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씨, 당신마저 포이동의 눈물 닦을 수 없나요?

[최인기의 사진세상](5) 강남구 개포동 1266번지, 포이동 마을


“4월이 되면 양재천 주변으로 갖은 꽃들이 피어났어요. 우리는 봄철이 되면 나물 걱정은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물이 하도 맑아서 빨래를 하거나 동네 사람들이 모여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였습니다. 옛날에 여름밤에는 이곳은 그야말로 칠흑같은 밤이 된답니다. 우리는 가족들과 함께 멱을 감기도 하고 그랬어요... 사람들은 우리보고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건너편 빌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고 집값이 떨어진다고 동냥아치라고 놀리거나 때로는 옥상에서 돌을 던져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이들을 설득시키려고 노력을 합니다. 여론이 나빠지거나 민원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쨌든 저희에게는 불리하니까요... 주민등록상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마을이지만 저희들도 어엿한 이곳의 주민입니다. 몇 십년을 살아온 주민입니다.”


이상은 2005년 봄 이곳을 방문하여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유령 마을’ 이라는 제목으로 참세상에 게재했던 내용의 일부입니다. 사진 속의 아이들은 몇 년전 대학생사람연대와 사회당에서 개최한 여름캠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때는 이미 어엿한 청소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의 역사는 알려졌듯이 1980년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위 한때 넝마주이로 불렸던 사람들입니다. 거리에서 고물과 폐지를 주워 담아 내다팔던 사람들을 이곳 허허벌판 황무지나 다름없는 포이동으로 이주시켰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전기는 물론 수도조차 없었다지요. 시간이 지나면 점유권을 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그저 폐품과 재활용품 수집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던 것입니다.


온 국민이 축제에 빠져있던 1988년 올림픽 기억하십니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포이동은 국가의 어두운 치부이고 국제적인 망신거리라는 이유로 이들은 문밖에도 나가지 못했답니다. 그 후로 최근까지 주민들은 용역반들의 폭력만행과 심지어 지난 2011년 6월 12일 커다란 화재를 맞이하기까지... 한마디로 처절히도 생명줄을 근근이 이어오며 힘겹게, 힘겹게 이곳을 지켜왔던 것입니다.


이제 건너편 하늘을 찌르며 솟아 있는 '타워 팰리스'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서울의 가장 비싼 노른자 땅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강남에다가 아름다운 양재천을 끼고 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황무지였던 이곳을 개척하면서 살아왔지만 이들이 거주하는 주변의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천문학적으로 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지난 4월 20일 포이동 공대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신희철(남 36세) 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시에서 소위 강남에 위치한 무허가 판자촌 ‘포이동’에 대한 대책마련이 나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서울시는 강남구 개포동 1266번지 일대에 대한 공영개발 계획안을 담은 재건마을 정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신희철 씨는 “서울시가 임대주택에 주민들을 재정착하게 해준다지만 사실상 임대주택 보증금을 낼 여력이 없는 주민들에게는 현실성 없는 계획" 이라고 한마디로 잘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겉만 번지르르할 뿐 과거 내놓은 정책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울시 방침마저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강남구가 부과하고 있는 불법점유 변상금에 대한 대책마련입니다. 이 부분도 참 끈질긴 현안입니다. 그러니까 1990년도부터는 ‘토지변상금’을 부과하였는데 이는 노점상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듯이 불법점유자라는 이름을 붙여 과세를 했다고 합니다. 1억이라나요? 포이동의 주민 중에는 이정도의 변상금을 납부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 하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작년 여름에 담은 것들입니다. 산산이 부서진 이들의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건가요?


과거에도 수많은 서울시장들이 허무맹랑한 대책을 내놓고 도시빈민들을 위한다고 호도했던 사례는 무수히 많았습니다. 당사자들을 위한다기보다 그저 시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선심 정책들이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서울시가 다양한 현안과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홍보하고 선전하려는 듯한 기만적인 대책들이었다는 거죠.

대표적으로 청계천 주변의 노점상에게 던져준 ‘노점상대체부지’나, 철거민들에게 대책마련이라고 줬던 송파구 장지동 ‘가든 파이브’ 같은 것 입니다. 이러한 대책을 거부하면 집단 이기주의 세력으로 몰아 부치거나 매도하는 방법들을 곧잘 쓰곤 했던 것입니다. 마을 회관에서 식사를 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주름진 얼굴처럼 근심이 가득합니다.


문득 드는 생각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전에 이런 내용을 알고 정책을 내왔을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교적 진보적인데 밑에서 일하는 실무관료들이 문제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겠습니다. 지난 4월 24일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인들과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정작 노점상을 비롯한 비 허가 상인들은 배제하여 노점상의 분노를 샀던 적이 있습니다.

포수가 총만 들고 폼만 잡으면 다가 아닙니다. 제대로 사냥을 할 수 있어야 포수인 것입니다. 시장이 과거에 얼마나 진보적이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집행을 내와야 합니다. 아무튼 이번 포이동 대책은 현지 거주민들이 재정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지 거주민과의 협조체제를 제대로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추진되어야 맞는 것입니다.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포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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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휴

    원순이 한테 구걸하는 제목이라니..
    구걸하면 잘도 대책 세워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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