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달라...금융시장 패닉 확산, 실물부문도 악화

전 세계 금융시장 “패닉”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5일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AA+’로 인하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연일 급락하고 있고, 유럽도 대폭 하락했다. 국제 상품 시황은 뉴욕 원유 선물이 급락하는 한편 금 선물이 치솟아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는 S&P500 지수가 지난 주말보다 6.7% 하락한 1119.46으로 201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마감했다. 유럽에서는 스톡스 유럽600 지수가 4.1% 하락했다.

한국 증시도 9일, 이틀 연속 코스피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에도 올해 처음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코스피 지수가 3.82% 하락한데 이어 9일에도 11시 현재 170 포인트 이상 빠지면서 급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S&P는 5일, 미국의 장기 국채 등급 인하에 이어 8일에는 미 정부가 관리하는 패니 메이(연방주택저당금고)와 프레디 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을 비롯한 정부지원기관(GSE)의 신용 등급을 ‘AAA (트리플 A)’에서 “AA+”로 1단계 낮췄다고 발표했다.

미국, 한국 ‘공포 지수’ 급등...2008년 위기 때보다 높아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도 8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대비 50% 상승한 48을 기록해, 2009년 3월 이후 최고수준까지 올라가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포지수인 VIX가 40을 넘은 것은 시장의 불투명성이 강해져 투자자들이 ‘패닉’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오전 10시 50분 현재 전날보다 31.34포인트 상승한 66.60을 기록하고 있고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 수치는 2009년 4월 13일 지수 산출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는 미국발 경제위기가 확대되기 시작한 2009년 4월28일의 38.20이다.

실물 부문도 악화...초국적기업 생산량 감축, 정리해고 확산

미국과 유럽의 국가 채무 위기의 영향으로 금융에서 전기통신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UBS, 크레디트스위스, HSBC 홀딩스 등은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지면서 차례로 인원감축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금융업뿐만 아니라 노키아 지멘스와 시스코 등 통신 장비 업체들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대규모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의 금융대기업인 HSBC홀딩스는 지난 1일, 비용 삭감과 업무 재편성을 위해 2013년까지 인원을 3만명 감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월가의 투자은행들도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감원 발표에 이어 골드만삭스도 전 세계에서 1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업에 이어 생산업체들도 속속 생산량 조절과 정리해고 나서고 있다. 노키아 지멘스는 지난 7월 25일, 무선 광대역 분야의 직원을 중심으로 중국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1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감축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3분기에 추가 감축을 공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소닉은 향후 2년을 목표로 전 세계에서 3만 5천명을 감축하고 비용 절감과 에너지 대기업으로 모델 체인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감축 대상은 전체 직원(38만명)의 9%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나소닉 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 감축이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도, 전 세계에서 2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위기, 마땅한 처방도 대책도 없어

자본주의 세계 경제가 공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를 타개할 해법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에 더 큰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로 미국의 투자은행들로 위기가 파급되었던 2008년 위기와 지금의 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시 미국은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두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었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금리를 낮추고 G20 회의를 가동해 정책 조율을 해 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이 동일하게 국가 채무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각국 정부가 재정정책의 형태로 경기부양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며,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증세나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지난 시기 자본주의 세계경제 위기 대처를 위해 돈을 쏟아 부으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남아 있다.

때문에 현재 위기에 대한 주요 7개국(G7)의 공조체제가 확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세계 경제가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의 국가채무 위기와 함께 일본 역시도 장기침체와 쓰나미의 후폭풍으로 경기 회복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중국이 그나마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으나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미 행정부의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일(현지시간) 열린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자본들은 일제히 3차 양적완화(QE3)를 주문한 가운데, 과연 연준이 추가 통화공급에 나설지, ‘립 서비스’만 난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