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외롭게 두지 마세요

[포토뉴스] 서울지역 비정규직 가을운동회



오후가 돼서야 해가 나왔다. 가을은 가을이다 싶었다. 오전 11시께 줄다리기를 시작하자 장대같은 비가 왔다. 줄다리기가 끝나고 도시락을 받아가자 비가 멈춘다. 점심을 먹고 축구와 족구를 시작하려고 하자 또 쏟아진다. 누군가 ‘날씨한번 참 잘 골랐다’라며 구멍 뚫린 하늘을 쳐다본다. 비눗방울 놀이며, 훌라후프 대회를 기다리던 아이들의 눈도 하늘을 원망한다. 그래도 날씨 참 잘 골랐다. 멈출 것 같지 않던 비는 이내 그치고 아이들은 온 운동장에 비눗방울을 뿌려댄다.






10월 3일 서울지역 비정규직의 가을운동회가 처음 열렸다. 장소는 한성대학교 운동장. 운동회 이름은 ‘날아라 飛정규직’. 비정규직들은 날아다녔다.



어느새 비눗방울을 뿌려대는 사람들은 어른들이다. 훌라후프는 이미 1등이 정해졌다. 한 아이가 훌라후프 4개를 돌리며 운동장 가장자리를 걸어 다녔다. 어떤 이는 굴렁쇠를 밀며 달려 다니고, 족구장에선 비정규직의 비장의 불꽃 슛이 작렬했다. 운동장 곳곳엔 불법파견, 특수고용직 등의 글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을 배경으로 비정규직들은 하나가 돼갔다. 운동회에는 낯익은 얼굴이 많았다. 모두 사회적인 이슈를 뿌리며 언론에 본의 아니게 알려진 얼굴들이다.




“비정규직이 가장 무서운 건 자본과 정권이 아닌 외로움입니다” 이날 운동회를 주최한 서울지역비정규노조연대회의(서비연) 김호정 의장은 비정규직의 외로움을 함께 견디기 위해 운동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가을운동회 의미는 비정규직을 서로 외롭게 두지 말자는 것이다. 서비연에는 제조업, 건설업, 유통업 등 30개 사업장이 있지만 업종별 산업별로 갈라져 서로 얼굴도 잘 모르고 낯선 사이라고 한다. 김호정 의장은 “비정규직들이 가끔 투쟁 때 얼굴을 보기는 하지만 이번 운동회를 계기로 처지가 비슷한 비정규직들이 업종을 떠나 한 목소리를 내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며 “올 운동회를 잘 평가하고 정례화 할 수 있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이렇게 만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비정규직은 기업 내 문제지만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풀 수 있는 방식의 투쟁과 조직을 하기 위해선 처지가 비슷한 비정규직이 산업과 업종을 떠나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을 운동회로 운동장엔 웃음이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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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김규원

    아~ 나도 비정규직인데 참석 못했다 ㅠㅠ 정말 재미있는 하루였겠네요 부럽다..

  • 의장이

    김정호 아닌가요?

  • 지나다

    김호정이 맞습니다.

  • 하늘피리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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