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대통령에게 다른 쪽도 보여줘

[1단기사로 본 세상]

대통령이 23일 저녁 예술의전당에서 음악회 관람객과 포옹할 때 바로 그곳의 국립오페라단에서 해고된 합창단원들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중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대통령만 주목했을 뿐, 한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문화예술을 노래하다가 무더기 해고된 예술인들의 눈물은 외면했다.

  예술의전당을 찾은 대통령과 관람객(왼쪽, 25일자 중앙일보 6면). 같은 시각 예술의전당 한켠엔 집단해고된 국립오페라딘 합창단원의 1인 시위와 거리 선전전이 있었다.(오른쪽)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희망과 나눔의 2009 새봄 음악회에 참석해 관람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왼쪽 중앙일보 25일자 6면 톱)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공연에 다문화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가족, 장애인 등 1800여명을 초청했다. 물론 신문엔 대한상의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음악회 초청예고 기사도 나갔다.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가난한 서민들의 문화예술을 향유를 위해 ‘객석 나누기’ 행사를 벌여왔다. 예술의전당 역시 기업체의 후원 등으로 서민들에게 ‘객석 5% 나누기’에 동참해왔다. 이번 행사도 그 일환으로 열렸다. 대통령도 그 취지에 공감해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불우이웃과 함께 하려고 이날 예술의전당을 찾았을 것이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선 대통령과 함께 했던 불우이웃들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서도 이 나라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던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보름째 전원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이었다. 경찰은 대통령의 방문을, 더 정확히는 가난한 이와 대통령이 함께 사진(왼쪽)찍는 걸 보호하려고 해고된 예술노동자들이 매일 저녁 해오던 1인 시위(오른쪽)를 막았다.

집회 신고를 했으나 대통령 앞에 소용없었다. 경찰은 신고조차 필요 없는 1인 시위마저 막아섰다. 아래 사진은 그날 밤 경찰이 스크럼을 짜고 1인 시위자를 둘러싸는 장면이다.(아래 사진)

  경찰이 23일 저녁 예술의전당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려던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을 둘러싸고 막아섰다.
지난 1년의 통치 행적으로 볼 때 대통령과 경찰에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소리는 무의미하다. 대통령이 한쪽 눈을 감아 버리면 언론이라도 나서서 어두운 한쪽을 비춰줘야 한다. 언론마저 대통령의 환한 미소만 찾아다니며 스스로 감성통치의 도구가 돼 버린다면 그건 언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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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이명박 , 국립오페라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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