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권리 :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투쟁 ①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19) - 화이트데이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해고자 전원 복직, 노동조합 인정,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며 부평 GM대우 자동차 옆 CCTV 관제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오늘로서 83일 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힘겹고, 소중한 투쟁을 하고 있는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시간 순서대로 연재되지 못할 수도 있는 점에 대한 양해와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필자주>

“위에서 다 같이 구호를 외치고, 팔뚝질 하는 모습을 보니 장관입니다. 저는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이대우 입니다. 오늘은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해주시고, 박현상 동지가 투쟁의 현장으로 복귀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오늘 문화제가 기대 됩니다. 위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무료하기도 하지만, 많은 교훈을 얻고, 몰랐던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습니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지회)의 부평구청역 고공농성 79일 차가 되던 3월 14일 저녁, 촛불문화제.

수염이 덥수룩한 이대우 지회장이 25m 상공에서 확성기를 이용하여 발언을 한다. 박현상 조직부장의 65일 고공농성에 이어 이대우 지회장이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이대우GM대우비정규지회 지회장

여느 문화제 때와는 달리, 큰 엠프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에서 준비해온 것이라 한다. 문화제 참여자들도 백 명 가량 된다. 부평역에서 이랜드 불매운동 선전전을 마친 이랜드·뉴코아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 정투위, 경인교대 총학생회, 전해투, 사회진보연대, 노동자투쟁연대, 노동해방실천연대, 지민주 동지, 기륭전자분회가 참가단위로 소개 된다.


오늘은 박현상 조직부장이 퇴원을 하고, 처음으로 동지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날이다. 내려오던 날, 경찰의 침탈 위협 때문에 그는 목소리도 들려주지 못하고 농성장을 떠나야했었다. 걷기가 힘들어 치료 중이라는 이야기만 조합원들을 통해 듣고 있던 터였다. 지상에서 발을 딛고 서있는 모습이 아직 조금은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박현상 조직부장의 얼굴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확인을 한다. 얼굴이 익숙해지기 전에 올라가버렸기 때문에 고공농성 중의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그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키가 크다. 1m 80cm라고 한다. 그 큰 키로 그 좁은 공간에서 두 달을 버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65일 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처음으로 동지들 앞에 선 박현상 조직부장

“가능하면 제가 위에서 끝장을 보고 내려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또 다른 동지를 저 곳에 올려 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65일 동안 저 위에 있으면서 내려가면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해야만 할 말도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기 아직 또 다른 동지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상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은 아직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해야만 하는 말들도 많았는데, 그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없습니다. 제가 저 위에서 내다보았을 때도 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오늘도 역시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현상 조직부장이 고공에서, 그리고 지상에서 그토록 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단 한 번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이들은 누구일까?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석 달이 되어가는 사이 부평역 CCTV관제탑·한강대교 고공농성, 마포대교 농성 등 수 차례의 고강도 투쟁과 GM대우자동차 측에서 고용한 ‘용역깡패’와 경찰의 고공농성장 침탈 위협이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금속노조 차원의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2월 29일은 집회 날짜까지 잡혔다가 취소가 되었다. 금속노조 미비실을 통해 3월 14일 집회 안이 정식으로 올라갔지만, 중집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비정규직지회와 금속노조 인천지부, GM대우차지부가 논의하여 집회 계획을 세우라 했다고 한다. GM대우자동차지부도 단 한 번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박현상 동지가 해야만 할 말이 있는 단위일 텐데, 그것이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인천지역에서도 와 있을 법한데, 올 때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단위가 있다. 내가 매번 참석한 것은 아니니 갈렸던 것일까?


“한 가지만 동지들께 부탁드리고 들어가겠습니다. 여기 고공농성 79일차라고 적혀 있는데, 이대우 지회장은 오늘 14일차입니다. 근데 79일 된 것처럼 지회장을 대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고공농성은 계속 하고 있지만, 새롭게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래서도 투쟁해야 할 것 같고, 저 위에서 고생하고 있는 이대우 지회장 동지한테도 그렇게 대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보름쯤 되면 저 위에서는 더 많은 동지들의 관심을 바랄 때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주시고, 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래 내려온 만큼 여기 있는 동지들과 함께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

문화제가 끝나고, 기륭전자분회의 은미와 현주가 작은 사탕 상자 두 개를 이대우 지회장에게 꼭 올려달라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에게 건네준다.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박현상 동지와 함께

하루 종일 지나는 곳마다 사탕과 꽃이 넘쳐났다.

텔레비전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혜진이와 예슬이의 실종과 사망 소식이 메인 기사로 보도되고 있다. 두 어린이는 비정규직지회의 고공농성이 시작되기 이틀 전에 실종되었다. 오늘 오전, 주주총회가 열리는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는 고용승계 투쟁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일인시위가 진행되었다. 정당한 투쟁에 대해 현대자동차 사측은 징계, 고소, 고발로도 부족하여 급여 은행 계좌를 가압류 대상으로 걸었다. 한 편, 수천억의 회사 돈을 배임·횡령·손실한 정몽구 회장은 308억 원의 배당금을 받고 등기이사로 재선임 되었다. 그리고 평화적으로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요구에 폭력으로 응답했다.

오늘, 거리에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을까. 오늘은 3월 14일. 화이트데이.
덧붙이는 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늦은 6시 30분, 부평구청역 3번 출구 GM대우비정규직지회 고공농성장에서 ‘GM대우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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