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도 조세피난처로 도피...2차 명단 발표

한진해운, 한화, SK, 대우그룹 등...재벌그룹, 조세피난처에 5조6903억 원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4개 재벌기업 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27일 <뉴스타파>가 2차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최은영, 조용민 한진해운 현 회장과 전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그룹 현 계열사 사장, 조민호 SK그룹 전 계열사 사장, 이덕규 대우그룹 전 이사 등이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쿡 아일랜드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자금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명단에는 특히 부실경영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전 대우그룹 분할 기업, 대우인터내셔널 임원도 명단에 포함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출처: newstapa.com 화면 캡처]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2005년 7월 18일 ‘콘투어 퍼시픽(Contour Pacific Limited)’의 단독등기이사로,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은 2007년 4월 18일 등기이사로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Sun Wave Management Limited)’를 설립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대우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12월 말 대우 무역 부문 분할로 설립된 후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2010년 10월 포스코 그룹에 편입되기 전까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주주로 있었던 국유기업이다.

이덕규 전 이사가 상무이사로 재직하며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2005년에도 자산관리공사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대주주로서, 사실상 국유기업 임직원도 조세도피에 가담한 것이다.

현재 이 전 이사는 페이퍼 컴퍼니 설립 이유에 대해 회사 공무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이를 부인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며 국정조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덕규 대우인터내셔널 전 이사는 확인 요청에 “종합상사의 특성상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일이 본부장(이사급) 단독으로 결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를 부인하며 절대 회사와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한편, 26일 재벌닷컴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분리된,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국유기업 대우조선해양도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의 자산 총액이 784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 주요 주주는 포스코(66.0%), 국민연금(9.10%), 한국투자신탁운용(1.10%)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모기업 대우그룹은 김우중 전 회장의 부실경영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 해체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 전 이사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 당시인 2005년 경총 등 5개 경제단체에서 투명경영 대상 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동탄압 한진 족벌, 조세도피

한편, 2차 명단에도 노동탄압으로 유명한 한진중공업의 일가인 한진 족벌이 연이어 포함되며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2일 1차 공개된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동생)의 부인 이영학 씨에 이어 2차 명단에도 한진 일가가 포함됐다.

27일 <뉴스타파>의 발표에 따르면 최은영 현 한진해운 회장(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도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자금을 운영했다. 이들이 소유한 ‘와이드 게이트 그룹’ 발행 주식은 50,000 주로 이 중 최은영 회장이 90%를, 나머지를 조용민 전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다.

2차 명단에 포함된 한화그룹은 <재벌닷컴>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의 자산 총액이 가장 많으며 4개 법인이 총 1조6822억 원을 보유 중이다.

역시 2차 명단에 포함된 SK그룹은 2번째로 많은 1조3267억 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닷컴은 26일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1조원 이상 민간그룹 가운데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셜군도 등 9개 지역에 해외법인이 있는 곳은 24개 그룹이고 이들이 설립한 해외법인은 총 125개, 자산총액은 5조6903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