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비정규직을 만들지 않기 위해”

[비정규법 패기! 폐기](3) [인터뷰] 이인 전국평생교육노조 위원장

비정규직과의 약속, 모른 척하면 그만인 노동부

노동부는 비정규직이 집단 해고되고 있는 현실에도 비정규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할거라고 당당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부 산하 기간에는 비정규직이 넘쳐난다. 한국에 존재할 수 있는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곳. 그곳은 바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학교법인 기능대학이다. 이곳은 노동부 산하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파업 30일을 맞던 2005년 11월 22일 국회 앞, 전국평생교육노조 조합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온 몸에 쇠사슬을 묶고 국회로 진격했다./참세상 자료사진

그리고 노동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약속은 그저 모른 척하면 되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당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 나설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5년 겨울, 66일간의 싸움을 통해 비정규직 고용승계와 단계적 정규직 전환을 따낸 전국평생교육노조(구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가 2년 만에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노동부가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2005년 파업 당시 노동부는 “2007년에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50% 수준까지 정규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기획예산처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나올 예정이라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노동부는 무기계약이 어디냐며 영원한 계약직인 무기계약 노동자로 살아가라고 한다.

이에 전국평생교육노조는 지난 달 16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이 날 총회에는 92%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몸이 아파서, 피치 못할 상황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 조합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했다. 그리고 93%의 조합원이 쟁의행위를 하자고 찬성표를 던졌다.

“노동자를 교육하는 사명감으로 싸운다”

이인 전국평생교육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2005년의 힘든 싸움의 기억을 그대로 안고 있는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에 다시 한 번 나서겠다고 결의한 이유에 대해 이인 위원장은 “변한 것은 하나도 없고 노동조건은 오히려 후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인 전국평생교육노조 위원장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학교법인 기능대학 소속 비정규직 교사의 임금은 정규직 교사의 50%에 그치고 있으며, 시간외수당과 성과급은 그림의 떡이다. 이인 위원장은 “두 사람 일해서 정규직 한명의 성과급을 벌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비정규직 교사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교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전국평생교육노조 조합원들은 사명감으로 다시 투쟁에 나섰다고 했다. 왜냐면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또 다시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철폐가 적힌 조끼를 입고 수백 명의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난다.

“학생들 앞에서 조끼를 입고 수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사로서 당당하게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이 사회에서 어떻게 차별당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얘기해줘야 하죠. 투쟁을 조직하러 전국 순회를 했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투쟁을 외쳐 주더라구요. 얼마 지나지 않아 비정규직 교사인 나의 삶이 바로 자신의 삶이 된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죠.”

“무기계약직은 영원한 계약직”

전국평생교육노조는 13일부터 기획예산처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한다. 2005년의 합의를 기획예산처가 다른 부처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들며 이미 합의한 정규직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인 위원장은 무기계약화가 정규직화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 이인 위원장은 “무기계약직은 계약직이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기계약화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분리직군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인 위원장은 “경총에서 나서서 홍보하고 있는 분리직군제를 정부도 적극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는 차별을 고착화 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안 나왔으면 우리는 당연히 정규직이 되는 것이었죠. 합의는 지키는 게 당연한 것이니까요. 대책 때문에 오히려 노동조건이며, 차별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죠”

  이인 전국평생교육노조 위원장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비정규법을 비롯한 정부에서 내고 있는 대책들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비정규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글로벌 트랜드에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투쟁은 너무나 무력해 보인다. 비정규법이 통과될 때도,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었을 때도,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을 때도 민주노총은 그저 “참담하다”라는 말을 되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인 위원장은 “솔직히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라며 “투쟁을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이미 3~4월에 투쟁계획을 마련했어야 한다. 다 통과되고 싸우면 얼마나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민주노총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싸울 수는 없기에, 더 큰 싸움을 연대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야 하기에 또 다시 민주노총 깃발 아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여야 함을 강조했다. 이인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는 사업장들은 대부분 작다”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똘똘 뭉쳐서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인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노동부를 수입하자”라는 도발적인 말을 했다.

“노동부라고 하면 노동자들을 보호하라고 세금 쏟아 부어서 만든 곳인데 노동부는 오히려 노동자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서고 있어요. 노동부가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비정규직 많이 고용해서 시험해보고 퍼트리고 있는 상황이예요. 그냥 노동부도 용역화하고 아웃소싱 해 버리자구요. 그래야 뭐가 문젠지 알 것 아니에요. 한미FTA가 좋은 거라고 선전하잖아요. 그럼 노동부도 미국에서 수입하죠 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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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 산업인력공단 , 전국평생교육노조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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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경란

    내용을 입력하세요.우리 학교의 (원주 폴리텍) 유능하고 정말로 열성적으로 강의해 주시는 교수님들은 비정규직 교수님들로 요즘 교문 입구에서 피켓들고 계시는데 반드시 원하시는 데로 성취하시고, 또 마땅히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리 되어야만 합니다 화이팅 하세요 마음으로 밀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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