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는 몰핀이다

[논설]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목소리는 없다

한국은행이 임시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나 인하했다. 지난 10월 9일 0.25% 내린지 불과 18일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대폭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돈이 더 많이 풀리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떨어져 당연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자본의 경우 이자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본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그 때문에 환율도 오르게 된다.

물가와 환율폭등.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에 대해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가가 낮아졌기 때문에 수입물가가 낮아져 물가상승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금리인하와 은행채 매입을 통해 은행의 신뢰를 높이고 시중금리 인하를 유도하여 가계의 은행 대출이자 상승 부담도 덜어준다는 설명이다.

알다시피 국제유가는 70달러 선으로 물러섰다. 8월에 13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가 대폭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국제유가가 국내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두 세달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 사이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환율이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뛰고 있어 국제유가 인하효과가 환율상승으로 상쇄되고 있어 유가가 하락해봐야 물가인하에 거의 도움이 안된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오르는 것은 은행에 돈이 말랐기 때문인데, 은행이 이자율을 높여서 시중 자금을 유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은행은 예대율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140%에 달하고 있다. 즉 100원 예금을 받아서 140원까지 대출을 해준 셈이다. 은행은 부족한 자금을 CD(양도성예금증서)나 은행채로 마련해 왔다.

그러다 지금의 위기를 맞았다. 당장 돈은 부족한데 다시 은행채를 발행해서 부족한 돈을 메우려다보니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은행채 이자율이 올라간다. 정부가 이 은행채를 사들이겠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은 예금이자율을 높여 시중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예금이자율이 높아지면 당연히 대출이자율이 높아진다. 대출이자율이 예금이자율보다 낮으면 은행이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올라간다.

기준금리인하에 발맞춰 시중은행 중 예금금리를 낮춘 곳은 현재로는 우리은행 한 곳 뿐이다. 우리은행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유일한 국유은행이다. 나머지 시중은행이 이자율을 낮출지는 미지수 이며, 은행채의 정부매입으로도 은행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리라는 전망은 어디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로 서민들의 가계대출 이자부담을 줄여준다는 정책목표 또한 달성될 수 없다.

결국 금리인하는 죽어가는 환자에게 몰핀이라는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 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중독성 강한 몰핀은 한번 놓게 되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더 많은 몰핀이 필요하다. 기준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불가피하게 금리를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물가는 더 오르고 은행에 대한 불신은 더 커져 갈 것이다.

이미 정부는 올 한해 외환시장에만 5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쓸어 넣었다. 현재 환율로 70조가 넘는 돈이다. 건설회사에는 9조원, 증권회사에는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다. 300억 달러를 지원하고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 외채를 정부가 3년간 지급보증을 한다고 한다. 정부가 자금지원을 시행했거나 지급결정이 난 것만 130조에 달한다. 정부 1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지만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없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정부가 자기 멋대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을 모두가 방조하고 있을 뿐이다.

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에 공적자금이나 정부자금이 들어가면 물가가 오른다. 시중금리는 여전히 높다. 은행은 자신의 위기를 대출금 상환으로 때우고 있다. 정부는 나서서 금리인하와 은행채 매입 등으로 은행부실을 메워주고 있다. 그러면서 종합부동산세 인하를 결정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이라는 입장까지 냈다. 시중에 들어갈 엄청난 예산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소득세, 양도세 등 감세를 말하면서 부자들의 세금 깎아주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부동산경기를 육성한다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다. 금융산업의 규제를 더 완화하여 경계를 없애고 금산분리 완화를 해서 재벌의 은행소유가 가능하게 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가능하다. 과연 지금, 위기 부담을 누가 지고 있는가? 정부가 지원해 줄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오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