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슬픔, 이런 불공평

[새책] <여기 사람이 있다> 조혜원 외, 삶이보이는창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을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리고 사람들이 농성하는 곳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죽은 사람이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는 나라. 그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정부와 재벌과 경찰에게 없는 이들은 그저 '없는 셈' 취급당할 뿐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 조혜원 외 14명, 삶이보이는창, 1만3천 원
1월 20일 서울 한복판에서 철거민들이 떼죽음당한 이후, 많은 이들은 "여기 사람이 있다"고 목놓아 외쳤다. 용산 참사 희생자 가족과 철거민들의 기막힌 사연들이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제목의 구술집으로 엮여 나왔다. 기자, 르포작가, 인권활동가들이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받아 적었다.

소박하지만 행복을 꿈꿨던 우리 이웃들이 고단한 투쟁을 선택하기까지 그리고 무참히 짓밟히기까지의 보고서인 이 책은 조세희 작가의 말처럼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할 정도의 재개발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려준다. 참사 이후 두 달이 넘었고 구술집이 나왔지만 그 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랫동안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면 이사비 몇 푼 받고 다 포기하고 떠났던 분들을 몇 년 후에 다른 철거 지역에서 또 만나요. 그분들이 계속 낙후한데, 낙후한 데로만 가는 거예요" - 인태순, 수원시 권선3지구 택지개발지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조그만 가게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그게 꿈이고 희망이었거든요" - 지석준, 서울시 순화동

"나는 할머니와 인터뷰를 하면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삶의 의지를 보았고, ‘용사 참사 철거용역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집회 현장에서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무력하게 만드는 권력에 맞서 저항하는 것이 존엄성과 권리를 지키는 방식이기에, 그 저항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 이호연, '여기가 내 집이네, 내 집'에서

"이런 슬픔, 이런 불공평, 이런 분배의 어리석음, 이런 정치.경제 정책을 하면서는 미래가 깜깜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는 건 우리가 벼랑 끝을 향해서 가는 거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난쏘공>은 벼랑 끝에 세운 ‘주의’ 팻말이라고 내가 생각을 했어요.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저자


발품을 팔아 취재와 인터뷰, 집필을 맡아 한 열 다섯 명의 작가 외에도 작가 조세희, 판화가 이윤엽, 사진가 노순택, 인권활동가 박래군, 시인 송경동 등이 책 출판에 힘을 보탰다. <여기 사람이 있다>의 저작료 전부는 용산 참사 유가족들을 위해 내놓았다. 용산범대위는 3일 참사현장 부근 '레아 오픈식'에서 출판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 목차

책을 내며 _ 연정
‘용산’에서 확인하는 지독하게 불편한 진실 _ 박래군
주택공사라는 ‘골리앗’과 싸워 이기다 : 성낙경, 고양시 풍동 _ 조혜원
땅도 쳐다보고 하늘도 바라보며 내 집에서 살고 싶다 : 유순분, 광명시 광명6동 _ 안미선
저는 꽃이에요 : 조명희, 서울시 천왕동 _ 김일숙
나는 정의감에 불타가지고 처음에 시작했어요 : 정찬래, 서울시 흑석동 _ 자그니
집 평수 넓히려는 사람들 마음속에 폭력이 있어요 : 인태순(전국철거민연합 연대사업위원) _ 김순천
도망가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망루로 올라왔어요 : 철거민 7명 용인시 어정 _ 김형석
중요한 건 침묵하지 않는 거죠 : 이영희, 서울시 용산동5가 _ 라흐쉬나
없는 사람은 아예 없고 있는 사람은 아주 많고 : 박명순, 성남시 단대동 _ 박해성
재개발은 누구한테나 다 올 수 있는 일이에요 : 김창수, 성남시 단대동 _ 연정
혼자 가는 길 아니라네 : 남경남(전국철거민연합 의장) _ 김미정
여기가 내 집이네, 내 집 : 최순경, 서울시 용산4구역 _ 이호연
그 노래가 이렇게 내 가슴을 울릴지 몰랐어요 : 박선영, 서울시 용산4구역 _ 이선옥
내 꿈과 희망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것인가요? : 지석준, 서울시 순화동 _ 강곤
뭐 하나 밝혀진 게 없어요 : 정영신(故 이상림 씨 막내며느리) _ 도루피
내가 아버지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 故 윤용현 씨 장남 현구, 故 이성수 씨 차남 상현, 故 양회성 씨 차남 종민 _ 장일호
조세희 작가에게 듣다_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 _ 박수정
뉴타운.재개발 사업 바로알기 _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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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 철거민 , 조세희 , 여기사람이있다 , 구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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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겅퀴

    책 아주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 오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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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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