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변혁하라! 세계를 변혁하라!

[새책] 사회주의 로그인 02(사노위 편집위원회, 2013.4)

한국사회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지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러다보니 제주 4.3항쟁이나 5.18 광주 항쟁에 대한 보수 세력들의 황당함이 지속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민간인을 학살한 비정상적 국가권력에게 보편적 양심과 역사의 단죄를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현실은 결국 힘과 권력이 본질적이다. 문제는 그러한 힘과 권력이 불가역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자유주의 정권들의 무책임한 역사인식과 과도한 관대함은 결국 또 하나의 역사적 범죄로 기록되고 있다. 그들이 역사적 죄인으로 기록된 것은 광주항쟁의 실질적 주인이 노동자 민중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노를 힘으로, 권력으로, 철저함으로 조직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망령은 배회할 것이다.

이렇게 척박한 풍토에서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해서 운동을 하고 사회주의적 삶을 살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 이러한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오히려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국사회에는 맑스주의를 기치로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대중적인 운동을 전개하는 정치조직이 10여개 존재한다. 그 중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직 중 하나인 사노위(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가 이번에 기관지 <사회주의 로그인 02>를 발간하였다.

이번 호의 <특집>으로는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좌파의 과제’를 잡았다. 김명신은 “2013년 정세와 투쟁과제”라는 글에서 박근혜정부가 이야기하는 ‘창조경제’가 경제성장론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고,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산업 활성화, 기업지원체제의 구축,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고, 이 기조 하에 일자리와 시혜적 복지가 종속적으로 결합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성장’을 뺀 ‘창조경제’의 구체화가 불가능하고 추상을 맴돌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박근혜정부의 핵심과제는 글로벌 차원의 자본 간 경쟁 격화에 따른 자본의 대응체제 구축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 법안은 후퇴하고, ‘노동’은 경제의 부속물로 전락하면서 한국 경제는 자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으로 빠르게 움직여 갈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현대차 사내하청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과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등을 핵심적인 투쟁과제로 제출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과 2013년 3월 28일 제출된 ‘교육부문 국정과제 실천계획’을 분석한 ‘교육혁명공동행동’의 김태정은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실질적인 완결과 안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면서, 특히 “교육주체들의 투쟁 요구를 부분적으로라도 반영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의 일부 내용에 대해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동시에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에 이어 지속적으로 추진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에 맞선 싸움-일제고사 중단,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반대, 농산어촌학교 통폐합 반대, 교원평가 반대, 국공립대민영화 반대, 교육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투쟁-을 중단 없이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교육주체들의 단결과 연대를 구축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을 교육혁명의 주체로 조직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강동진은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이 보수주의 복지국가 구상과도 무관하고, ‘보편적 복지’와도 거리가 멀고, ‘맞춤형’은 노동자·민중의 삶에 대한 맞춤형이 아니라 재정과 예산맞춤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이명박정부의 ‘능동적 복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기획>으로는 ‘당운동과 대선평가’를 중심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쟁점을 다룬 글과 2012 대선과 좌파운동을 평가한 글 그리고 노동자 선투본의 선거평가서를 실었다. 정책선전위원회에서 제출한 “현시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쟁점과 방안”은 당운동과 대중운동의 양날개론에 입각하여 노동자 대중을 대상화/수동화시켰던 민노당과 통진당으로 이어지는 지난 10년간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의 파산을 분석하고, 최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여러 정파들이 주장하는 조합주의적 정치세력화, 노동중심성을 가미한 진보정당론에 대하여 현장활동가에 기반한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론’을 제출하고 있다.

원영수는 2012년 대선을 분석하면서 제도좌파의 선거대응이 계급정치의 자멸이었고, 좌파의 공동대응이라는 진보신당의 공식 입장을 파탄내었던 사회당계의 공작정치와 그 결과물인 김순자 선거운동, 그리고 좌파의 생존을 위해 강요받았던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의 독자 대응을 분석한다. 특히 노동자 선투본이 완주라는 소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강요받았던 여러 한계 때문에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실질적인 성과가 취약하고, 좌파의 제한적 역량에 비해 주객관적 정세의 무게를 견뎌내고 추락한 계급정치를 복원할 대안세력으로서 자기정립의 정치조직적 과제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임에도 치열한 자기반성이 없다면서, 선거의 준비과정과 선거기조, 선거운동과 운영 등의 측면에서 나타난 부정적 측면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호의 <논쟁>으로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 대한 글 4편을 실었다. 남구현은 “맑스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자본주의를 넘어 공산주의로 나아가는 이행기 사회의 국가로 개념화하였고, 파리 꼬뮨의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형식성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는 점, 강령 초안에서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직접정치를 가능케 하는 노동자 권력으로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원래적 의미를 복원하고, 관료주의와 국가주의를 극복하는 것을 정치의 핵심으로 제시하였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이행기 사회의 국가형태로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설정하였다는 점, 원래적 의미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복원한다는 것은 동시에 현실사회주의 국가에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왜곡된 형태를 극복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노동자 계급의 권력기관으로서 노동자 평의회에 기초하여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노동자 민중의 자치능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 제시하였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득재는 “코뮌과 소비에트”라는 글을 통해 1905년 이바노보-보즈네센스크 노동자대표 소비에트와 1917년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를 천착하면서, 1905년 혁명 이전부터 러시아에 존재하던 무수한 코뮌과 지역 소비에트가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와 러시아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박석삼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쟁점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란 글에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 대해 맑스가 사용했던 모든 사례의 분석을 통하여 이 개념이 맑스가 그다지 즐겨했던 핵심적 사상이 아니라는 점과 러시아 혁명가들의 논쟁 속에서 왜곡된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는 플레하노프나 레닌이나 트로츠키와 같은 러시아 혁명가들이 착목한 뭔가 독재적인 수단을 전제한 정부 형태나 정책형태가 아니라 이행기 국가의 성격에 관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정병기는 “서유럽 공산당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념”이란 글을 통해서 이탈리아공산당 다수파가 소련 사회주의와 더욱 멀어져가면서, 다수의 동의와 다양한 계층의 실질적 참여를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로 설정하면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폐기하고 유로코뮤니즘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그 외 <국제>에서는 경제위기와 맞물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유럽 좌파통합운동의 실상과 쟁점을 다룬 글과, G2의 전략적 경쟁과 양상을 다룬 글 그리고 경제위기 하에서 유럽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투쟁을 분석한 글을 실었다. <현장>에서는 자본의 공세에 대한 총노동의 대응을 위해 현장의 재조직화와 투쟁의 방안을 모색한 글과 사노위 학생위원회의 교육투쟁 방안을 실었다.

<목차>

<특집>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좌파의 과제
2013년 정세와 투쟁과제 /김명신
2013년 교육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김태정
박근혜정부 복지정책의 평가와 전망-실패로 판명된 ‘Workfare'의 보수적 유지 /강동진

<기획> 당운동과 대선평가
현시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쟁점과 방안 /정책선전위원회
2012년 대선과 좌파 운동/정치 /원영수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 보고 및 평가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

<논쟁>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와 민주주의 /남구현
코뮌과 소비에트 /이득재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쟁점에 관한 역사적 고찰 /박석삼
서유럽 공산당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이념 /정병기

<국제>
유럽 좌파통합운동의 현황과 쟁점-Syriza, Left Bloc, NPA를 중심으로 /박석삼
G2(중국-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지역적 확대 /이유철
유럽연합이라는 장밋빛 허상에 맞선 성난 유럽의 노동자와 민중 /전소희

<현장>
투쟁의 불씨는 현장에 묻혀 있다 /김동성
2013년 교육투쟁 방안 /사노위 학생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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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수 , 정병기 , 맑스주의 , 강동진 , 이득재 , 김명신 , 남구현 , 박석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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