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두 정상의 입

남북정상회담 냉정하게 지켜보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최소한 이번 일주일간 우리 사회는 남북정상회담의 폭풍에 휩쓸리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아침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건너고, 2박 3일간 두 차례 정상회담을 비롯, 아리랑 공연 관람, 서해갑문과 평화자동차 공장, 개성공단 방문 등의 일정을 갖는다. '남북 공동번영', '한반도 평화', '화해와 통일' 등 중요한 의제를 놓고 김정일 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어떤 합의를 도출해 낼지, 방북 일정 동안 어떤 해프닝이 일어날지, 이를 지켜보는 한국 사회 각 정치세력의 태도와 외신 등 세계 주요 언론의 반응은 어떨지... 모든 이목이 평양,남포,개성으로 집중될 것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경제공동체의 초석을 놓는 '평화선언' 채택의 성과를 예고한다. 선언 내용에 따라 6.15 선언 7년만에, 9.19선언과 2.13합의 조치 이행의 연장에서 남북, 북미관계의 획기적 변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북경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비핵화 중간단계 로드맵을 담은 6자회담 합의문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남북정상회담이 한층 탄력을 받을 모양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경제공동체 전망 그 자체로는 6자회담 회원국 뿐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 어느 정치세력도 반대하지 않는 공통의 관심사로 자리잡았다. 분단이 가져다준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향해온 남북 사회구성원 모두의 성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사회의 진보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을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면서도 냉전적 인식과 분단고착형 사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초기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와 조건부 찬성의 혼란된 모습을 보였고, '한반도 평화' '공동번영' '통일의 새로운 국면'의 측면보다 북핵 폐기에 목을 메달았고, 북방한계선 의제는 거론조차 못하게 하는 소아병적 모습을 노출했으며, 최근에는 아리랑 공연 관람조차 문제삼는 식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흠집내기 바빴다.

역편향도 존재한다. 최초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알려진 시점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환영과 찬양 일색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고, 전폭적이고 현실 초월적인 지지를 보내는 경우가 그렇다. 남북정상회담의 필연성과 중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반도 사회구성원의 이해를 기초로 하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이면에 가려진 반평화적인 요소를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주로 북미 간, 6자회담 회원국 간 이해관계와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미국의 3대 대테러전쟁 전선에의 파병 강행,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해온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사실상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국제 정치역관계상 6자회담 회원국간, 북미간 긴장이 큰 과제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한국 정부의 능동적인 역할과 남북 사회구성원의 참여와 이해에 바탕을 둔 평화체제 구상과 사회적 실천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실정이다.

지금 노무현정부는 누가 보더라도 한반도 평화를 진두지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무현정부가 말하는 평화에 반평화의 칼날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버마 민중항쟁에 대해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관심한 태도에서 아시아 평화에 대한 적대감마저 느껴지며, 철군계획서 제출을 9월에서 다시 10월 중순으로 미뤄 과연 철군할 의사가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천호선 대변인이 북 사이트 차단 해제와 관련한 학술적 수준의 해명 발언도 그러하거니와, 참여정부의 부처에서 정보통신망법을 들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삭제를 명령하는 사태도 쉽게 지나칠 해프닝이 아니다.

남북경제공동체 문제는 더욱 조심스럽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은 인천-개성-해주와 한강하구-서해 섬을 묶는 이른바 서해평화벨트를 제안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와 열차 개통, 강화도와 개풍군을 잇는 연륙교 설치 등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과 관련해서 방북 수행단에 공기업 회장,사장과 재벌 총수들이 포함된만큼 가시적인 성과부터 향후 대강의 밑그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협에서 정부는 차관 제공을, 민간자본은 자본투자 방식을 골격으로 한다. 정부는 민간자본의 대북 투자를 이끌기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선투자와 북 지하자원 개발 등에 있어 유무상통(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의 경협 원칙을 강조하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북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시장화와 노동유연화 전략이 근간을 이룰 전망이다. 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자본은 적극적인 진출을 꺼릴 것이며, 그 역도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이처럼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남북 무역에 있어 민중적 방식의 방안과 계획이 검토, 제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북과의 본격적인 경협이 지금까지 남에서 경험해온 신자유주의적 방식의 재편으로 획일화될 경우 한반도 사회구성원 전체의 양극화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노동에 있어 장기적으로 대북 자본진출에 대한 민주적 통제 과제와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주지하듯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경제공동체 전망 논의는 한반도 사회구성원의 삶과 생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문제이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은 그 겉과 속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 자리잡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든 창구는 두 정상의 입으로 집중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한마디 한마디 무게를 결코 가볍게 지나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