 등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한 제도혁신은 그 자체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거나, 기존 불안정한 저임금의 노동시장구조를 고착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논쟁중인 사안이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 등 제반 사회보장개혁도 그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둘러싸고 논쟁이 진행중이다. 개혁과 혁신을 한다고 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선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안정되고 불안한 노후 걱정없이 적정한 생활을 누리는 걸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는 ‘공급자와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면서 현행 의료급여 혜택을 줄이려는 내용도 들어있기도 하다. 그리고 ‘국가계획자’에서 ‘비젼제공자’로 정부의 기능을 변화시킨다 하더라도 국가 책임복지가 부재했던 한국 사회 현실에서 ‘민간 참여’니 ‘사회적 자본’이니 ‘자발적 복지체제 구축’이란 과제의 제시는 정부와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도외시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닐 뿐이다.

더욱이 비젼이 ‘희망’이 아니라 위기가 더 심화됨을 보여주는 것은 ‘능동적 세계화’ 전략에서 제출된 과제 내용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다는 명목하에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노사관계 선진화, FTA 추진, 경제자유구역의 전국적 활성화, 서비스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유치방안 마련 등이 언급된다. 이러한 정책이야말로 노동조건의 악화, 저임금 구조의 고착,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의 확산, 공공서비스의 부담 확대로 귀결되어 왔고, 그러한 추세를 더 가속화할 것임을 노동자의 투쟁, FTA반대투쟁, 부안투쟁 등 대중 스스로 온 몸으로 경고하고 저항해 왔던 내용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성장과 투자에 대한 전략이 없다’느니 ‘재정만 소요될 뿐이다’라느니 하는 비판은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과 자본의 입장일 뿐이다. 또한 ‘내용은 좋은데 재원마련계획이 부족하여 실행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은 과녘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설문조사결과가 나오는데,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해 일반 국민은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전문가는 ‘G10 진입’을, ‘부담-혜택문제’에 대해 일반 국민은 ‘세금은 많이 내지만 복지수준이 높은 나라’를 전문가는 반대의 경우를 선호한다는 결과보고가 서술되어 있다. 이점에 비추어 볼때 ‘비젼 2030’은 일반국민의 눈보다는 그 정체가 불분명한 ‘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