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 속도전에 법도 어겨

국토부 “법 위반 아니다”...박근혜 ‘법치주의’ 선택은?

철도 민영화 사전 작업 의혹이 제기되는 관제업무 이관이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에 국토해양부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혀 법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드러난 철도역사 소유권 환수 계획도 국토부가 철도산업기본법(철도법)을 어기고 강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행령·시행규칙이 법보다 우선일 수 없는데, 법치주의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철도 민영화 쐐기 박기를 시도하며 법조차 어긴다는 것이다.

관제업무는 철도 ‘운영’...철도법상 ‘운영’은 철도공사에
국토부 “관제업무가 운영? 근거 없다” 반박
주승용 의원실 “국토부는 법 지켜야”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일 철도법 시행규칙에서 철도공사에 관제업무를 위탁하기로 했던 부분을 삭제하고, 시행령의 일부개정을 통해 철도시설공단에 관제업무를 위탁한다는 내용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관제업무와 수송업무를 분리해야 철도안전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국토부의 관제업무 이관 추진에 대해 위헌, 위법적 사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법상 철도시설과 철도운영의 ‘상하분리원칙’을 규정해 “시설부문은 국가의 투자 책임 하에 철도시설공단에서 건설관리하고, 운영부문은 철도공사에서 운영 관리하도록 구조개혁의 기본틀을 마련”한 것이 법률 제정 이유라는 것이다.

  [참세상 자료사진]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철도 관제업무는 철도 운영의 핵심 업무”라며 “철도법에서 업무수행자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설과 운영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상하분리원칙 하에서는 당연히 철도공사에 관제업무가 있고, 법률 자체가 예정하고 있는 내용이다”고 전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어 “철도법 시행령에서 관제업무를 철도시설공단 또는 철도운영자(한국철도공사) 중에서 선택해 위임할 수 있는 듯 규정했고, 시행규칙에서 철도공사를 선택해 위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동안 철도공사가 관제업무를 맡아 문제되지 않았지만 이관을 추진한다면 상위법을 위반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또 “철도법 등에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법, 제도적 철도안전시책을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에서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기본권 보호 의무가 있다”며 관제업무 이관 추진을 비판했다.

관제업무는 열차 배정, 열차 운행 중 의사소통, 사고발생시 통제 등 열차 운행과 관련된 전반적인 소통과 지시로, 철도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업무이기 때문이다.

관련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2003년 철도법 제정 당시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고, 시설유지보수 업무와 관제업무를 철도공사가 모두 행사하는 것이 안전과 업무효율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철도공사에 관련 업무를 모두 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국토부가 법을 어기고 시행령 개정 등의 꼼수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검증조차 받지 않으려는 수작이다”며 “박근혜 당선자 역시 MB처럼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당선됐다. 현재 추진되는 철도 민영화야 말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철도역사 소유권 환수 계획도 비슷하게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국토부는 민간 사업자가 철도 운용에 뛰어들어도 문제가 없도록 전국 철도역사를 철도공사로부터 환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철도법 개정 없이 처리 계획만을 변경해 철도 역사를 시설 자산으로 돌린다는 국토부의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법률 개정 근거는 없다”며 정면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제업무가 철도 운영에 해당하는 게 어디에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며 “관제업무는 독립시켜서 국가나 제3의 기관에서 할 수 있고, 시설부분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에 관제업무를 주는 것으로 시행령을 바꾼 것”이라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관제업무를 이관한다고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려이다”며 “무리 없이 진행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철도시설공단에서 관제업무를 봤을 때 우려되는 문제를 보완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경실련 등 시민단체로부터 의견을 받기도 했으니 추가적인 사안을 보안해 개정 추진할 것”이라며 관제업무 이관 추진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어제(19일) 입법예고 시한이 지난 것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며, 법제처 심사 단계”라며 “필요하다면 재입법 예고도 할 수 있지만 예민하게 대립되는 문제이다 보니 우리도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인 주승용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관제업무 이관은 “법 개정 없이 불가능하고, 현재 법을 지켜야 하는 사항”이라며 “철도시설공단이 관제업무를 운영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당장 업무 이관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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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 민변 , 철도민영화 , 국토해양부 , 법치주의 , MB , 박근혜 , 관제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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