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한 ‘MB 교육’, 2년의 기록

[새책] MB에게 노벨교육상을 수여합니다(송경원, 이매진, 2010.5.15)

“건물 앞에는 분명히 학교라고 적혀 있는데, 학원만 득실거립니다. 그래서 교과부의 이번 조치는 ‘학교 자율화’가 아니라 ‘학원화’로 부르는 게 맞습니다. 참, 교육과학부나 청와대가 빠뜨린 부분이 있는데, 학원 강의실에는 학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은 아이들이 앉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육 개혁을 할 때 가장 먼저 손대야 할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나 ‘학교당 학급수 축소’는 이번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번 조치는 ‘미어터지는 학원화’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송경원이 쓴《MB에게 노벨 교육상을 수여합니다》에서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조치를 비판하는 구절이다. 책의 목차나 구구한 설명보다 본문의 한 구절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송경원은 에둘러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만 해도 그렇다. 점잖은 말꾸미기를 하거나 학문적인 체를 하지 않는다. 그의 문장은 호흡이 길지 않다.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출발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어렵고 수준 높은 담론으로 교육 정책을 설명하고 있지 않다.

송경원의 연구자로서 그리고 당의 정책일꾼으로서 교육운동 단체의 활동가로서의 오랜 경험과 실전으로 통해 체화된 그의 예민한 감각은 일상에서 바로 본질로 돌진한다. 그의 예민한 감각에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그 가려진 껍질을 발가벗긴 채 맨살로 드러나 있다. 계급교육이라는 적나라한 실체를.

《MB에게 노벨 교육상을 수여합니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과 교육 현실에 관해 2년 동안 인터넷 언론 등 여러 곳에 쓴 칼럼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MB 교육’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살피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 뒤, 남이야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는 MB에게 노벨 교육상을 수여한다.

이 책은 MB 정부 교육 정책의 핵심 내용에 따라 5장으로 구성했다. 1장에서는 MB 정부의 영어 몰입교육과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 오히려 사교육비를 오르게 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비판한다. 2장은 부진아를 선별해 학업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일제고사와 우열반 등이 학교와 학생을 무한 경쟁의 장으로 내온 현실을 보여준다. 3장은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가 거의 40년 만에 중학 입시와 고교 입시를 부활시켰고, 그 결과 학교 교육의 근간인 평준화가 사실상 해체됐다고 평가한다. 4장은 대학 운영자만을 위한 대학 자율화, 서울대 법인화, 취업후 상환학자금대출(ICL) 문제를 살폈다. 5장은 전교조 죽이기, 교육 예산 삭감 등 교육 관련 정책의 이면을 살펴보고, 교육 선진국이라고 하는 핀란드와 미국의 교육 정책과 한국 교육 정책을 비교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MB 교육’은 어떤 교육인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MB 교육’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견은 무시하고 정부와 교과부, 학교 운영자의 배를 불리는 ‘교육 시장화’의 종합 선물세트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MB 교육’은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경쟁만을 가르친다. 그런 척박한 경쟁의 장 속에서 어떻게 교육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MB 교육’ 2년의 기록은 우리에게 깊은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송경원은 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이명박 정부가 내놓았던 교육 정책들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자료를 찾고 숨겨진(숨겨놓은) 과거 근거를 찾아내 조목조목 짚어가며 지적한다. 사교육비 절반을 내세웠지만 사교육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사교육비만 늘었다는 걸 데이터를 통해 증명한다.

교육은 다음 세상을 그려가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다음에 올 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거기에 자기를 맞추어 나가는 일을 잘하면 돈 잘 벌 수 있는, 권력을 획득하기에 유리한 직업을 택하는 데, 그리고 그런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하는 데,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그런 경로에 적합한 유학이나 그런 코스를 선택하는 데에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지금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바로 그 현재를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다음 세상을 예측하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적극적으로 다음 세상을 기획하고 지금부터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다. 교육은 삶과 삶이 만나는 것이다. 미래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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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통혁련돌격대장

    리맹박 아니 전두환식 군사독재 경쟁교육 성적 행복교육이 승부조작을 만들어내고 심하게는 약자를 짓밟아 그 약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똑같은 약자동지를 학대하는 결과를 부릅니다.

  • 민주통혁련돌격대장

    전두환식의 군사독재잔재는 1000%이상 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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