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경영권으로 자본주의 극복해야”

[새책] 기업은 노동자의 것(김상봉 저, 329쪽, 2012.3.23, 꾸리에)

김상봉 교수가 “사회주의 혁명으로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며 피 흘리지 않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노동자 경영권’을 제시했다. 그는 이 ‘노동자 경영권’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전술로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지난 2일 연세대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출간기념 공개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상봉 교수의 저서인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는 기업을 내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자본주의에 철학의 메스를 가한 책이다.

그는 이 같은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국가와 자본주의를 어떻게 지양하고 해체해야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며 “기업에 의해 해체되고 있는 국가를 어떻게 인간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할 것인가는 우리 시대 절실한 과제”라고 천명했던 함석헌 선생의 말을 인용했다.

김 교수는 경제학의 영역인 기업에 다른 학문이 아닌 철학이 비판의 칼날을 든 것과 관련해서는 “철학은 원래부터 총체성, 보편성의 학문이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 역시 철학의 탐구 영역”이라며 “오히려 현재 경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철학이야말로 현실과 유리된 무가치한 학문”이라고 주장했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기업 관련 학문, 즉 경제, 경영학, 법학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그는 “상법 또는 회사법 연구하는 법학자들이 경영권을 학문으로 논할 때 실정법을 넘어서지 못하며, 기업이론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은 자본주의를 견인하는 기업을 진보적 관점에서 낱낱이 해체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자본가가 어떻게 하면 자본의 출정을 위해 조직 관리를 잘할 수 있는가를 논하는 반동적인 학문이 되었다”고 탄식했다.

김상봉 교수에 따르면 주식회사라는 존재는 사물이 아니라 인간의 생산 공동체이다. 사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이 있을 수 없고, 대표만 있을 수 있다. 대표는 ‘소유’가 아닌 ‘활동’을 대표해야 하며 기업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노동자이므로 노동자가 대표가 돼야 한다. 이것이 그가 ‘노동자 경영권’을 주장하는 논리적 배경이다. 그는 “지금처럼 사물(주식,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경영권을 갖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노동자 경영권을 통해 “주식회사의 활동과 주식회사의 대표성 사이의 논리적 괴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어 그는 “지금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렇게 바뀌는 순간 주식회사는 모두 작은 공화국, 아테네와 같은 폴리스가 될 것”이며 “이것이 자본주의를 피 흘리지 않고 넘어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고 노동자가 자기 노동 활동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노동자가 경영권을 가졌을 경우 사람들이 갖게 될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런 염려를, 왕을 없애고 공화국 만들자고 했을 때 안 했겠나. ‘이 무식한 농민, 노동자들에게 투표권 주면 그 놈들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지 알 수 있냐’는 말을, 그 당시 왕권신수설을 옹호했던 사람들이 안 했겠냐”며 “하지만 오늘 우리는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다”고 간단히 반박했다.

김 교수는 강연 도중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 극복은 불가능하다는 말로 좌중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는 “역사에서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단절은 없다. 맑스조차 자본주의의 생산성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자본주의에 대해 챙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갖고 토론해야 한다. 이 책이 그 토론의 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이 같은 ‘노동자 경영권’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전술로 사용되길 바랐다. 김상봉 교수는 “이제까지는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경영권을 인정해주고 나서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요구했으나 이제 복수노조 시행으로 그마저 불가능해졌다”며 “노동운동이 살기 위해 경영권 자체를 운동의 투쟁 의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에서 노동자 경영권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 차

머리말

1. 바보같은 물음
-사장을 노동자가 뽑으면 안 되는가?

물음의 시작
기업이 된 국가
자유로운 시민, 예속된 노동자
국가보다 더 커져버린 기업
만남이 성장해 온 역사
기업을 폴리스(polis)로
노동자에 의한 잉여가치의 관리
세 가지 변화
시장과 자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에서

2. 자유와 소유 그리고 권력
-근본 개념들의 새로운 규정

다른 사람들의 의견
자유와 소유
사람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권력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영권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3. 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
-주식회사의 네 가지 고유성에 대하여

주식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식회사의 법인격
보론: 법인 본질론에 대하여
주주의 유한책임
주식양도 자유의 원칙
소유와 경영의 분리

4. 주식회사의 다양한 변이들
-나라별 주식회사의 지배구조

독일의 주식회사 지배구조
미국의 주식회사 지배구조
한국의 재벌 기업 지배구조
일본의 재벌해체
다음으로 건너감

5. 주주에겐 배당금을 노동자에겐 경영권을
-노동자 경영권의 근거에 대한 철학적 성찰

실정법의 혼란과 주주 경영권의 불가능성
기업과 기업경영
칸트와 유기체의 개념
기업 조직과 서로주체성의 이념
주주와 노동자의 만남
실천을 위한 순서

6.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맺음말
상상력과 의지를 위한 간단한 준칙
태그

기업 , 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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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쓰레기!!

    그찮아도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하나의 쓰레기가 더해졌군요..
    타이핑 하느라고 얼마나 손가락이 아팠을꼬..
    폐지로나 써야지 이거야 원..
    진보신당은 자신들이 쓰레기임을 인증하는건가?
    그나저나 쓰레기를 재생산하는 참세상은 뭐냐..

  • 박현욱

    얼마 안되지만 참세상에 후원하는 사람으로서 이 건 좀 심하다 싶어 글 남깁니다. 덧글이라 길게 쓸 수는 없으니 국가, 기업, 경영등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일단 넘어가고...노동자에 의한 잉여가치의 관리라뇨? 잉여가치란 노동자가 만든 '가치생산물' 중 지불 되지 않는 부분, 즉 필요노동시간 외에 형성한 가치로서 착취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 어떻게 노동자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그 착취한 것을 또 스스로 관리하나요? 노동자가 만약 잉여가치를 '관리'한다면 그 순간 이미 잉여가치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가 없는데요. 그리고 맑스조차 자본주의의 생산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뇨? 사적유물론의 가장 핵심이 되는 전제가 생산력의 발전인데요. 즉 포기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로 삼고 있는 거지요. 발전된 생산력이 생산관계와 조응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혁멱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노동자 경영권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전술이 되길 바란다니요? 내가 대학생이던 20여년 전에 이미 대유행했던 논리인데요. 그 덕분에 웬만한 회사에 우리 사주 조합 없는데 없고 그 우리 사주 운동 때문에 노동운동이 얼마나 질곡을 겪고 있는데요...

  • 형틀목수

    주식값이 많이 떨어 졌나보네요!
    노동자들 많이 피곤 합니다!
    진짜백이 좀 내놔봐요!

  • 뎡야핑

    사회주의 혁명으로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없구나 아아 그랬구나. 너무 처음 듣는 얘기라서 막 사로잡히네요? ㅋㅋㅋㅋㅋㅋ

  • ㄹㄹ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쓴 댓글들은 뭔지..
    용감한거냐 멍청한거냐...

  • 박현욱

    제가 단 댓글은 책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기사에 나온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기사와 인터뷰는 읽어보고 쓴 것이고요. 인터뷰에서 한 말만 가지고 봤을 땐 이 책의 저자 역시 맑스의 책은 전혀 읽어보지 않고 맑스를 언급하고 있다고 보여지네요.

  • 형틀목수

    그 책을 꼭 읽어 봐야 하나요?
    김도연 독자님의 책 소개는 감사히 받겠 습니다.ㅎㅎ
    정말 피곤 하네요.
    혹시 "상상력과 의지를 위한 간단한 준칙" 속에는 저자의 책을 꼭 읽을것 이라는 부연 설명은 없던가요?

  • 탱구리

    요즘도 자본론을 금과 옥조로 자구하나 하나를 진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성경 자구 하나하나를 금과 옥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랑 똑 같다. 20년이면 강산이 2번이나 변했다.

  • 보스코프스키

    김상봉 교수의 주의는 http://www.lodong.org/board/board.html?mtype=view&page=2&bid=1&num=176&seq=1177&replynum=176&shownum=175&key=&searchword=
    에 자세히 있는데 이것의 결정본이 저 도서일겁니다. 코미디 집도 이런 코미디 집이 없을듯....^^ 덕분에 웃음 가득했습니다....^^

  • 보스코프스키

    그리고 김상봉 교수는 다지원 같은 곳의 상황부터 살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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