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사태 '반미'론으로 번질까.. 보수언론들의 반격

왜곡, 편파 보도의 주자 '조선일보', 오히려 반전평화 단체들에게 역공

한국인 피랍사태가 20 여일에 이르고 있고, 2명의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했다. 더 이상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이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국민들은 미국의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조선, 중앙, 동아 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인질 석방을 위한 미국의 실질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반미론’ 확산을 위한 정치적 의도라며 왜곡했다.

심지어 ‘반미론 확산 경계’를 이야기하며 특정 단체들이 이번 사태를 ‘제2의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하거나 시민단체 회원들을 ‘반미촛불집회 장사꾼’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반미론 확산'을 우려하고 있는 입장에는, 파병의 책임이 있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도 마찬가지이다.

남은 21명 피랍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 국민들이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고, 피랍자 가족들까지 나서서 미국이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시점에, 일부 보수언론들의 이런 보도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우회해 사태 해결할 수 있나

파병반대국민행동은 6일 '조선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피랍된 21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절실함도 외면한 보수언론들이 미국 감싸기에 도를 넘고 있다"고 규탄했다. 나아가 "조선일보가 미국의 전쟁정책을 정당화 하기 위해 벌이는 악선동이 피랍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책임론'이 사회적 여론을 형성한 것은 특사 파견 등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번째 피살자가 발생하면서부터였다.

국내 여론은 인질 석방을 위한 한국정부와 아프간 정부의 시도들이 효과 없이, 두 명의 인질이 피살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언론 노출을 자제해 온 피랍자 가족들은 미 대사관 앞에서 '아이들을 살려달라'는 피켓을 들고 미 대사관을 향한 눈물의 호소에 '미국 책임론'의 더욱 사회적 발언력을 얻게 됐다.

사실상 '미국'을 우회해서 피랍 사태의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보수 언론들이 오히려 '미국 책임론=반미론'으로 해석하며 '친미'와 '반미'를 구분짓는 색깔론의 카드를 들이민 셈이다.

2001년 '대테러 전쟁'을 선언하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해 탈레반이 축출된 후 사실상 미국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업고 권좌에 오른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결국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움직일 힘도, 포로 교환의 결정도, 군사작전 및 점령 중단의 열쇠도 미국 정부가 갖고는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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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왜곡 편파보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보수 언론들의 왜곡, 편파 보도는 사회적 논쟁이 대치점에 이르렀을 때 언제나 빛을 발했다. '미국 감싸기'에 나선 이들의 보도가 사실 조차 왜곡하며 반전평화운동 단위들에게 오히려 비난의 칼날을 돌리고, '탈레반은 왜 비판하지 않냐'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파병반대국민행동이 탈레반을 비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피랍 소식 직후에 낸 성명서에도 탈레반의 “민간인 납치 살해 위협”을 비판했고, 피랍자 피살 직후에도 탈레반의 민간인 살해를 비판했다.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 등에거 지속적으로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납치와 살해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또한 '조선일보'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을 '반미 단체'로 규정했다. 그러나 정작 파병반대국민행동은 미국을 반대하는 '협소한 반미운동 단위'가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전쟁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그간 미국의 진보적인 단체들과 반전 평화운동의 연대활동을 해 왔고, 유명한 미국의 반전 활동가 신디 시핸의 방한 당시에도 적극적인 대중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국적과 상관없이 연대 해 왔다.

'미국을 반대한다'는 무게보다 '미국이 진행하고 점령과 패권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에 무게가 실려 있다. 아울러 파병반대국민행동을 '반미단체'로 규정하기에는 소속 개별단위들의 정치적 성격이 매우 다양하다는 특성도 있다.

나아가 파병반대국민행동이 미국만 반대하면서 미국의 책임을 묻는게 아니라, 비슷한 비중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도 묻고 있다. 파병을 통한 공동 점령, 협상 과정의 무능함, 책임 회피, 미국 감싸기 등 노무현 정부가 보여온 행태를 비판하며 '아프가니스탄 뿐만 아니라 이라크, 레바론에 파병된 한국군에 대해 즉각 철군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부 보수 언론들이 '반미론 확산'을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며 무게를 실었지만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히려 미국을 우회해 이번 피랍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반문하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랍 직후부터 진행해 온 철군 주장과 점령 중단의 주장은 정당하다"고 자평하며 "(우리는 반전평화) 운동의 확대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이것만이 피랍자들의 생명을 지키고,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희망사회당은 6일 논평을 통해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반미여론이 확산되어 보수정치세력이 당선되지 못했다는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이번 사태가 2007년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피랍자들의 무사귀환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사태를 왜곡하고 있는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 일부언론들과 한나라당의 태도야말로 확산되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시절 탈레반을 후원해 무장단체로 성장시킨 배후 세력은 미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은 9.11 사건의 주범을 체포한다는 미명하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하고,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고,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평가받는 카르자이 정부를 세웠다. 미국은 국가재건을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계속하면서 7년째 비극의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1만 명 이상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아프간 민간인들이 점령군의 폭격과 군사작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사회진보연대는 성명을 통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작년에만도 약 4,4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또한 미국은 폴리차르키, 바그람 등의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학대하고 고문해 왔다. 이러한 미국의 전쟁과 점령, 국토파괴와 인권유린이 아프간 저항세력의 납치와 인명살해 같은 계속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아프간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의 출발점은 미군과 나토, 한국군을 비롯한 모든 외국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고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미국과 연합군은 지난 2일 남부 칸다하르의 탈레반 거점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대규모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은 사태 초기부터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고 수수방관하면서 탈레반 소탕작전에만 골몰했다. 그러나 군사작전은 또 다른 재앙과 폭력을 부를 뿐이다. 미국은 인질구출작전이나 소탕작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랍된 21명의 무사귀환을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미국에게 책임은 없다'고 감싸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움직이고,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요 주장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군사공격을 중단하고, 군사 작전이 아닌 포로교환요구 수용을 통해 실질적인 결과'를 내놓을 미-아프가니스탄의 정상회담을 촉구했다.

보수언론들로부터 '반미 단체'로 규정당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의 오혜란 평화군축팀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미-아프간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구심이 든다"며 사태의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이 대테러전쟁을 진행했고, 원칙을 고수해 왔지만 여전히 전쟁과 점령과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억류된 한국인들이 풀려날 수 있는 방법으로 탈레반이 인질교환을 요구한다면 더 많은 희생이 없도록 인질을 교환하면 된다.

지금 보수언론들과 미국은 '동맹의 정치', 정치 공학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반미 논란'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상식적이고 국민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피랍인들을 위해 '미국'이 나서라는 우리들의 요구가 '반미'를 위한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21명의 피랍된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간절한 바램으로 읽힐 것이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지금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마라"


한편 진보정당들은 피랍 사태의 근본 책임이 한국군 파병에 있음을 전제하며, '국회와 정치권은 즉각 임시국회를 소집해, 즉각적인 철군을 결의해야 한다'고 국회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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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 , 보수언론 , 아프가니스탄 , 피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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