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사민정 일자리 대타협 강조...이명박 답습?

2008년 MB식 일자리 정책의 핵심...노동계 임금인상 자제 언급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은 ‘일자리’였지만, 일자리창출의 대안은 ‘노사민정 대타협’ 모델이었다. ‘노사민정 대타협’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던 노사 고통분담 모델이다.


문재인 후보는 17일(월) 오전 10시 30분부터 중소기업과 영세.비정규직 노동자의 상징인 구로디지털단지 내 태평양물산 건물 3층에서 노동계와 경제단체 대표들 등을 초청해 ‘일자리 혁명을 만드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일자리 간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후보는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과거에 해왔던 성장방식으로는 일자리가 늘지 않고, 고용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오랫동안 확인되고 있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사용자와 노동자 측이 함께 협력이 이뤄져야만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방안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청년 고용 등의 주문이 있지만, 결국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도 어느 정도 부담을 나누면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고, 노측도 노측이 하고 싶은 것 다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자리만 좋게 해 달라, 늘려달라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어 “노측도 일정한 고통분담을 해줘야 될 것 같고, 기업측이나 노측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노사 양쪽의 양보와 고통분담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양대 임상훈 교수도 “일자리 문제는 노사정이 서로 협력해서 사회적 타협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노사정이 만나 협력을 통해 해법과 사회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문재인 후보에게 노사정 대타협을 당부했다.


반면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은 “문 후보가 고통분담을 말씀하셨는데 1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 고통 분담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 경제가 회복되면 발목이 따듯해 질 것이라고 했다”며 “15년이 지났지만 9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핵심문제로 자리 잡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년의 민주당 정권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새로운 정부는 지금까지 방향을 근본적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1시간여 동안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난 후 마지막 정리 발언에서 노사민정 대타협모델을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는 “정리해고를 엄격하게 만들고, 정년 연장도 필요하며, 노사관계도 적대적 노사관계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기업에도 부담을 주게 되는데, 노동계 쪽도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을 받아들여 주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일자리 나누기를 한다면 기존 임금보다 떨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신규 임금 인상이라도 자제를 해준다던지, 정부가 부담을 해주는 안 등을 (놓고) 노사, 노정, 사정이 활발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전체적으로 노사정에 민간까지 포함하는 주체들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이나 사회협약을 체결하는 단계까지 가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노사민정 대타협 모델, MB의 일자리 공약...인수위 TF까지

문재인 후보가 제안한 일자리 창출 모델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었던 노사민정 대타협 모델과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모델을 선거 공약에서부터 제시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이명박 인수위는 “인수위 내에 노사민정 대타협을 위한 별도 실무 TF를 구성하고 새 정부 출범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공약에 따라 노동계엔 파업자제, 임금동결·반납 또는 절감을 요구했고, 경영계에는 부당노동 행위 근절과 해고 자제를 통한 기존 고용 유지합의를 요구 했다.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서 고통분담을 하자는 것이었지만 이 정책은 대표적인 친기업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노사민정 대타협의 결과가 노동계에 참혹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시 노사민정 대타협에 참가했던 한국노총은 “노사민정 합의 이후 대졸초임삭감, 공기업 초임 삭감과 구조조정 등 노동계의 고통분담만 있었다”고 비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노사정 모델이 노동계의 일방적인 고통분담으로 귀결됐다며 노사민정 협의체 참가를 거부했던 민주노총은 “노사민정 대타협의 결과 빈부격차와 실질임금 삭감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후 문 후보의 대타협 제안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 당시 고통분담이 연상될 정도였다”며 “비정규직 문제나 가계부채로 벼랑 끝에서 버둥거리는 사람들의 문제부터 해결해 놓고 고통 분담 얘기를 해도 해야지 지금 어떤 말을 한들 호응을 받고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이어 “사회적으로나 노사관계로나 이미 재벌에게 힘이 편중이 돼 있는데, 먼저 사회적 힘의 균형을 회복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훨씬 토대가 될 것”이라며 “참여정부가 소위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고백하면서 결과적으로 친기업정부가 들어서도록 한데 대한 깊은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대표 20여 명과 양대 노총, 청년 유니온, 전국여성노동조합, 특수고용직 등 노동계 인사들이 참가했으며, 기업들 가운데에서는 (주)카카오톡 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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