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정반대편에서 벌어진 “민영화 vs 국유화”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6) 민영화가 효율적? 증거를 대봐!

라틴 아메리카의 ‘국유화’ VS 대한민국의 ‘민영화’

[출처: 연합뉴스 2012.05.02]

사건1. 볼리비아, 스페인 투자 송전업체 국유화 선언 – 연합뉴스 2012.05.02


지난 달 아르헨티나에선 벌어졌던 석유, 가스회사에 대한 국유화 조치에 이어 지난 1일 노동절, 볼리비아에서 전력 송전에 대한 국유화 조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볼리비아는 2006년 원주민 출신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후 공공부문의 국유화 과정을 차례로 밟아왔었습니다. 이번 전력송전에 대한 국유화 조치 역시, 16년 동안 빼앗긴 자원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역사적 투쟁임을 다시 확인한 것이죠.

2006년 4월, 베네수엘라의 모든 자원을 국유화 하겠다는 차베스의 선언으로 시작된 라틴아메리카의 재국유화 정책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 이어 올해 아르헨티나까지 퍼졌습니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파탄 난 라틴아메리카 경제 질서를 다시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구반대편, 대한민국에서는 이들 나라들이 20년 전 겪었던 공공부문 민영화의 과오를 차례차례 밟고 있습니다. 지난달 KTX 민영화 추진발표와 서울메트로 9호선의 급격한 요금인상이 맞물리면서, 전국적으로 공공부문 민영화 이슈가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의 반대여론도 상당히 높아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화에 목맨 비즈니스 관료들은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습니다. 여론조작을 위한 홍보지침에 국토부 장관이 앞장서고, 인수주체들의 안정적인 경영자율권 확보를 위해 금융위원장이 회의의사봉을 두드리는 일이 너무도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일보 2012.05.02.]

사건 2. “KTX 민영화 옹호 트윗 올려라” 국토부, 직원 동원 여론조작…산하기관에 공문보내 “매일 직원 반이상 참여 개인계정으로 리트윗 실적은 장,차관에게 보고” 홍보 예시문안도 첨부 - 한국일보 2012.05.02.

사건 3. 정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세번째 시동’ 인수주체 부담 덜기 위해 합병방식완화, 경영권 보장을 위해 예금보험공사 주식 의결권 위임 혹은 제한 – 이뉴스투데이 2012.04.30.



민영화의 ‘효율성’은 투자자의 ‘수익성’을 포장하기 위한 이미지

이러한 비즈니스 관료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자들과 이데올로그들, 여러 민영화 신봉자들과 싸우기 위해서 분명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민영화를 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냐는 것입니다. ‘국유화 VS 민영화’ 라는 대립구도에서 민영화 신봉자들이 항상 외치는 것이 바로 민간자본의 ‘효율성’입니다.

이 ‘효율성’이라는 말이 주는 긍정적 의미 때문인지 우리는 언제나 이 말에 수세적으로 대응했었습니다. 효율성만을 따지다 보면 공공성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이들은 항상 주도권을 쥐고 뭔가 진취적인 일을 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우리는 항상 이들을 막기 위해 뒤로 잡아끄는 포지션을 취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개혁하려는 비장한 선지자의 모습으로 포장되지만, 우리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는 소심하고 순진한 세력 혹은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무능한 세력으로 비춰집니다.

이미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 이들이 ‘재국유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국가적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호에서 밝힌 아르헨티나의 전력회사 ‘재국유화’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언급한 말을 되짚어봅시다. “석유민영화 12년의 결과는 석유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의 비참한 전락이었다.”

생산할 석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게을리 하면서 배당 빼먹기에만 바빴던 금융투자회사 ‘엡솔’의 행태는 그들의 ‘수익성’을 극대화시킨 좋은 사례일지는 몰라도, 국가적으로 볼 때 자원 활용의 명백한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 것입니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고 10만 명의 대중이 거리에서 ‘재국유화’를 외친 건, 민영화의 ‘효율성’ 논리가 불과 1%도 안 되는 투자자들의 ‘수익성’에만 봉사하는 거짓된 논리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출처: 시사인 재인용]

멀리 갈 것도 없이 갑작스런 요금인상 발표로 한창 논란이 뜨거운 서울메트로 9호선의 사례를 봅시다. 시민들이 혈세로 적자운영에 대한 보조금까지도 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성 보전 명목으로 결국 서비스 이용요금을 올리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영업적자의 근본이유가 후순위채로 이자를 15%이상 떼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채권자가 아래 표(시사IN 재인용)에 있는 메트로 9호선의 주주인 금융투자사들입니다.

그런데 더욱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서울시가 지급보증을 해서 이자율을 4%대로 낮추자고 제안했음에도 경영자들이 거절했다는 점입니다. 민영화론자들이 말하는 ‘효율성’커녕 9호선의 수익성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이들이 말하는 수익성은 경영엔 관심 없고 대출이자만 받아먹는 금융투자사들의 수익성이었나요? 게다가 이 민자사업을 지휘한 전 서울시 간부가 이 금융투자사들 중에 하나인 맥쿼리 주식 10000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는 공공부문의 민영화로 인한 이익이 과연 누구에게로 돌아가는가를 명백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여겨집니다. 이들이 말하는 효율성은 민영화 사업에 얽힌 각종 투자자들의 수익성을 포장하기 위한 이미지 일뿐입니다.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과정을 보아도 이는 명백합니다. 막대한 인수비용 때문에 마땅한 인수주체가 부재하자, 개정된 상법에 근거한 합병방식으로 우회를 하였고, 합병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가 될 듯하니, 이제는 민간투자자의 경영권 보장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의결권까지 제한하는 조치를 의결했습니다. 무조건 참여해서 들어오기만 하면 수익성 확보해 주겠다고 애걸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투자자들이 국내자본과 사모펀드를 구성하여 우회 투자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 마저도 완화했는데, 만약 이렇게 된다면 KT사례처럼 이들에 의한 ‘주주 고배당 정책’이 강제될 것입니다. IMF 때 국민세금으로 살려 논 공공금융자산이 외국인들의 수익보장의 원천으로 전락하는 꼴을 맞이하는 것이죠.

여러분 다시 생각해 봅시다. 그들의 말대로 우리은행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인수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자산이라면, 이것을 굳이 팔아야 할 이유는 있을까요? 그렇게 훌륭한 은행이라면 정부가 계속 보유하여 금융안정과 서민금융의 밑거름이 되도록 활용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며 가장 효율적인 자산활용이 아닙니까?

이처럼 독점적 시장수요에 기반하고 있는 공공부문에서 민영화의 효율성 논리는 시장논리로 보아도 성립불가능한 논리입니다. 왜냐하면 민간시장에서의 경쟁에 의한 효율성은 시장퇴출이라는 공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공부문에서 시장퇴출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까? 지하철 9호선의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이용객들이 갑자기 승용차를 몰고 다닐 수도 없는 거니와 다른 지하철 신규사업자가 나타나 갑자기 10호선을 만들어 퇴출된 9호선 사업자를 대체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이렇듯 공공부문의 독점적 시장수요에 대해서 그 현실을 조금만 상상해 보아도, 민영화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손쉽게 어마 어마한 수익을 챙겨 가는지 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에서 민영화로 인한 폐해에 분노하고 ‘재국유화’를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이유입니다. 주류언론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힘센 국가가 선량한 개인투자자의 지갑을 털어가는 것이 아닌 것이지요.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 민영화에 대한 거대한 반격은 계속 높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민영화론자들의 달콤한 유혹과 협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국가경제와 민생파탄을 만들었는지 몸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들의 뼈아픈 과오를 되풀이 할 것인가? 아니면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 것인가? 이제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영화 신봉자들에게 이렇게 따져 물어봅시다. “증거를 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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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 국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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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삼

    1%에 대한 99%의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지혜 있는 지도자는 1%의 페해의 종말을 예견하고 자국민의 안녕을 도모할 것이다 발전이란 이름의 사악한 간교함에 동참하는 모든 국가 권력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