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미국 자체가 테러국가다

총기난사사건의 배후는 미국

버지니아주 공과대학에서 17일에 터진 조승희 씨의 총기난사 사건을 두고 온갖 설왕설래가 오고가고 있다. 김우창 교수는 한겨레신문이 밝힌 대로 미국 문명사의 권위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조승희씨 사건을 애꿎은 구석으로 몰고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해석만 하고 있다. 제국주의의 오만을 지적하긴 하되 사태의 본질을 도덕적 부패나 편협한 도덕주의로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김우창 교수는 후진국의 사람들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부패한 나라라고 보는 자기방어 이데올로기가 단순하고 모순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갈등이 부질없는 것이라고 진단,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인의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추상적인 문명사의 관점에서 나오는 추상적인 담론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가 <보울링 포 콜럼바인>에서 미국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을 사회 전체에 주입시킨 나라라고 한 말을 굳이 인용할 것도 없다. 어디서든지 총을 구입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도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헌법에 총을 소지하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이 9.11테러, 조승희 씨의 총기난사 사건 못지않게 끔찍한 일이라는 점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부시정권이 연장을 거부한 A47 등 공격용총기규제법이 성립한 1994년 이후 새로운 총기규제 움직임이 적어도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중단되어 있다. ‘범죄율 저하’라는 구실 하에 테러 및 폭력을 방조하는 것이 미국이다. 부시 자신도 체니 자신도 전미소총협회의 고위간부이고 전미소총협회 회원들이 부시정권의 지지층 아닌가. 테러 및 폭력의 원인은 이슬람국가나 조승희 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미국인들에게 폭력을 내면화시켜 놓고 그 내면화된 폭력을 미국의 제국주의적 폭력에 대한 알리바이로 삼는 부시와 미국 자체에 있는 것이다. 폭력을 방조한다는 점에서 미국은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다. 조승희 씨는 그러한 나라가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조승희 씨의 총기를 겨누는 모습이 영화 <택시드라이버>에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를 닮았다는 등 언론매체나 인터넷매체에서는 조승희 씨를 비아냥거리며 또 다른 쾌락거리를 찾고 있다. 스스로를 순교자로 생각하는 조승희 씨 사건의 본질적 원인에 대해서는 숙고하지 않으면서 센셔이셔날한 기사만 나오고 있다. “너로 인해 이런 일이 생겼다”고 조승희 씨가 말했을 때 그 ‘너’는 누구일까 혹은 무엇일까?

미국헌법에는 인종차별이 명시되어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미국사회의 한 가지 어두운 그림자는 조승희 씨를 포함한 어느 특정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미합중국헌법 자체에서 나온다. 미합중국헌법 제1조 제2절 제3항, 제4조 제2절 제3항 등에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미국의 감옥재소자 중 60% 이상이 흑인이나 스페인계 미국인이라는 것은 미합중국헌법이 흑인, 인디언을 차별 배제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계 조승희 씨의 행동은 과도한 측면이 있긴 하되 개인의 도덕성으로 환원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차별과 배제를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에선 독버섯이 자랄 수 있다. 차별과 배제를 헌법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미국은 또 다시,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다.

후진국에 사는 필자로서 미국이라는 선진국은 분명하게 타락한 나라다. 그러나 미국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나라가 아니라, 실제로 타락한 나라다. 현재 미국 인구 중 6천만 명이 하루 7달러로 연명하고 차상위계층 9천만 명이 10달러 이하로 연명하며 천분의 일에 해당하는 30만 명이 미국 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은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된 반민주주의국가다. 미국의 지배계급의 사치는 도를 넘어서 있거니와, 미국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나라라면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일 뿐이다. 조승희 씨가 ‘너희들의 타락’을 질타한 것을 두고 도덕성, 청교도주의 등을 동원하며 품위있고 폼나게 해석할 일이 아니다. 그의 말은 미국 지배계급의 실제적이고 경제적인 타락을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과거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 때 최초 1개월 동안 미국이 전쟁에 퍼부은 돈은 무려 18조 원이었다. 전쟁을 명백한 운명으로 알고 있는 미국이 이제까지 전쟁에 퍼부은 돈이 얼마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이 부패한 나라라는 것은 단지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생일파티에 몇 천만 원씩 써대는 식의 지배계급의 사치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이미 부패한 나라고 이런 의미에서 미국은 민주주의국가 아니다. 따라서 후진국의 자기방어 논리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고 미국에 대한 비판은 전혀 부질없는 짓도 아니며 단순한 자기방어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제목처럼 그렇게 ‘우아한 세계’가 아니다. 그토록 우아하지 않은 세상에서 벌어진 조승희 씨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우아한 해석은 미국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그 왜곡된 미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감염시킬 뿐이다. 미국 스스로 악의 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제2의 조 승희는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다. 조승희의 총기난사사건의 배후에는 바로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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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idge

    조승희보다 이득재 당신이 더 한심하고 위험하군요.

  • 아무개

    우리는 이사건에서 누가 이런 끔찍한 범행을 했느냐보다 최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우리는 사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한 젊은 한국인의 삶을 타락시킨 오만으로 가득찬 미국이라는 나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한다.

  • 좋은 글인데

    아직도 위에 글쓴 ‘누가’ 처럼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혀 글의 행간의 의미를 파악못하고 비난만 일삼는 자가 있는 것 보니, 우리나라도 정신병자가 거나, 이득재 논설위원의 자평대로 우린 후진국인가 봅니다.

  • 최원

    바로 이런 글이 '반미주의'와 '미국에 대한 증오'로 가득찬 글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을 악마화함으로써 자신을 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그런데 정말 납득이 안가는 것이 있는데, 도대체 이 글이, 얼마전 여수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인종주의 나라 사람, 양극화로 국가가 절단난 바로 그 나라 사람, 몇해전 어떤 열받은 사병 하나가 총기난사로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 나라 사람, 바로 그 잘난 대한민국 사람이 쓴 글이 맞는가 싶습니다. 부실공사로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져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바로 그 나라 사람, 정치가 온통 부패로 가득차있고, 국민들의 삶의 궁핍화는 아랑곳 없이 자본의 자유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와 FTA 체결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바로 그 나라 사람, 바로 그 대한민국 사는 사람이 쓴 것 맞는가 싶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보고 욕하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같이 똥묻은 개끼리 뭐 그렇게 욕을 해대는지 참 ... 오히려 우리모두 똑같은 지옥을 살고 있다! 이렇게 말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런 글이 다른 곳도 아닌 참세상에 실린 이번 사건에 대한 '논설'이라는 거, 그것이야말로 한국좌파의 비극이 아닐까 싶군요. 김우창 교수의 글 한겨레에서 읽었었는데, 아주 나쁘진 않았습니다. 물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들어가진 못했지만, '제3세계주의' 극복해야 하는 것은 맞는거죠. 그 이유가 달라야 하지만. 과거에도 제3세계주의는 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현재에도 도움이 될리가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사실은 현재 정세에서 제3세계주의는 우리 운동 말아먹기 딱 좋은 사고라고 보면 틀림 없을 것 같습니다.

  • 이뭐병..

    미국의 감옥재소자 중 60% 이상이 흑인이나 스페인계 미국인이라는 것은 미합중국헌법이 흑인, 인디언을 차별 배제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반증이다 <-- 범죄 저지르면 감옥가는거지 흑인이랑 스페인계가 많다고 헌법에서 인종차별한다는 논리는 대체 무슨??

  • 제주인

    참 글을 못쓰셨네요. 결부할 것을 결부해야지..
    미국의 실체에 대한 분석은 어느정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조승희는 우울증으로 인한 총기난사의 가해자입니다.

  • 이득재

    세상/참 이렇게 돌아가니 참/세상이 있는 거죠 글 맥락은 미국, 조 승희씬데 우리나라 얘기는 맥락에서 벗어난 것이네요, 한국좌파까지 물 먹이진 마세요 물은 내가 다 마실테니까 미국헌법을 보세요 <양들의 침묵>에서 범인이 엽기적인 행각을 하는 원인은 뭘까요? 조 승희씨를 우울증에 빠트린 것은 뭘까요?

  • ㅋㅋㅋ

    오히려 한 젊은 한국인의 삶을 타락시킨 오만으로 가득찬 미국이라는 나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한다 ㅋㅋㅋㅋ 싫은 극히 인종차별이 심한나라는 대한민국 같은 민족임에도 불과하고 차별하는 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