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상회담에 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람

노무현 대통령은 조건없는 북미 직접 대화 요구하라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여섯 번째, 작년 11월 APEC 정상회의 때 경주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만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무엇보다 대북 관계와 한미FTA를 주된 의제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무게는 과거 어느 정상회담보다도 큰 비중을 갖는다. 두 사안 모두 남북 민중의 삶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위 당국자 등의 발언을 인용한 언론에 따르면 정상회담의 결과가 많은 부분 예측되고 있다. 외교적 수준에서는 경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연장에 있는 작전통수권 문제는 큰 논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국방론에 근거한 높은 예산 책정과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13일 평택 대추리, 도두리 철거라는 큰 선물을 들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최근 수년간 한미관계의 변화'에 대해 "동맹의 미래지향적 현대화를 위한 것으로,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물에 대한 호의 표시로 읽히는 대목이다.

대북 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 아래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행의 필요가 재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하고 북을 적성국, 테러국으로 규정한 부시정권의 태도가 바뀌지 않은 데다, 최근 추가 금융제제를 통해 북을 압박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재론한다 하더라도 상투적이고 의례적이어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미 금융제재로 곤경에 처해있고 따라서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오히려 대북 봉쇄정책을 강화함으로써 남북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가령 미 연방하원은 정상회담 하루 전인 오늘 '북한비확산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사일,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나 기술을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내용의 '북한비확산법안'(North Korea Non Proliferation Act)은 부시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면 정식 발효되며, 지난 7월 북 미사일 시험 발사, UN안보리 대북결의문 채택 이후 이루어진 입법조치이다. 미국은 이미 UN안보리 결의에 따른 초강경 제재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는 공문을 6자회담 참가국과 190여 개 유엔 회원국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법안이 발효되면 현재의 제재보다 강화된 북 대량살상무기(WMD) 구매 및 판매 제재, 북한 선박의 해상 검문, 추가 금융 제재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는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 기조와 추가 대북 제제 입장이 일정하게 마찰을 빚는 가운데 북을 압박하는 수준의 '공동의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주한미군기지 이전확장, 한미FTA 추진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에 대해 줄 것 다 주고도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는 셈이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한반도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을 중단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오늘 이루어진 하원의원의 입법 조치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 되며, 지난 UN안보리 결의도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의사 정도는 밝혀야 한다.

김대중 전 대툥령은 오늘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호 인터뷰에서 "(미국의 강경파는) 북한을 강경한 길로 몰아붙이면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데 미국의 네오콘은 마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치듯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말을 했다가도 바꾼다"는 비판에서 "북을 봉쇄하면 안 된다",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주지하듯 햇볕정책과 이를 계승한 평화번영정책이 한반도 평화 실현의 측면만큼은 큰 기여를 해온 게 사실이다. 참여정권 후기에 들어서며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반동의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지만, 오늘 "북을 봉쇄하면 안된다"라는 주문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에게 던지는 마지막 바램일 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실현에 대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모든 걸 떠나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최소한 이 정도 말만큼은 하고 와야 밥값이라도 하는 거다.

"미국은 지금 당장 조건없이 북미 직접 대화에 나서라. 북에 대한 모든 제재를 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