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국가의 양심이 만든 공정무역

[새책]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 (프란스 판 데어 호프, 니코 로전 지음, 김영중 옮김, 서해문집, 2008.5.10, 335쪽)

저자 프란스 판 데어 호프는 1939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신부로 칠레에 있다가 아옌데 정권 붕괴 이후 1973년부터 멕시코로 가 오악사카의 가난한 인디오 커피 농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곳에서 농부들을 조직해 커피협동조합을 만들고 공정무역이 널리 퍼지는 데 이바지 했다.

공동저자 니코 로전은 1953년 생으로 1984년부터 라틴아메리카를 위한 종교단체들의 개발협력기구인 <참여연대>(한국의 참여연대와 무관)에서 일한다. 데어 호프 신부와 만나 대화하면서 ‘막스 하벨라르’라는 공정무역 브랜드를 구상했다. 이후 15년 뒤 50여 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네덜란드 신부의 해방신학

1985년 5월.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 역 식당 한 구석, 복잡한 식당에서 프란스 판 데어 호프와 니코 로전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조용한 테이블을 찾았다. 두 사람은 몇 분 지나자 각자의 생각 계획 전략으로 옮겼다. 빈 커피 잔 사이에 놓인 메모지에 서로의 이야기를 적었다. 이 메모들이 ‘막스 하벨라르’ 안으로 발전했다.

“브랜드에 알맞은 이름으로 ‘막스 하벨라르’가 생각나는군요.” 물타툴리가 쓴 유명한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택했다.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투쟁한 ‘막스 하벨라르’에서 따왔다.

막스 하벨라르 재단이 커피 다음에 손 댄 건 카카오와 초콜릿이다. 두 제품의 발안은 네덜란드 노총 산하 식품노련 에서 나왔다. 노조는 벌써 몇 년 전부터 활발한 카카오 산업구조를 만들고 다양하게 제3세계의 카카오 재배농부들의 입지와 카카오의 거래와 생산공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예부터 카카오 재배는 농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었다.

네덜란드노총이 시작한 공정무역

네덜란드 노총은 90년대부터 공정무역을 주요 사업의제로 삼았다. 막스 하벨라르 재단이 손 댄 다음 제품은 차다. 마케팅에서 커피와 차는 상관관계가 크다. 커피와 차는 동일한 생산자와 판매망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차 이야기 뒤는 개발의 문제점이 숨어 있다. 보통 차는 소규모가 아닌 대규모 재배자들이 생산한다. 막스 하벨라르는 다르게 접근해야 했다. 막스 하벨라르는 농민 협동조합들과 함께 일했다. 이제 차 재배 노동자 그룹이 공정무역 모델이 되었다.

1994년 독일 브랜드 업체가 공정무역 차 도입의 발안을 쥐었다. 그들은 지배구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사를 마친 뒤 제안서를 들고 찾아왔다. 이 모델에는 노조와 다른 노동자 단체가 중요한 관련자로 돼 있었다. 노조는 막스 하벨라르의 더 높은 가격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의 개선에 쓰이도록 주선했다.

코스타리카에서 참여연대는 바나나 경제의 심장부인 리몬 교구의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교회 프로그램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바나나 생산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으며 노조 활동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참여연대는 온두라스에서 바나나 포장을 하는 여성 노동들의 노조와 접촉했다. 코스타리카에서 바나나를 포장하는 여성 노동자들과 똑같이 온두라스에서 바나나를 포장하는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건강 문제로 싸웠다. 바나나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유해한 환경에 오래 노출된 결과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피부암과 폐 질환을 앓았다.

참여연대는 코스타리카와 온두라스의 노동자들과 접촉하면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데 파생되는 환경오염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도 먼저 기업과 협력이 가능한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그와 함께 막스 하벨라르 브랜드를 붙인 바나나를 위한 표준 기준을 개발해야 했다.

생산자의 권리를 앞세운 노동협약

바나나 사업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은 생산자들 사이의 격차였다. 막스 하벨라르 생산자 목록에는 바나나 재배 농부들의 협동조합과 함께 개인 소유의 농장도 포함돼 있다. 후자는 노동자 단체 즉 노조가 공정무역 기구의 파트너가 된다. 이것을 실현하는 데 노조는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회적 조건들을 적은 리스트에는 노조의 권리가 역시 가장 위에 올라가 있다. 노조는 경영자의 파트너로 더 높은 가격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에 대한 파트너로 인정돼야 한다. 그래서 막스 하벨라르에는 두 기준, 종합적 노동협약 체결과 더 높은 가격을 위한 투자 프로그램 개발이다.

생활임금을 받아야 하고 연금과 유급 출산휴가도 정착돼야 한다. 나아가 정해진 노동시간, 초과 근무시간 제한과 초과 임금 지급, 휴가와 휴일권리, 사회보장 권리, 건강복지, 쾌적한 노동환경, 안전에 관한 권리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파업권도 인정돼야 하고 유아 노동도 금지돼야 한다.

다국적 기업에 맞선 노조의 전략은

노조의 적극적 역할은 중요하지만 현실에선 많은 문제들에 부딪쳤다. 바나나 분야에서 독립 노조는 드물다. 그만큼 이미 다국적 기업이 많이 침투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단합된 힘과 불법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노조결성을 막아왔다. 다국적 기업의 사업은 여러 면에서 사회적 억압의 역사와 관련돼 있었다. 노조 결성은 조직적이고 무서운 폭력 앞에 노출돼 있었다.

다국적 기업들은 사용자가 조정 감독하는 기업조합을 구축했다. 조합은 사업장 위장폐쇄도 감행했다. 때문에 노조는 급진화되고 마르크스주의적 수사에 빠졌다. (이 부분은 저자의 표현대로 썼음. 때문에 독자들은 공정무역을 시작한 네덜란드 노총의 한계를 충분히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이런 급진적 노조 모델은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별로 얻지 못했다. 그래서 막스 하벨라르는 노동자들의 참여라는 새로운 형태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공정무역 역시 사민주의적 방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치부해 버리고 덮어 버리기엔 아쉬운 고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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