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노동정책의 기원은 박정희, 전두환

[낡은책](13) 우리 노동법에 ‘복수노조 금지’는 언제 들어왔을까

한국 공업화와 노동문제 종합대책 (조승혁, 이병태, 김윤환, 김어상,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조사연구총서3, 민중사, 1984.7.25, 114쪽)

  80년대 노동문제를 연구한 세 학자. 왼쪽부터 조승혁, 김윤환, 김어상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이 1980년대 노동현실을 종합 분석해 정부에 노동정책 개혁과제를 건의하기 위해 만든 연구서다. 전반적으로 기독교 사민주의 시각에서 작성된 글이지만 당시로선 국가의 노동정책 전반에 대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2010년에 이 책을 다시 보면 많은 문제점도 안고 있다. 특히 노동복지 영역에서 제시한 사회보험 제도정비는 이 부분 필자 김어상이 경제학자였기 때문에 불충분한 이해 속에 어설프게 작성했다.

기사연 원장이던 조승혁 목사가 쓴 서론 곳곳에도 노동문제를 기독교 윤리에서 바라본 온정주의 시각이 일부 있다. 전체적으론 사회적 합의주의에 바탕을 둔 사민주의 정책에 기반하고 있다. 1장 서론과 2장 노동입법 및 행정의 개선방향은 2010년의 오늘 돌아보면 노동법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장 노동정책 개선대책도 그런대로 내용 있었다. 그러나 4장과 5장은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대충 공자님 말씀만 써 놓은 것 같다. 그래도 80년대 중반에 5장의 ‘인력개발과 보호’ 같은 주제까지 고려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책은 엊그제 개악해 지금도 쟁점인 복수노조 금지문제가 우리 노동법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역사적 기원을 찾는데도 도움이 된다. ‘복수노조 금지’라는 악법 조항은 군복 입은 박정희가 군복 벗고 대통령이 된 1963년 노조법 개정으로 처음 자리 잡았다. 군발이 정권이 총칼로 법을 개악하면서도 쪽팔려서인지 복수노조 금지라는 원색적인 표현보다는 “기존노조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노조활동의 금지”(노조법 3조 5항)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들어왔다.

인천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했던 조승혁 목사가 쓴 ‘서론’은 1953년 노동법 제정 이후 한국의 노동법과 노동행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자료로 의미 있다. 조 목사가 서론의 끝에 덧붙인 기사연의 노동관련 연구서 목차는 60-80년대 노동운동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자료다. <한국 노동자 및 노동운동 지도자의 의식구조에 관한 연구>(1977)는 당시 한국노총 평 조합원 5천명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설문조사다. <노동자 복지제도에 관한 조사연구>(1979)는 경제개발에 따른 부의 축적이 국민생활, 특히 노동자 복지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해 1980년대 노동자 복지를 위한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최근 임금 실태에 관한 분석>(1980)과 전두환의 국가보위입법회의가 개악한 노동법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개정 노동법의 내용과 그 개선방향>(1981),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에 대한 기초 연구서인 <다국적 기업의 이해와 대응>(1982) 도 눈여겨 볼만한 책이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1986년 정년까지 고려대애서 노동경제학을 강의한 김윤환 교수가 쓴 제3, 4장 노동정책과 노사관계의 개선대책도 당시로선 파격적이다. 고용보험도 없던 시절 실업급여를 주장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든가, 여성과 중고령층 고용확대도 제기한다. 저임금->저생산비에 의존하는 임금체계를 개편해 고임금->고생산성->저생산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금도 유의미하다.

지금 우리가 ‘노동’을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의 걸림돌로만 여기던 시절에 나온 이 책만큼 폭넓게 세상을 보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참 많이 부끄럽다. 사민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사민주의만큼도 대안이 없는 우리가 맞이할 다음 세상이 두렵다. 책의 주요 부분을 목차에 따라 아래에 요약한다.


1장 서론 - 조승혁 원장

노동문제는 전국민적, 전국가적 과제다. 공업화가 낳은 제일 큰 사회적 인간적 문제가 바로 노동문제다. 우리나라의 공업화는 경제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해 공업화의 사회적 기능, 즉 민주적 원리를 등한시했다. 5.16 군사혁명 후 경제적 정치적 목적의 우위성을 갖고 노사문제를 다루었다. 5.16 후 공화당 정권은 양적 성장과 정치, 사회적 안정에 강조를 둔 나머지 개발도상국의 경우 노동문제가 입법 선행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무시하고 1954년에 제정 공포된 노동관계 제법을 4차에 걸쳐 개악했다. 정부는 법 개악으로 노동정책의 중심내용인 인간을 주체로 한 민주화의 원리를 무시하고 경제적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화해 노동운동을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저해 요소로 간주해왔다. 심지어 정권 안보적 차원에서 규제해 왔다.

제5공화국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노사관계의 자율성 노동운동의 민주적 원리와 사회성 등을 고려치 아니한 노동정책이 강요되고 있다. 바로 1980년 12월31일 개악된 노동관계 제법이 그것이다. 우리는 중진국의 선두임에도 언제까지 경제적 능률만을 계속 강조할 것인가.

서구선진국에서 노동자 집단(노조)은 산업혁명에 보였던 항의단체 또는 투쟁단체의 성격을 벗어나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의 필수적 경제기구로 정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사용자도 과거 산업혁명기에 보였던 무궤도한 이윤 추구를 위해 수탈과 노동강도 강화를 자행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과격한 움직임을 벗어나 장기적 안목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이 인력자원을 경시하는 자해 행위임을 자각하고 노조를 노동력 보존기능을 가진 조직으로, 또는 사회혁명을 예방하는 안전판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도 산업혁명기의 자본 편중의 노동정책을 벗어나 중립 공평한 주권자로서 산업노동, 노사관계의입법과 행정 등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농민 소비자 등 광범한 국민적 이익을 신장하고 국공영 기업과 교육 의료 사회복지 연구기관 등 공공서비스 기관의 경영자를 겸하고 있다.

본 연구원은 1977년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노동문제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왔다.

노동문제 종합대책 건의의 범위

본 정책건의서는 한국의 산업발전과 1)노동자 의식구조 2)노동운동의 과제 3)산업 민주주의 4)노동자 복지문제 5)임의 중재 제도 6)노동자 운동의 특성 7)노동법 개정과 개선방향 8)노동 사정 분석 등을 기초로 문제해결의 방향을 설정했다. 본 정책건의서는 다음과 같은 범위에서 작성했다. 1)노동입법과 행정 2)노동정책 3)노사관계 4)인력개발과 보호다.

노동문제 종합대책 건의의 배경 - 산업화 과정에서의 노동정책의 성격

고도성장, 공업화를 최우선 하는 정부주도형 경제체제 아래서 노동정책은 “성장 정책의 시녀로 제구실을 다 할 수 없었다.” (김윤환, ‘노사관계 35년 회고와 전망’, 한국노동연감81, 한국경영자총협회, 1981, 227쪽)

1, 2차 경제개발 계획에 나타난 사회개발 사업은 “계획 당국의 초조와 과잉 의욕은 경제적 양적 확대에 집착한 나머지 질적 구조의 개선을 위한 기술적 해결” 조치를 취하는데 적극성이 없었다.(임종철, ‘성장의 리듬’, 정경연구 1969년 11월호, 66쪽) 2차 계획에 들어간 ‘적정 임금을 통한 사회보정 증진’, 임금구조의 조정 등 분배 ․ 복지정책, 실업등록제, 직업안정망의 설치, 사내훈련과 교육투자, 해외근로자의 사전훈련과 인력수출의 추진, 근로자의 조업안정과 보건향상 등의 기술인력개발과 노동력 보호 정책은 부분적으로 시행된 사업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동정책의 중심과제인 임금 및 복지정책은 소극적으로 다루어졌다.

기술적 고도성장 하에서도 우리의 전통적 저임금 추세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는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부터 최저임금제를 중요 정책과제로 거론했지만 끝내 시기상조론에 밀려 도입하지 않았다. 생산성 임금제는 60년대 중반 이래 거론됐고, 2차 개발계획엔 ‘적정 임금’이란 말이 나타나기도 했다. 4차 개발계획에선 “1차적 소득분배의 개선에 중점을 둔다”는 원칙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에만 그치고 실현은 안 됐다. 정부는 70년대 후반 기술노동력의 공급부족으로 노동생산성의 증가율을 능가하는 실질임금율의 상승을 보임을 계기로 임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977년 독과점 상품부문은 15-18%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1978년 이후 3년 동안은 전년 물가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감안한 20% 전후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러나 70년대 초부터 국가보안법으로 단체교섭은 노동행정이 대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노사교섭 없이 관철됐다.

1978년에 한해 1월에 ‘임금 하한제’를 실시했다. 이는 1인 이론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3만원의 행정명령, 조정령, 최저임금제 등을 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노사관계 정책은 경제 전망이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그 방향과 전략을 달리했다.

집단적 노동관계법 :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은 제헌헌법 제18조 1항(노동삼권), 2항(사기업의 이익균점권)에 근거한 경제적 조합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제12조 정체활동 금지조항으로 볼 때 미국 노조의 특징인 무당파 정치활동방침의 보수주의적 ‘순수 조합주의’인 경제적 조합주의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노동조합법을 1953년 제정해 노사 분쟁의 예방과 정치적 목적으로 63년, 73년(2번), 75년 등 4차에 걸쳐 개정했다. 그러나 경제적 조합주의 골격은 그대로였다.

1953년 제정한 노동조합법은 ‘노사 자치주의’를 기본으로 노조의 대외적 자주성과 대내적 민주성 확보(3조), 노조의 자유 설립주의(1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지(10조), 노조의 단체교섭권(33조), 단협 효력(38조) 등을 담아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개정을 통해 점차 변질돼 갔다.

1963년 노조법 개정은 ① 기존노조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노조활동의 금지(3조 5항 : 복수노조 금지) ② 노조 자유설립주의로부터 준칙주의로 전환(13조 15항) ③ 전국 단일노조 체제의 승인(산업별노조 13조 5항 1호, 14조 5호 등) ④ 노조의 정치활동 규제의 강화(12조) ⑤ 유니온 숍의 승인(39조 2항) ⑥ 노사협의회 설치(6조, 14조 12호, 33조 4항) 등이다. 당시 노동쟁의조정법 개정 주요 내용은 ① 공익사업 범위활대(4조) ② 상급조직의 쟁의행위 사전승인(12조 2항- 살쾡이(현장) 파업금지) ③ 쟁의행위의 적법 판정(16조 2항, 4항) ④ 노동위원회로 알선 절차 이양(18조 이하) ⑤ 알선 중재의 효력을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에서 ‘체결한 단협’과 동일한 효력으로 수정(21조, 29조) ⑥ 긴급조정제 도입(40조 이하) 등이다. 당시 노동위원회법 개정은 ① 공익위원 증원 ② 동 위원회의 권한 확대(20조) 등이다.

1963년 법 개정은 노조가 지닌 대립성, 투쟁성을 공업화와 고도성장의 저해요인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제도적 정비였기 때문에 63년을 기점으로 정부의 노사관계 ‘성격(정책)변화’를 가져왔다. 성격변화는 첫째, 기업별 격차가 현저한데도 기업별 노조를 산업별로 전국 단일조직으로 강제 통합했다. 그러면서도 산별교섭은 불가능하게 봉쇄해 정부 의존적 중앙의 산업별 조합과 단위조합의 이해가 상충하는 이중구조를 만들었다. 둘째, 단결권 쟁의권을 제약해 단협보다는 취업규칙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셋째, 노사 자율교섭보다 노사협의회에 의존해 산업평화를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70년대 유신과 함께 집단적 노동관계 제약은 더 심해졌다. ①1970년 1월 외국인 투자기업에 강제중재 특례 ②1971년 12월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③1973년 유신헌법으로 집단적 노동관계 제법의 개정을 통한 노사협의회 기능명시(6조), 노동쟁의의 제기를 총회 결의사항에 추가(19조 1항 8호), 산별노조 체제를 다시 사업장별 노조체제로 환원(13조, 14조 11호, 20조 5항, 26조 2항, 33조) ④1974년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대통령의 긴급조치 3호(별칭 1.14 긴급조치)’ 제4장(근로조건의 개선)의 단체협약 불준수자에 대한 처벌(22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강화(22조) 등이 있다.

1970년대 집단적 노동관계 제법의 개정은 노사 자치주의의 약화와 행정기관의 강화다. 노사 교섭은 제도적으로 봉쇄됐다. 이 때문에 1970년대 후반 고도성장기에도 전통적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고행적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개별적 노동관계법 : 1960-1970년대 4공화국 말기까지 수차례 걸쳐 개별노동관계법을 개정했으나 집단적 노동관계법의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보호 확대 추세였다.
1953년 제정한 근로기준법은 구미 제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이 좋았다. 제정 근로기준법은 ILO의 “노동자 기본생활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조약 60여개를 수렴해서 만들었다. 그 내용은 기준 미당 노동계약의 무효(2조, 20조), 해고의 제한과 해고시 지급제약(27-29조), 8시간 노임제, 임금의 보호(50조 이하), 취업규칙(94조 이하), 근로감독관제(102조 이하), 위반시 처벌(107조 이하) 등이다.
1963년 근기법 개정은 현실괴리 수정이 집중했다. 휴업지급, 근로시간, 휴식시간, 연차유급휴가 등의 예외인정(38조 단서, 47조, 48조) 등이다. 퇴직금제 도입(28조)과 여자 산전산후 유급휴가(60조), 18세 미만자의 교육시설(63조) 등은 노동보호의 강화로 볼 수 있다.
1974년 1월 대통령 긴급조치 3호(1.14 조치)는 임금채권의 우선변제, 근기법 벌칙강화(20조)를 규정했다. 그러나 단협 위반자 처벌 등 자치주의 대신, 정부 주도의 노사관계로 바꾸었다.
1960-70년대 개별 노동관계법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1961년 직업안정법을 제정해 직업교육, 훈련, 노동수급을 고민했고, 이어 1967년 직업훈련법을 제정하고 73년에 개정도 한다. 1963년엔 산재보상법을 제정해 노동자 보호입법을 강화했다.

사회보험법 : 사회보험이 명분은 있었지만 ‘국민 최저생활 보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기보험인 국민복지예급법(노령, 장해, 유족연금)의 입법이 실업보험과 같은 단기보험보다 먼저 만들어져 우선순위가 뒤집어졌다. 근기법의 퇴직금제와 해고수당제, 국민복지연금제 등 제도의 중복도 있었다. 최저임금제, 전국 직업안정만, 산업안전과 노동자 위생 등의 조치는 빠졌다.


2장 노동 입법 및 행정의 개선방향 - 이병태 한양대 노동법

노동법은 종래의 시민법 체계가 가진 모순과 결함을 반성하고 시정하기 위해 나타났다. 근대 시민법의 기본원리인 소유권 절대의 원칙과 계약 자유의 원칙은 봉건적 유제를 철폐하고 자유 평등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시민법의 수정원리로 등장한 노동법은 기본적으로 현실의 종속 노동관계에 놓인 노동자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경제적으로 약한 노동자에게 단결해 사용자에게 대항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사 다툼에 국가는 될 수 있는 한 개입을 피하고 노사 자율에 맡기도록 한다.

현행 노동법의 문제점

헌법 31조에는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13조 1항은 기업별 조직에 한정하고 있다. 지난날 노조 상급조직이 하부조직에 부당하게 월권하고 횡포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제도적으로 기업별 노조로 한정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킨 전근대적 조항이다.

노조법 13조 1항은 노조 설립에 필요한 근로자 수를 30명 이상 또는 1/5 이상으로 제한해 사실상 노조 설립을 매우 어렵게 했다. 현행법은 구법과 달리 유니온숍제도를 폐지시켰다. 이는 조직율이 낮고 노동자 의식수준이 낮은 우리 현실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가의 개입 강화 : 현행 노동법은 노조에 대한 국가의 개입 감독을 유례없이 강화해 노조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노조법 21조는 행정관청이 노조의 결의가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할 염려가 있으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취소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했다. 동법 32조는 노조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해산을 명하거나 임원의 개선을 명하도록 했다. 행정관청이 막연히 “법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할 염려가 있다는 인정되는 경우”에 취소, 변경, 해산, 임원 개선까지 할 수 있다.

동법 30조는 행정관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언제든 노조의 경리 상황이나 서류를 조사하거나 검사할 수 있다. 동법 시행규칙 10조에는 연 1회 이상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의 재정과 기타 운영에 국가의 개입과 감독을 가능하게 하는 악법 조항이다. 동법 23조 2항 임원의 자격도 제한하고 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행정관청의 해산 명령 또는 임원 개선명령을 받은 뒤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당해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로하지 아니한 자는 노조의 임원이 될 수도 없다.

단체교섭의 약화 : 정부는 노사협의회법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 이유를 “노사 대립을 불식하고 기업가와 근로자에게 ‘건전한 기업윤리’와 가치관을 정립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원래 노사협의회제도는 강력한 산업별 조직을 갖춘 노조가 단체교섭으로 분배의 공정을 주장하고 나아가 기업내 경영참가를 주장해 산업민주주의를 구현하려고 고안한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산별 조직체계를 전제로 한다.

현행 단협 및 노사협의 제도는 파행적이다. 단협은 기업별 노조에게 강요하고(노조법 33조) 연합단체라도 행정관청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 노사협의회로 단협을 대신하려 한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단체행동권의 제한 : 헌법 32조에 보장된 노동3권은 상호 불가분 밀접히 관련 있다. 단결권만을 인정하고 교섭, 행동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단결권 자체도 무의미하다. 국가나 지자체, 국공업기업체, 방산업체 종사자는 헌법 31조와 노조법 12조에 따라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이 헌법과 노조법 규정은 저 말썽많은 ‘유신 헌법’에서 신설된 것이다.

1970년 제정한 외투기업의 노조 및 노동쟁의 조정 임시특례볍도 실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도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수많은 행정개입 절차가 놓여있어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관계당국에 신고 후 적법 판정을 받아야 하고(노동쟁의조정법 16조), 냉각기간 30-40일 동안은 쟁의가 불가능하고(동법 14조), 알선 조정을 거쳐야 한다.(동법 18-29조) 행정관청의 요구나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회부할 수 있다.(동법 30조 3항) 따라서 언제도 단체행동권을 봉쇄할 수 있다. 현행법은 알선 조정 절차를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개시하도록 해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현행법상 노동쟁의의 중재는 행정관청의 요구나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하도록 해 그 강제성이 농후하다. 현행 노조법은 12조 3항에 “쟁의행위는 당해 사업장 이외의 다른 장소에서는 행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파업의 경우 사업장을 점거하고서 농성하는 파업이라야 쟁의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출근거부 등은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제3자 개입금지 : 노조법 12조의2, 노동쟁의조정법 13조의 2, 노사협의회법 27조 등을 신설해 이른바 제3자 개입을 전면금지시켰다. 이는 세계 노동법 사상 유례없는 악법 조항이다. 이 조항은 조종, 선동, 방해, 개입 등 법적인 명확한 개념이 아닌 막연하고 포괄적인 규정으로 행정관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 많다.

근로기준법상의 문제점

임금채권의 우선변제에서 조세공과금에 앞서는 우선순위를 임금채권에 인정했지만 실익은 별로 없다. 즉 단서에 질권, 저당권에 우선하는 조세공과금에는 우선변제권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우선변제권의 효력이 없다.

근기법 42조 2항에서 당사자간 합의 때는 4주간 평균해 1주간의 근로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일이나 특정 주에 48시간 이상 근로시킬 수 있다. 이 규정은 ‘1일 8시간, 1주 48시간의 원칙’을 규정한 42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이런 변태적 연장근로제도는 ILO 원칙에도 어긋난다.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징계성 해고의 사유를 근기법 시행령 10조에 들고 있다. 범법해위로 형사소추, 고의나 중대과실로 사업에 막대한지장초래, 사업의 위신을 추락시키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기타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단순히 형사소추를 받았다고 해고가 가능하다는 건 우리 헌법 26조 4항의 무죄추정원칙에도 반하는 위헌이다. 나머지 규정도 너무도 애매모호하고 주관적이다.

노동행정의 문제점

근로감독관은 사업체의 근로관계 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사법경찰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근로감독관은 노동문제에서 현장과 가장 밀착돼 근로기준의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 근로감독관은 그 수나 질에서 많이 문제다. 수백만 근로자를 상대하는 근로감독관이 수백 명밖에 안되고 1976년에만 30%가 각종 비위와 관련돼 처벌 받을 정도로 품위와 자질이 떨어진다.

개선방향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해 1) 단위노조의 설립은 근로자가 자율로 하도록 노조법 13조는 바꿔야 하고 노조설립에서 근로자 수 제한도 없애야 한다. 유니온 숍 제도는 부활시켜야 한다. 2) 단체교섭권에서 단체협약은 산별노조도 가능하도록 노조법 33조를 개정해야 하고 단협의 유효기간은 1년을 기본으로 하도록 동법 35조도 개정해야 한다. 3) 단체행동권에서 국가, 지자체, 국공영기업, 방산업도 쟁의행위를 인정해야 하고, 외투기업 노동쟁의 특례도 폐지해야 한다. 냉각기간도 단축해야 한다. 중재제도는 직권중재를 폐지하고 임의중재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사업장 안으로 제한한 쟁의행위 장소도 삭제해야 한다. 긴급조정의 범위도 엄히 축소해야 한다. 4) 노조 운영에서는 행정관청의 노조 해산권, 결의 취소 변경권, 재정 조사권을 없애야 한다.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모두 삭제해야 한다, 임금채권의 우선변제권을 완전 인정하고 변형적 연장근로가 가능한 42조 2항도 없애야 한다. 징계해고에서 근로자 귀책사유는 엄히 제한해야 한다. 노동행정에서 관권의 지나친 개입은 지양하고 근로감독관의 자질 향상과 수의 증대가 필요하다.


3장 노동정책 개선대책 - 김윤환 고려대 노동경제학

자본부족으로 기업경영이 자금관리에 집중하던 시대로부터 노동력 부족으로 기업경영이 인력관리 중심으로 이동하는 경제시대다.

노동정책의 배경

정부 개입으로 불균형한 노사관계가 생겼고 노동운동을 제약하는 사태를 낳았다. 고도성장은 경제의 양적 확대, 구조 고도화를 가져왔지만 대외의존적 경제구조의 심화와 부와 소득의 분배 불공평, 취약한 경제력을 초래하는 등 각종 모순을 자아냈다.

노동정책의 기본방향

노동정책의 일반 목표는 ① 노동생산성 향상에 따라 임금수준이 높아지고 임금격차가 해소되며 임금체계가 합리화되는 것,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노동재해가 줄어드는 등의 노동조건 개선 ② 노동력 과잉이나 부족에 대처하는 고용안정, 체계적 인력개발 등 노동시장의 노동력수급 원활화 ③ 노동운동 정상화, 노사관계 제도확립 등으로 노사관계 근대화해 산업평화를 기하는 것 ④ 노동자 생활안정을 위한 각종 노동복지 증진 등이다.

개별 노동정책의 과제

노동시장 정책은 노동력 수급관계와 관련된 고용과 실업에 관한 정책으로 시장 기구로서는 자동으로 처리되지 않는 문제를 대상으로 한다. 고용정책은 실업대책에서 실업방지를 위한 고용정책으로 발전했고 나아가 완전고용 정책으로 전개됐다.

해고대책 : 해고수당 지급, 재취업 보장, 직종전환 재훈련 등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증대해 해고에 대처하되 이때 일정한 소득보장을 전제해야 한다.

고용보험제도 도입 : 규제를 통해 상용고, 임시고, 일고 사이의 차별적 고용제도를 지양하고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고용보험을 도입해 일정한 소득보장이 바람직하다. 실업보험금 뿐 아니라 재취업, 실업방지를 위한 고용구조 개선, 능력개발, 복지증진 등을 목표로 고용에 관한 종합 기능을 갖춘 고용보험법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실업보험으로 말하던 것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보험을 주장해 일반화됐다.

여성과 고연령 인력 활용 : 산업화에 따라 노동력의 고령화, 고학력화, 여성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일어난다. 노동력의 지역간 이동, 직업훈련에 의한 직업간 이동 등 노동이동을 촉진해야 한다.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고 나아가 중고령층의 고용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노동력의 양적 부족을 질적 향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력개발도 요구된다.

경기안정과 고용안정 : 북유럽은 투자를 경제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용조절을 위해 행함으로써 경제정책 일반과 고용정책의 유기적 관련성을 강호하고 있다.

노동조건 정책 (임금정책) : 노동조건을 둘러싸고 계급 분열과 대립을 자아낸다. 임금정책, 노동시간 정책, 노동재해 정책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임금문제는 저임금 수준, 격심한 임금격차, 불합리한 임금체계, 임금체불로 집약된다. 임금이 생계비에 미달하고 평균임금 이하의 노동자가 약 70%나 된다. 임금의 생계비 수준유지(생활급)와 실질임금 상승률을 노동생산성 향상율과 일치시켜 적정임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의 임금관이 저임금→저생산비가 아니라, 고임금→고생산성→저생산비의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제경쟁력 강화와 물가안정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지에서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임금억제는 시정돼야 한다.

임금격차의 심화가 계층간 위화감을 자아낸다. 적정임금 구조의 기준을 마련하고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최저임금제의 점차적 도입, 저임금 지대 일소, 가내 노동법 제정으로 저임금층 보호도 임금격차를 줄이는 길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구성을 보면 기본급이 적고 기타 수당의 비중이 커 복잡한 양상을 띤 불합리한 임금체계다.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복잡한 수당을 단순화해 생활급 체계를 확립하고 그 위에 직무급 체계의 합리적 도입이 바람직하다.
노동시간 정책 :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시간 노동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능률 향상, 고용증대를 위해 필요한데 생산성 향상으로 임금인하를 수반하지 않고 이루어져야 한다. 시간외 노동을 필요로 하는 저임금의 극복이 필요하다.

노사관계 정책 (노동조합 정책) : 경제건설, 외자유치, 국가안보가 우리 노사관계에서 자율적 노사관계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노동운동의 규제보다는 보호육성이 필요하다. 노동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부로부터 독립시키고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해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이익 분쟁만 다루고 별도로 권리분쟁을 다루는 노동재판소(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하다. 서구처럼 민간 기구인 임의중재인제도의 도입도 바람직하다.

노동복지 정책 : 노동복지를 향상시키는 가장 기본은 임금인상이고, 이를 관철하려는 게 노동운동이기 때문에 임금규제와 노동운동 규제를 수반한 노동복지정책은 무의미하다.


4장 노사관계 개선대책 - 김윤환 고려대 노동경제학

급속한 공업화 때문에 성장과 분배간 상대적 격차가 커져 노동조건의 열악, 소득분배의 불공평, 부와 권력의 편재가 이루어졌다. 정부의 기업 과보호, 기업의 정부 과잉의존 때문에 대외의존성이 높아져 양적 확대를 이룩했지만 질적 발전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기하지 못해 국제경쟁력이 매우 약하다.
노동조합 운동은 일제 하의 정통성을 저버리고 50년대와 그 이후 혼미를 거듭해 기업과 정부의 압력에 자율성을 지키지 못하고 나아가 세력화하는 근로대중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원조와 특혜로 치부에만 골몰하고 정치권력이나 행정권력까지도 좌우할 만큼 재벌로 자란 기업들은 가부장적 노사관에 입각해 전근대적 노무관리를 자행해 합리적 노동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다. 더욱이 기업들은 노동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정부에 의해 타율로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1980년 말 제정 공포된 개정 노동관계법은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 개입도를 더 한층 높여 사용자 우위의 일방적 불균형 노사관계를 가일층 강화시켰다.

노사관계의 특징

한국의 노사관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타율적 노사관계의 형성, 기업별 조직과 쟁의조정 기능의 상실, 노사관계 근대화를 위한 노사관계 관행의 미정착, 노사분규의 사후 처리적 해결 등이다.


5장 인력개발 및 보호에 관한 대책 - 김어상 서강대 경제학

일반적으로 다른 생산요소는 사용함에 따라 그 효용성이 감소하지만 인력은 적절하게 사용만 한다면 사용할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증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력의 이러한 효용 체증 과정은 노동연령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며 노동자의 자기개발 의욕과 기능개발 노력과 투자에 비례해 촉진된다. 직업훈련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 이에 따른 노동자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인력형성이 필요하다. 직업안정 사업으로 적재적소 배치의 원칙에 따른 고용을 증대시키는 인력배분의 문제도 중요하다. 재해의 예방과 사회보험을 통해 인력의 직접, 간접 손실을 방지하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인력보전도 중요하다.

직업훈련

1982년 3월18일 발족한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은 이전의 노동부 산하 24개 공공직업훈련원, 국립중앙직업훈련원, 직업훈련연구소와, 과기처 산하 창원기능대학, 한국기술검정공단,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등 여러 기관을 통합한 기구다. 주요 업무는 직업훈련, 자격검정, 인력관리 등이다.

직업훈련 :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독자적 실시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중소기업부터 위탁훈련을 효과적으로 소화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기술자격제도는 산업계의 요구 조건을 충분히 참작해 연구 작성해야 한다.

고용정책
실업대책 :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고용을 확대하고, 실업보험으로 생활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 고용창출을 도모해야 한다.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중장기 고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높은 노동이동율과 기업에 대한 일체감의 부족은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기술의 축적은 불가능해지며 고용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워진다. 높은 생산성, 기술의 혁신에 바탕을 둔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안정된 고용관계가 선결조건이다.

사회보험

산재보험과 의료보험을 실시중이지만 국고 지원이 거의 없고 더욱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고 일부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사회보험은 사회 각계층간의 소득재분배 또는 소득의 이전을 가져온다. 물론 소득대분배의 전통적 방법으로는 조세정책, 토지개혁, 필수적 재화와 용역에 대한 국가 보조 등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사회보험이 더욱 중요한 소득재분배 정책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산재보험 : 여러 차례 법 개정으로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과 급여수준은 더 보완해야 한다.
실업보험 : 실업보험을 가급적 하루빨리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우리 실정에 맞도록 보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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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 복수노조 , 근로기준법 , 김윤환 , 기사연 , 조승혁 , 이병태 , 김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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