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빈곤 철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중단, 민중생활권 옹호부터

10월 17일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1993년 총회에서 이 날을 정한 데 이어 UN은 2000년 밀레니엄개발목표를 통해 2015년까지 빈곤과 기아를 대폭 감소할 것을 결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의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2001년을 기준으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은 약 11억 명에 달하고, 전 세계 인구의 1/3에 가까운 27억 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적 빈곤층의 감소가 더딘 데에 비해 부와 빈곤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백만장자의 가구의 수는 0.7%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부는 전세계 부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0.1%의 부자는 17.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들 부자들은 미국, 캐나다 에 50%, 유럽에 25%로 몰려 있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빈부격차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이면에서 세계 최고 경제대국의 하나인 일본에서는 최근 음식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굶어 죽은 지 수개월 후 발견된 한 남자가 자신이 죽는 과정을 옮긴 일기장이 발견되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기도 하다. 죽기 직전까지 그는 일기장에 주먹밥을 먹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997년 한국사회 외환위기 과정에서 가혹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맹위를 떨쳤던 IMF는 최근 발간예정인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 “기술과 외국인 투자가 전 세계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라는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세계화의 3대요소인 기술, 외국인투자, 무역 중 무역을 제외시킨 ‘반쪽짜리’ 인정에 불과하지만, 세계화의 주범이 세계화가 빈곤과 불평등의 원인임을 처음으로 자인한 것이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빈곤과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들은 세계화가 부족해서 그렇다면 ‘더 많은 세계화’가 대안이라고 줄곧 강조하여 왔다. 하지만 이제 세계화는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대안이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그걸 낳는 원인임이 분명하다.

한국사회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공식통계상으로도 500만을 훨씬 넘긴 빈곤층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 또한 확대일로에 있다. 이제는 ‘20 대 80의 사회’가 아니라 ‘5 대 95의 사회’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시대이다. 빈곤이 예외가 아닌 보편적인 사회, 세계화와 국가경쟁력, 경제성장이 살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

향후 5년간 한국사회 정치권력을 결정하는 대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선 후보들은 경제성장만이 사회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 경제프레임을 앞세운 한 대통령 후보는 50%가 훨씬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자유화, 세계화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젖힐 한미FTA는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고, 한EU FTA를 비롯한 수많은 FTA가 추진 중에 있다. 심지어 진보운동 진영에게조차 ‘경제성장’의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물, 전기 등 노동자 민중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공공재마저 이윤과 경쟁이라는 정글 시장의 먹이로 넘기려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들은 10월 17일 세계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인간의 권리를 외치다’란 이름으로 ‘빈곤심판 민중행동’을 가진다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중단과 바닥 생존을 탈출하기 위해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한 10가지 요구안을 내걸고 있다. 빈곤의 퇴치는 정부의 시혜나 원조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음은 이미 역사에서 증명되어 왔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의 보장, 주거·건강·교육 등 기본 사회서비스의 사회적 제공, 대다수 노동자의 노동권 등이 ‘권리’로서 인정될 때 빈곤과 불평등은 감소되어 왔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중단’ ‘기본생활권 쟁취’는 현 시기 빈곤철폐를 위해 반드시 취해져야 할 핵심적인 조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