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방 ‘창조경제’, 문제는 돈줄

[주례토론회] 창조경제의 기원과 한국경제의 미래(2)

[편집자주] <창조경제의 기원과 한국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6월 25일(화)에 참세상 주례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주례토론회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론이 국내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또한, 대선 시기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사회경제정책과도 상당한 공통점이 있으며, 진보정당의 정책들도 창조경제와 일맥상통함을 짚어 보았다.

국외적으로는 창조경제의 원조로 알려진 영국 토니블레어 정부의 ‘쿨 브리태니아’, 일본의 ‘쿨 재팬’, 그리고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까지... 창조경제는 이름과 달리 국내의 전 정부와 해외의 여러 나라 정책들을 모방한 것이지만,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자본의 선순환구조를 고민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특히 2013년 하반기 통화양적완화 축소의 후유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주요산업의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고, 정부채무의 악화 속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자본조달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큰 고민으로 등장할 것 등을 예상해 보았다.

아래는 <창조경제의 기원과 한국경제의 미래>의 두 개의 발제문 중 “글로벌 모방 ‘창조경제’, 문제는 돈줄” 전문이다.



싸이와 개콘을 칭찬한 박근혜, "젠틀맨 시건방춤, 창조경제의 모범“, "성실한 실패 뒷받침 해주는 시스템이 중요해" - 2013. 4. 13. 미래부,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잡힐 듯 말 듯, 도대체 ‘창조경제’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창조경제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건 1996년 영국에서부터이다. ‘쿨 브리태니아’라는 슬로건으로 영국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한 토니 블레어, 그가 총리에 당선되면서부터 창조경제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되었다. ‘쿨 브리태니아’ 전략은 당시 스파이스걸스 등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릿팝(Brit Pop·1990년대 이후 영국의 모던록을 말함)이 크게 부각된 것을 발판으로 삼아 이들의 '쿨한' 이미지를 신경제성장에 차용한 슬로건이다. 한때 선거용 슬로건으로만 사용되다가 버려질지도 모를 이 ‘듣보잡’이 1998년 영국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문화산업을 체계화하는 전략을 수립하면서부터 영국의 신성장동력의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의 말했던 논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발간된 영국의 '창조산업 전략보고서'를 보면, 경제의 성장 동력이 ‘개선’과 ‘혁신’에서 ‘창의성’으로 바뀌고 있고, 따라서 가치의 원천이 '지식과 정보'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류의 경제를 농업경제(생필품)->공업경제(공산품)->서비스 경제(서비스)->체험경제(체험)로 구분했을 때, 지금은 체험경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고 4E의 체험, 즉 오락(Entertainment) 체험, 교육(Education) 체험, 현실도피(Escapist) 체험, 미적(Esthetic) 체험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예전에는 어떤 물건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법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창의성을 가지고 그 물건으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조지프 파인 2세, 제임스 H. 길모어, <체험경제를 환영하며>)

이렇게 시작한 발전전략은 광고·방송·출판 등의 전통적인 문화산업에다가 건설·제조업·미디어 등의 다른 산업 분야를 접목시켰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취업자의 5.14%가 현재 창조산업에 종사한다. 또한 10년간 창조산업 분야의 성장률은 6%로, 이 기간 영국 경제의 전체 성장률 2.8%를 훨씬 웃돈다. 음반·TV프로그램 등의 수출도 전체 수출의 10.6%를 차지했다. 나름 발전전략으로 성공한 셈이다.

우리에게 영화로도 잘 알려진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부상했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 <닥터 후>와 <셜록>, 테이트모던 미술관, 웨스트엔드 뮤지컬(미국 브로드웨이처럼 여러 뮤지컬을 날마다 공연하는 곳으로 런던에 있다)이 인기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 성공적인 결과물들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팝스타와 예술가들의 개인적 창의력을 국가가 지원하고 다른 산업분야와 접목시켜 발전시켰다는 데에서, 우리나라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실체를 추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K팝과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바람을 끌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국가차원의 문화수출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것, 이것이 그 요체가 아닐까?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된 창조경제, 창조산업, 왜 지금일까?

영국의 이런 성공을 우리만 모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쿨 재팬’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일본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일본의 콘텐츠, 패션, 식품, 전통문화, 지역, 관광 등을 발굴하고 있다. 민관이 연결돼 품목별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 다양한 행사에 일본 문화를 노출시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식품을 팔 때 식문화도 함께 알려 식재료 수출 확대를 유도한다는 식이다.

미국도 2011년 2월 ‘미국혁신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창조성과 상상력에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무선, 특허개혁, K-12 교육, 청정에너지, 창업미국 등 5개 테마를 제시했다. EU도 지난 2010년 3월, 유럽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유럽2020' 발표했다. 경제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전략으로 스마트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포용적 성장 비전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창조성, 혁신, 기업가정신의 교육 강조, 문화적 다양성 확보와 창의적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플랜도 담겨 있다.

바야흐로 ‘창조경제’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창조’라는 말이 끼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내세우는 국가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은 1세계 선진국들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미 고도로 진행되었고, 인구고령화로 인해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나라들이다. 이들은 2008년 터진 갑작스런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부문의 성장에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기존 1,2차 산업은 중국과 같은 신흥공업국들에게 모두 뺏겨버려 과거의 제조업 대국으로 되돌아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자국의 고용창출과 성장을 위해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산업간 교집합을 통해 없던 틈새라도 새로 만들어내려는 안간힘이 ‘창조산업’이라는 말로 회자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역사발전의 다음 단계인양 새로운 경제성장의 단계가 도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강조했던 IT신기술, 문화산업이라는 것이 ‘창조’와 ‘융합’이라는 좋은 말로 포장된 것이다.

‘이스라엘 배우기’, ‘벤처열풍’의 도돌이표?

여기에 몇몇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집권 초부터 이스라엘을 배우자는 주장이 유행했다. 소위 ‘창조경제론’의 실세라 불리는 미래부 제2차관이 수년전부터 주창한 ‘이스라엘 배우기’이다. 하지만 종교적, 군사적 갈등지역으로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론은 좀 생소하다. 그러다보니 단편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열광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 ‘활발한 글로벌 인적네트워킹’, ‘벤처캐피탈 요즈마 펀드’, ‘군대는 창업기술을 가르치는 인큐베이터’, 등등 ‘군대’라는 단어만 빼면 10여 년 전 우리나라 ‘벤처열풍’에서 한 번씩 들어봤을 법한 내용들이다. 여기서 몇 가지 차이점을 짚어보고 박근혜 정부의 한국형 ‘창조경제론’의 밑그림을 추론해보자.

먼저 이스라엘은 군대에서 창업기술을 가르친다는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군대에서 만난 인적 네트워킹이 제대하고 난 후 창업의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어느 부대를 나왔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에는 전체 고교 졸업자 중 상위 2%의 엘리트로 구성된 군부가 있다. 이들은 군에서 전투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정부도 방위산업에 연구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성과가 좋았다. 이스라엘의 정보통신산업의 성공은 이들 군에서 개발한 기술이 민간에서 성공적으로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에서 얻은 경험과 이미 제대한 선배와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한다.”(이영선, 『경제기적의 비밀』 p227)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술 매각 및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채 사업을 시작한다.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의 모델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는 기술 매매 및 M&A 시장이 잘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신우용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장). 이스라엘은 800만명의 인구로 내수시장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기업을 만들어 키운 후 기업 및 기술을 다국적기업에 매각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심지어 M&A를 목적으로 3~4차례에 걸쳐 창업을 반복하는 기업가도 있다. 2012년 이스라엘 기업들이 M&A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총 84억달러에 이른다. “이스라엘 창업기업들은 대부분 초기 단계부터 해외 매각을 고려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탠더드 및 글로벌 자금 유치 방법 등을 배울 수 있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김일수 주이스라엘 대사) 2011년 현재 이스라엘 벤처 기업 중 100여 개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고(미국 다음 1위), 이스라엘 벤처에 투자한 자금의 65%가 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이다.

이러한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중요한 금융제도로서 ‘요즈마 펀드’라는 것이 있다. 1993년 정부(40%)와 민간(60%) 합동으로 1억 달러 규모로 결성된 ‘요즈마 펀드’는 현재 40억 달러(4.5조원) 수준으로 성장해 수백 개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요즈마 펀드는 젊은 기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공한 뒤에는 지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실패하면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일종의 ‘안전망’이 갖춰진 가운데 꿈을 위해 달릴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연구·개발부터 마케팅까지 각 단계마다 선배 기업가가 지도해주며 자칫 모럴해저드로 빠질 위험도 예방한다. 요즈마 펀드 지원을 받는 기업의 성공률이 60%에 이르면서 해외 벤처캐피털도 나서서 자금을 대고 있다.”(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

한국형 창조경제의 밑그림은?

자, 그러면 여기서 몇 가지 부분들을 한국형(?)으로 바꿔서 그림을 그려보자. 일단 한국에서 일반 병사들끼리 기술을 가르치는 문화를 만든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 고학력 인플레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대학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2011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창의적 인재 양성방향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고등학교에서부터 수학, 과학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이들로부터 영재를 발굴하여 대학진학과 바로 연계될 수 있는 사관학교식의 과학기술 교육을 추구하려고 한다. 또한 연구 잘하는 이공계 대학원 육성에서 보듯, 몇몇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박사과정을 특화한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고 과학기술대학(원)(KAIST, GIST, DGIST, UNIST)을 이공계 분야의 세계적 연구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미 이런 계획들은 해마다 포장만 달리할 뿐 전혀 새롭지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서 이러한 인재양성 교육프로그램과 창업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정도만 달리 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다. 이스라엘은 창업을 위한 금융펀드에 민간참여가 60%를 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자본들이 민족성에 기반하여 만든 인적 네트워킹의 결과이다. 우리가 이들처럼 해외한국계 자본을 유치하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도 국내 재벌체제의 힘을 빌리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정권 초기 재벌들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과 이에 대한 재벌들의 협조 그리고 그 이면에 놓인 암묵적 거래가 그려진다. 그렇지만 재벌들이 이것을 모두 주도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초기 자금투자를 독력하고 시동을 걸기 위해선 이것을 주도하는 정책금융이 반드시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지난 5월 중순 경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창업·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장사다리 펀드 조성 및 운용계획>을 보면 성장사다리펀드의 기본구조와 운영계획이 나와 있는데, 성장 단계별 자금공급 목적과 구조를 가진 다양한 母펀드와 子펀드로 구성된 Fund of Funds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조성된 자금은 창업·성장·회수 금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목적별 별도 펀드(母펀드)와 하위펀드(子펀드)에서 운영된다. 자금 모집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투자자가 각각 별도로 자금을 결성하고 개별 펀드 단계에서 자금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정책금융기관은 매년 출자 규모를 약정한 후 집행 시기에 맞추어 모펀드와 자펀드에 자금을 출자한다. 또한 연기금 등 민간 자금은 자체 자금별 투자 원칙과 기준에 따라 펀드를 결성하여 성장사다리 펀드와 공동 투자할 수 있고 성장사다리펀드가 조성한 펀드에 참여하는 형태로도 참여 가능하다. 자금운용은 분야별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진행된다.

  성장사다리펀드 구조(예시)

수익배분 구조를 보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나뉘는지 볼 수 있는데, 정책금융은 고위험-고수익 후순위로, 민간 투자자는 저위험-저수익 선순위 구조로 설계된다. 정책금융과 청년창업재단이 함께 고위험·중위험을 분담하고 민간투자자는 저위험으로 참여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민간자금이 벤처·중소기업 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 조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성장사다리펀드 재원 조성 규모>
□ (1년차 조성목표) 0.6조원(정책금융등) + 1.4조원(민간) = 총 2조원
ㅇ 정책금융 등의 0.6조원은 정책금융기관(정책금융공사, 산은, 기은) 0.5조원,
청년창업재단 0.1조원으로 구성
ㅇ 정책금융 등의 투자 규모 0.6조원 중 0.15조는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
□ (3년간 조성목표) 1.85조원(정책금융등) + 4.15조원(민간) = 총 6조원
ㅇ 정책금융 등의 1.85조원은 정책금융기관이 1.5조원, 청년창업재단 0.35조원으로 구성
- 정책금융 등의 투자 1.85조원 중 0.5조원은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1년차 조성목표 중 민간부문 몫인 1.4조원을 어떤 주체들이 부담하게 될 것인가이다. 대표적인 기관투자자로서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들과 우체국은행이 참여하리라 보이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여타 재벌과 민간투자사들이 결합하는 형태가 가장 유력해 보이는 방식이다.

15년 전 DJ 정부의 ‘벤처육성론’에도 못 미치는 박근혜의 모방경제론

요약하면 창업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화된 대학(창업사관학교)과 정부-기관투자자-재벌의 금융지원(창업기금)이 결합한 창조경제론이 한국형 창조경제론의 밑그림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도대체 ‘창조’라는 말이 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모방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영국, 일본, 미국, 이스라엘의 사례도 어떻게 모방할 것인가만 남아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계획서들은 다른 나라의 성공담에 십년째 반복하는 신성장동력 발굴스토리를 합쳐 논 것에 불과하다.(강동진 편집위원 발제문 참조)

한국형 창조경제라 주창하면서 여러 번 비틀었지만 결국 15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의 ‘벤처육성’과 뭐가 크게 다르냐 싶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 집권 첫해인 1998년에 한 해만 따져도 벤쳐육성을 위해 1.2조원(집권 5년 동안 투여한 정책자금지원, 보증지원 총 11조원)이 정책자금으로 투여되었었다. 그 당시 상황이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점과 15년이 지난 현재 물가수준과 비교하면 당시 엄청난 재정투여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당시 무분별한 재정집행과 관리부실로 인해 ‘눈먼돈’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었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론의 투자자금계획서는 겉은 화려해 보이나 실제 정책금융으로 투여되는 금액은 0.6조원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여유 돈이 많은 재벌의 호주머니를 빌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삼성이 10년간 1.5조원을 투자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걸 두고 언론에서는 박근혜 정부에 ‘화끈하게’ 화답하는 삼성이라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연 200조 매출의 글로벌 대기업이 10년간 1.5조원을 투자한다는 건 숫자상으로 봐도 쫌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마저도 당장 올해 얼마를 내놓을지 밝히지 않고 있어 사실상 생색내기에 불과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4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100조원 규모의 우체국 예금-보험이 동원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감사원, `100조 공룡' 우정본부 2년 만에 감사 착수 - 2013.5.13 연합뉴스
감사원은 이번 예비감사에서 우정본부의 보수적인 운용 방식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본부는 국가 기관으로 작년까지 증권거래세 등을 면제받았던 데다 건물 임대료 등을 내지 않는 것 등을 고려하면 다른 연기금이나 시중 금융회사보다 우수한 수익률을 내야 마땅함에도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고 탄력적인 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우정본부는 넓은 범위에서 국민의 편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운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혜택과 기회비용 등을 따져보면 마이너스를 추구하고 있다"며 "목표 수익률을 공격적으로 잡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 ‘창조경제의 핵’ ICT 등 금융지원 시동 - 2013-06-06 파이낸셜 뉴스
창조경제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이나 바이오, 문화 등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6일 우정사업본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은 올해 500억원을 벤처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투자 금액에서 평균적으로 150억~200억원을 늘린 규모다. 앞서 지난 2008년에는 100억원, 2011년에는 450억원을 투자액으로 조성했다. 최근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책금융기관들의 중소기업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업단도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보다 적극 나서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6년부터 통상 격년으로 벤처 투자를 진행 중인 보험사업단은 작년 말까지 기업 투자를 위해 조성한 금액이 1050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투자 규모는 1050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상당히 큰 규모다.

국민연금, 5년내 PE투자 30조원까지 늘린다 - 2013-05-27 매일경제
"사모투자(PE)와 벤처캐피탈(VC) 투자는 연기금 고갈 문제와 보험사 역마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삼일회계법인 22일 공동 개최한 `2013 글로벌 PE&VC 콘퍼런스`에 참여한 국내외 투자 전문가들은 PE가 연기금과 보험사의 골치거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 고착화로 각 기관들이 목표수익률 달성에 애를 먹고 있지만 PE 투자 비중 확대로 비교적 큰 위험 증가 없이 수익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먼저 이찬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저금리 현상이 단기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고착화되고 있는 저금리·저수익 환경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현철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은 "현재 4%인 PE 포함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말까지 4.5%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보험사업단의 PE와 VC 투자 계획 규모는 8000억원으로 전해졌다.

방식은 앞서 성장사다리 펀드에서 보았듯 민간펀드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쌈짓돈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마치 재주는 국민들이 부리고 온갖 생색은 재벌과 정부가 다 내는 꼴이라고나 할까?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화되고 그나마 생색낼 성과마저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은 요란한 빈 수레로 전락할 공산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상목 미래부 차관 "민간중심 투자로 바꾸겠다" 2013-06-05 뉴스핌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은 지난 4일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관련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직접투자를 하는 것보다 민간투자 중심으로 바꾸고, 연대보증을 폐지해서 창업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며 "또 출연연 연구소나 대학에서 나오는 연구개발 등 연구 성과들이 산업으로 물 흘러가듯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번에는 투자하는 분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했다"면서 "코넥스제도나 출연연의 기술 지주회사, 모태펀드 등이 투자의 안정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적자재정을 뜻하는 추경편성과 균형재정이라는 모순적인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도 보듯, 정부의 재정개입에 대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근혜노믹스의 핵심축인 창조경제론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과연 창조경제의 단비를 뿌려줄 ‘쩐’은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것인가? 모호한 창조경제론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참세상 주례토론회 안내

“부자들의 사회주의, 가난한 자들의 자본주의”를 넘어

다음 주례토론회는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사회 계급구조의 변화”라는 주제로 1990년대 이후 명맥이 끊겼던 계급분석을 되살려 신자유주의 양극화가 계급구조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자리를 갖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사회 계급구조의 변화”
장귀연 (경상대 연구교수)
7월 2일(화) 오후 7시, 충정로 우리타워 5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