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미디어 충청] 무노조 경영하에 삼성반도체 백혈병노동자를 아십니까

삼성족벌 이건희가 사면복권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1월 9일 미국 가전제품 박람회에서 ‘사회 각계각층과 국민은 정신차려야한다’고 일갈하였다. 나아가 2월 5일 故이병철 100주년 기념식에서 ‘모든 국민들이 정직하고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주요언론에서 대서특필하였다.

불법비자금 조성과 뇌물수수, 불법세습경영 등 무노조경영 유지를 위해 자행한 납치, 감금, 핸드폰 불법복제를 통한 노동자 위치추적과 회유 등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사범인 범죄전과자 이건희의 입에서 국민들은 정신 차리고, 정직해야 된다는 훈계를 들어야하는 것은 조직폭력배의 ‘착카게 살자’라는 문신을 보는 듯한 섬뜩한 소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으로 시작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고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은 지난해 6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 지난해 8월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의 유죄 판결, 그리고 지난해 말 이명박 정권의 특별사면 등을 거치며 이건희에게 법적인 면죄부를 끝으로 정리되었지만 여전히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은 유령이 되어 이 사회와 삼성족벌 이씨 일가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양심고백 이후 서초동 법조타운에 사무실을 개업하였으나 ‘제대로 사건 수임도 하지 못하는’ 변호사이자 빵집 관리자로 살아온 김 변호사가 책을 썼다. 그가 약 7년여 동안 삼성에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삼성족벌 이건희식 황제경영’의 문제점 등 자신이 직접 수행하기까지 했던 불법 로비의 전말, 이건희 일가의 귀족적인 삶의 모습 등을 낱낱이 기록한 <삼성을 생각한다>를 29일 출간한 것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먼저 1부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에는 김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하며 겪은 갖가지 경험과 삼성 특검의 전말이 소개된다.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내용은 2부 ‘그들만의 세상’에 기록돼 있다. 김 변호사가 삼성에 입사할 당시부터 퇴사할 때까지 그가 보고, 듣고, 실행하고, 느낀 삼성그룹의 경영방식이 고스란히 수록됐다. 언론의 찬사를 집중적으로 받는 ‘총수 경영’이 실제로 어떤 폐단을 가졌는지, 이건희 전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회사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비리로 얼룩진 이건희 일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갈 삼성그룹 조직원들에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등이 세세한 예를 근거로 소개된다.

특히 그는 삼성 경영 실무의 모든 것을 책임졌던 이학수 당시 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당시 사장과의 대화를 복기해 이들의 불법적 경영 행태를 고발한다. 김 변호사의 눈에 비친 그들은 이건희 일가의 이익이 곧 회사의 이익이며, 나아가 국가의 이익이라 믿는 사람들이었다.

무노조 경영을 사수하기 위해 행하는 일처리, 도청과 관련된 에피소드, 구조조정본부 팀장회의에 올라오는 황당한 안건 등 상식에서 벗어난 삼성족벌식 경영은 이밖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책에는 일반 노동자들이 접하기 힘들 이건희 일가의 일상생활도 일부 소개돼 있다. 책에는 이건희 전 회장의 생일잔치 광경도 기록되어 있다. 김 변호사가 이건희 일가와 가진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얼마나 일반인들과 괴리되어 있는가도 생각할 수 있고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그들의 현금 개념은 어떤지, 가족관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등도 설명돼 있다.

삼성이 서울 도곡동에 지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 타워팰리스 역시 스스로를 귀족처럼 인식하는 삼성 고위층의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김 변호사는 지적한다. 2002년 10월 첫 입주자를 받을 당시 이 전 회장은 입주자 자격 심사를 지시했다. 평범한 사람은 들이지 말라는 얘기다. 이 아파트에 방문한 손님은 주인과 한 집에서 묵지도 못한다.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이 따로 있다. 외부인이 들어가려면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비자금의 또 다른 용처도 있다. 바로 이런 황제식 경영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뇌물'이다.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각계에 뿌려진 이 돈은 이건희 부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때, 비자금을 조성할 때, 삼성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많은 사례 중 김 변호사가 직접 맡았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

“대법관에게 150만 원짜리 굴비 선물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 당시 이학수는 내가 직접 전달하라고 했다. 그게 예의라는 게다. 그러나 나는 운전기사를 대신 보냈다. 속으로는 ‘대법관이 설마 삼성이 보낸 굴비를 받겠느냐’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기사에게 들으니, 굴비 잘 먹겠다고 감사 인사를 하면서 받았다고 한다.”

이 사례는 약과다. 김 변호사는 김인주 전 사장이 골프장에 동행한 검찰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고 책에서 밝힌다. 법무팀에서 김 변호사가 행한 주요 업무는 비자금 전달과 각종 소송의 뒤처리였다. 이들 업무의 최종 목표는 역시나 이건희 일가 보위였다. 이렇게 검은 돈을 주고받은 한국 사회 고위직은 모두 삼성족벌 이씨 일가와 공동운명체, 일종의 '조폭'처럼 엮여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돈을 받지 않거나 양심에 따라 소신껏 소송을 진행해 삼성에 '찍힌' 검사들 일부는 불합리한 인사 조치를 받으며 검찰을 떠나야 했다.

무노조 경영하에 이 땅의 노동자들

삼성재벌은 정치모리배 그것도 대통령 후보자를 비롯하여 국세청 등 행정관료와 판검사 등 학계, 언론계 등등에 정기적인 뇌물상납으로 삼성족벌 이씨 일가와 운명을 같이 하는 삼성장학생-삼성준직원-들을 각계각층에 심어 놓고 불법적인 족벌세습경영을 위한 온갖 불법비리를 숨겨왔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결국은 2009년 8월 벌금 1100억 3년에 5년의 집행유예로 유죄가 확정되었으나 이명박 정권은 평창 올림픽유치라는 유치한 이유로 4개월 만에 이건희를 사면복권시켰다.

그러나 IOC 집행위원회는 IOC위원인 이건희 씨가 올림픽헌장과 IOC윤리강령에서 정한 윤리 원칙을 더럽혔고, 올림픽운동의 명성을 손상시켰고, 그로 인해 올림픽헌장과 IOC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견책과 IOC의 어떠한 산하위원회에도 참가할 권리를 5년간 정지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건희가 정직해지면 대한민국이 정직해진다

삼성재벌은 무노조 경영유지를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을 납치, 감금, 해고, 구속시키는 작태 그리고 삼성계열사 노동자 28명의 핸드폰이 98년부터 불법 복제되어,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혹은 전직 여성노동자이름으로, 혹은 동료의 이름 등으로 위치추적과 도감청을 당한 객관적인 사실과 하수인들의 실명을 파악하여 몇 차례에 걸쳐 고소하였음에도 삼성재벌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검찰은 공소시효가 끝났음을 빙자하며 사건을 최종 은폐하였다.

당시 삼성SDI 수원공장 인사과에 근무하며 지역대책위에 소속되어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위치추적을 하였던 전 신경득 차장 등을 검찰에 고소하였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간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는 형식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삼성재벌의 무노조경영을 위해 노동자들을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을 하고 도감청과 미행, 감시를 한 신경득은 현재 천안 삼성SDI 매점 운영권을 인수받아 운영하며 회사의 관리와 보호 속에 이건희처럼 조사 한 번도 받지 않고 뻔뻔스럽게 잘 살고 있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2006~7년에 기흥 삼성반도체 공장 3라인에서 사수 부사수로 일하던 29살 기혼여성과 22살 여성노동자가 연이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해도 2005년 32살의 애들 아빠인 엔진니어가 죽고 지금 2010년 현재까지 제보로 24명이 백혈병이 발병하여 13명이 사망해도 업무상 재해가 아닌 개인질병이라고 매도하며 죽은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반사회적인 행태를 두고 누가 과연 이건희가 이야기하는 정직하라는 말에 감동을 하기는커녕 침을 뱉을 것이다.

[출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삼성재벌은 백혈병문제가 사회에 공론화되자 객관적이고 투명한 역학조사를 통한 진실규명보다 음모적으로 백혈병 발병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돈으로, 치료비 지원을 명목으로 유족과 피해노동자들을 회유, 협박하면서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마치 유족과 피해노동자들이 돈을 목적으로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처럼 매도하며 진실을 은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삼성전자반도체 공장에 노동자들의 제 권리를 지켜 줄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이고 이것이 삼성재벌이 무노조경영을 유지하는 본질적인 이유인 것이다.

삼성족벌 이씨 일가의 무노조경영과 족벌세습경영을 위한 온갖 불법비리는 이 사회의 가치를 전도하여 부모형제 등 인간관계를 돈으로 계산케 하고,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건강하게 일하고 죽지 않을 노동의 권리를 짓밟고 있고, 용산참사처럼 뉴타운 재개발을 명분으로 철거민들을 짓밟는 온갖 비리의 배후세력으로 범죄단체가 되어 노동자, 민중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2월 26일 태안주민 한 분이 생활고에 시달려 목 메달아 죽었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으니 벌써 네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삼성이 저지른 사고, “단 한 푼도 보상 못 받았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태안바다의 아픔처럼 태안주민들의 고통과 죽음은 계속되고 있으니 이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모아 반자본, 삼성족벌과의 투쟁을 해야 한다.

삼성재벌은 착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2005년에 삼성반도체에서 엔진니어로 근무 중 백혈병이 발병하여 사망한 고 황민웅씨 아내 정애정씨는 “11년 삼성반도체에 근무할 당시에는 죽을지 모르고 일했지만 대책위 활동을 통해 알고 보니 자신이 일했던 현장은 죽음의 공장이였다”고 “내 남편은 개인질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삼성재벌에게 학살당한 것”이라며 집회시마다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노라며 절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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