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노조의 원직복직투쟁 700일을 기념하며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7)

아스팔트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에 지난 600일 투쟁이 숨 막히게 다가온다
....... 600일 기념의 아무것도 우린 기념하지 않음에
세상이여!! 피맺힌 노동자들의 외침을 그저 지나는 바람소리로만 듣지 말고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들을 늪에서 건지는데 모두 귀 기울이고 힘을 모읍시다


이랜드 투쟁으로 더욱 뜨거웠던 여름도 꼬리를 내려가고 처서를 넘긴 지 며칠 되던 날, 르네상스노조 블로그에서 ‘600일’이라는 제목의 이 글을 보았다.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은 600일.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 이 날, 나는 무엇을 했었나? 르네상스노조 투쟁이 600일이 되었던 날은 기륭분회 투쟁이 시작 된지 2년이 되던 날이었다. 기륭전자 정문 앞에서 ‘여성 비정규4사 공동투쟁 선포’가 있던 이 날, 나는 출근투쟁부터 저녁 문화제가 끝나고 이어진 뒤풀이까지 기륭 동지들과 함께 했었다.

오후 일정을 마치고 부랴부랴 4시 쯤 르네상스호텔 앞에 갔는데, 언니들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대기 중인 택시기사님들에게 물어보니 방금 전에 가셨다 한다. 아마 호텔 앞에서 일정을 마치신 후, 이랜드 투쟁에 가셨을 게다. 언니들이 호텔 앞과 버스정류장 까지 이 곳 저 곳에 걸어놓은 현수막과 직접 쓴 종이 피켓과 생수통 피켓이 없는 테헤란로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잠시 주변을 서성이다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터벅터벅 내려왔었다.

  르네상스노조투쟁 6백일 즈음 르네상스호텔 앞


십여 년을 르네상스호텔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2001년 말, 하루아침에 정규직 때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용역업체 직원’이 되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9일 동안 파업도 해보고,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2005년 12월 31일,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을 해고 했다. 검찰은 불법파견 무혐의 처리를 했지만, 지난 여름 ‘근로자지위확인 및 체불임금지급소송’에서 노동조합이 일부 승소하였다. 당장이라도 호텔에 출근하게 된 것 마냥 기뻐하던 언니들의 환한 웃음이 떠오른다. 회사는 이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고, 임금지급만 이행을 하고 있는데, 그 임금지급도 영업방해 관련 배상금 청구 금액을 제외하고 했다 한다. 가을 어느 날인가 기륭분회 연대집회가 있던 날, 이옥순 위원장님이 커피 믹스를 살짝 놓고 가시는 것을 보았다.

  올봄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앞


이번 가을, 르네상스 언니들은 삶이보이는창에서 하는 ‘여성노동자 글쓰기교실’에 참여하셨다. 백지 위에 펜을 꾹꾹 눌러가며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글을 쓰고, 때로는 턱을 괴고 고민도 할 언니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오늘, 그 정성스런 글이 담긴 문집이 나오는데, 왜 내 마음이 설레는지 모르겠다.

  지난여름 이랜드투쟁에서 르네상스노조 조합원들

12월 2일은 르네상스노조의 원직복직 투쟁이 시작 된지 700일이 되는 날이다.
르네상스노동조합 동지들의 원직복직 투쟁 700일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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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직복직 ,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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