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속에서 계급투쟁을

진보평론 43호(2010년 봄호)

진보평론 43호(2010년 봄호)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시대의 지역과 풀뿌리 정치"에 대해 조망하고 있다.

<진보평론>43호 특집은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선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선거와 선거 이후 지역정치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한국과 해외의 지역정치의 사례를 조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1970년대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자 앙리 르페브르는 좌파가 ‘공간 속에서 계급투쟁을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간은 고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어 자본축적의 중요한 계기를 형성한다. 르페브르가 자주관리(autogestion) 개념을 통해 설명하려고 했듯이 풀뿌리 저항운동은 이러한 공간의 지배적 정의에 대해 저항하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공간정치로부터 생겨난다. 더 이상 작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 삶이 영위되는 도처에서 투쟁의 계기들과 조우하게 된다. 마뉴엘 카스텔은 이러한 계기들을 도시정치와 연결시키면서 주택, 전기, 교통, 교육, 상하수도, 의료 등의 ‘집합적 소비’를 둘러싼 신사회운동이 융기하는 곳으로 이론화했다. 물론 집합적 소비의 영역은 ‘공간적 조정’(spatial fix)이라는 자본의 축적 전략의 확장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는 공간의 정치를 지역정치로 경험한다. 지구적 차원의 자본, 노동, 정보의 이동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이라는 공간적 차이와 겹쳐져서 경험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적 차이를 관리하고 이로부터 생겨나는 기득권을 유지하는 제도정치의 형식은 지방자치제도로 드러난다.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치에 대한 특집을 기획했음에도 ‘지방자치제도’가 아니라 ‘풀뿌리 지역정치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것은 지역정치를 제도정치 안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정치로 보려는 진보진영의 인식 때문이다. 한국의 지역정치를 다루는 모든 저자들이 공히 인정하고 있듯이 제도정치로서의 지역정치의 현재 조건은 실망스럽다. 소위 성장연합을 구성하는 지역토호, 관료, 개발업자, 지역언론의 결속은 공고한 반면 이에 저항하는 진보적 풀뿌리 정치의 역량은 미약하거나 분산되어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나마 존재하던 지역운동의 근간이 제도정치로 흡입되면서 제도화되는 경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관적 조건에서도 제도정치 바깥의 저항적 지역정치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자본과 국가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좀 더 강하게 말하면 그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관료적인 권력과 이윤추구의 논리를 벗어난 대안적 삶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렬해진다. 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 대안화폐, 마을만들기 등의 경험, 그리고 때때로 부안투쟁과 촛불시위처럼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폭발적 경험은 이러한 열망이 공유되고 모아지는 계기들을 마련한다.

특집 이론글로 최병두가 “한국의 지역정치와 지역사회운동의 전개과정과 전망을”, 김현우가 “한국형 포스트포드주의 지방정치는 가능한가: 한국의 지방자치 진단과 평가, 그리고 대안 모색”을, 한국 사례로 유창복이 “나의 마을살이 10년: 이제 마을하자!”(성미산 사례), 고길섶이 “주체성의 정치와 좌파의 시선: 다시 부안항쟁을 생각하며”를, 해외사례로 장석준이 “진보적 지방정치의 역사적 사례들”, 서영표가 “도시와 농촌의 분리에 대한 녹색사회주의의 진단: 영국 적-녹 연구그룹의 제안”을 담았다.

일반논문으로 “노동의 개념”(이종영),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진단과 해법”(최갑수), “공화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루소의 사회계약론”(류청오), “광주촛불집회의 참여주체와 주체성 변화”(김형주), “바디우적 주체의 형상: 보편주의 윤리학의 힘과 한계”(윤영광)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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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 지방선거 , 지역정치 , 도시정치 , 풀뿌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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