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전국유세에 돌입한 이번 선거는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위원장-사무총장 후보는 기호 1번 이갑용-강진수 후보조, 기호 2번 채규정-김용욱 후보조, 기호 3번 신승철-유기수 후보조가 각각 출마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엔 민주노총 중앙선관위 주최로 인터넷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합동토론회에선 두 번이나 선거가 무산된 데 대한 각 정파들의 책임론 공방 속에 각 후보조가 속한 정파의 투쟁 전술, 민주노총 운영, 정치적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특히 진보정당과 노동정치에 대한 입장 차이, 공조직 중심의 의결과 집행 존중, 각 후보가 속한 정파 책임론 등으로 열띤 공방이 이뤄졌다. 또한, 각 후보들은 지역본부 활성화, 재정 문제, 조직 갈등 방안 극복 등을 두고 각자의 계획을 밝혔다.
[출처: 민주노총] |
채규정 후보조, 통합진보당 배타적지지 복원 선언
지난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관련 목표와 입장은 이번 토론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다.
정치세력화 쟁점의 포문은 기호 1번 이갑용 위원장 후보가 열었다. 첫 번째로 기조발제를 한 이갑용 후보는 “민주노총은 국회의원이나 뽑자는 정치세력화가 돼선 안 된다. 노동자 투쟁을 엄호하고 지지할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조합원과 상관없는 사람들의 자리 만들기로 전락했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그 자리에 가려고 모든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통합진보당 배타적지지를 비난했다.
두 번째 기조 발제를 한 기호 3번 신승철 위원장 후보는 사회연대전선과 노동정치의 복원을 강조하며 “진보정당의 분열로 인한 갈등이 첨예화돼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공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가 주체가 돼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노동정치를 복원한다면 민주노총 투쟁도 복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호 2번 채규정 위원장 후보는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복원해야 한다.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없는 노동운동은 앙꼬 없는 찐빵이며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라며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정당은 당연히 하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개별 주제 토론에서 이갑용 위원장 후보는 “김영훈 전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바로 선거운동을 시작해 우리와 상관없는 경남도지사 선거운동에 나섰다”며 “그렇게 당선된 김두관 도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왔고, 김영훈 위원장이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한 박원순 시장도 민주당으로 갔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정세는 노동자 중심성에 따라 노동자가 원활하게 투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어디에 당선될 목적이 아니고 우리 내부를 추스르는 그런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승철 위원장 후보는 “우리는 그동안 사람을 내고 돈을 만들고 후보를 내는 대리적 정치운동을 해 왔다”며 “지역중심의 노동정치가 근간이 되게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이왕에 분열된 진보정당을 노동조합, 민주노총 중심으로 한 연합정당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현장의 의견을 토대로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진보정당이 갈라질 당시 민주노총이 의결기구를 통해 갈라지지 말라는 조직적 결의를 못 한 것이 아쉽다”며 “연합정당을 말하려면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정치사업으로 조합원이 원하는 진보정당 통합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규정 위원장 후보는 “노동자에겐 노동자 정당이 있어야 하는데 (몇몇 세력이) 민주노총의 노동자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일부러 무너뜨렸다”며 “조직력이 10%밖에 안 되는 한국 노동자가 무엇을 가졌다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한 표를 주느냐”고 지적했다
채 후보는 “민주노총은 오직 하나의 진보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배타적지지 방침을 폐기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좋아한다. 안철수, 민주당으로 간 이들이 좋아할 것이다. (배타적지지 폐기에) 같이 춤추는 사람들은 자기 정파의 이익을 위해 지지방침을 없애자는 것이며 그것은 반노동자적 행위”라고 비난 했다.
채 후보는 이어 “채규정-김용욱과 함께 노동자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반드시 복원하자. 배타적 지지를 하는 노동자정당은 하나여야 한다”며 “전체 민주노총이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노동자정당은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크게 뭉쳐야 한다. 실패하면 어느 정당이 좋을지 조합원에게 묻고 결정하면 된다”고 통합진보당 배타적지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갑용, 신승철, 전국회의 정치방침 비판
채규정 후보조, “야권연대는 전국회의가 추진하지 않았지만 옳은 전술”
채규정 후보가 통합진보당 배타적지지를 공약화하자 신승철 후보는 채 후보에게 “민주노동당 당대회 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회의를 통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반대를 결정했고 위원장이 당대회에 가서 (통합 반대) 연설을 했다”며 “하지만 당시 (지도부에 속한) 부위원장과 사무총장, 정무직 실장들이 그에 반대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조직적 결의가 있는데도 민주적 집중제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채규정 후보가 속한 정파인 전국회의가 통합진보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을 강행하면서 당시 민주노총이라는 공조직의 방침을 어긴 전국회의 소속 핵심 지도부들의 책임론을 지적한 것이다.
채규정 후보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며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단일 노동자 정당을 만들어 배타적지지 방침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정당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인가 원칙과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세력 저런 세력 이합집산 하는 식은 옳지 않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배타적지지를 하자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신승철 후보는 “제 질문의 핵심은 공조직 중심 방침을 말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중앙집행위 결정으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발언을 했는데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무총장, 정무직 실장들이 반대 발언을 했다”며 “공조직에서 한 조직 집행 단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조직의 위상을 무너뜨린 것이다. 당 대회 내에서 민주노총의 조직 내 혼란과 어려움을 만들었다”고 답변을 요구했다.
기호 2번 김용욱 사무총장 후보는 “저희가 주장해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 아니다. 유감이다”며 “그 시기 조합원의 열망은 노동자와 함께하는 정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되어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다. 우리가 당선되면 조합원들에게 정치세력화 당위성과 우리에게 필요한 정당이 뭔지 계속 선전하고 어떤 정당을 지지할지 홍보선전하면서 여론조사를 계속 할 것이다. 진보정당에 대한 부분만 여론을 물어 최고 선호하는 정당을 정해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할 것이다. 어느 한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고 강조했다.
신승철 후보는 재차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게 아니다. 민주노총이란 골간 조직의 운영원칙을 훼손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묻는 것”이라고 답변을 요구했다.
김용욱 사무총장 후보는 “공조직이 결정하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기가 그 결정 단위에 속해 있는데 밖에 나와서 따르지 않는 것은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다.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질문했는지 이상하다”고 밝혔다.
이갑용 위원장 후보도 채규정 후보에게 “배타적 지지를 어디로 할 건지 물으려 했는데 통합진보당이라고 말해서 명쾌하다”며 “야권연대를 지금도 해야 한다고 보느냐. 지난번 지도부도 2번 진영 아니냐”고 물었다.
채규정 후보는 “신자유주의를 끌어들인 김대중 정권과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해고했던 노무현 정권 후신인 문재인과 손을 잡고 노란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한 것이 결국 민주노총을 망쳤다”며 “이 노선을 주장한 것이 전국회의가 아니다. 하지만 야권연대 전술은 노동자가 취해야 할 연대전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채 후보는 이어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고 노동자 후보를 많이 당선시키기 위해 필요하면 당연하게 야권연대전술을 써야 한다”며 “새누리당에게 다 먹으라고 해야 하나? 철도민영화 투쟁하는데 야당과 연대를 안 할 거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야당과 연대하는 세력은 노동운동의 배신자라고 큰 소리를 치던 분들이 민주당 의원실에 제일 많이 찾아간다. 찾아가서 로비하고 청탁을 한다. 앞뒤가 다른 운동은 하지 말자”고 반박했다.
이에 이갑용 후보는 “전국회의는 야권연대를 추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통진당은 (신자유주의 세력과) 야권연대를 했다”며 “채 후보의 결론도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해 전국회의는 야권연대를 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다. 위원장이 되면 야권연대 하겠다고 말씀하신 걸로 이해하면, 통진당과 상관없이 전국회의는 앞으로 야권연대를 하겠다는 방침을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2번 후보조 김용욱 사무총장 후보는 “민주노총 위원장 1기부터 6기까지 전국회의 위원장 후보는 없다”며 “7기에서 (처음) 독자적으로 전국회의 후보를 구성해서 나왔다. 정확히 알고 말씀하시라”고 반박했다.
채규정, “민주노총 선거 법원에 가져간 이갑용 사퇴해야”
이갑용, “자정능력 없는 민주노총이 문제”
토론회에선 이갑용 후보조가 지난 선거 무산 당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채규정 후보는 “20년 전 골리앗 투쟁을 하던 이갑용은 이제 변했다”며 “중앙의 결정을 무시하고 민주노총 선거를 법원에 가져갔다. 그리고는 이제 좌파노총을 말한다. 노동자도 하나이며 민주노총도 하나여야 한다. 이갑용 후보가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정중히 요청한다”고 이갑용 후보를 비난했다.
신승철 후보도 “총연맹 위원장을 한 분이 조직 결정에 반하는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갑용 후보는 “민주노총에 자정능력이 없어서 부르주아 법원에 맡겼다. 현대차도 부르주아 법원에서 판결한 대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경기본부 선거도 역시 부르주아 법원에 갔다”며 “자정능력이 없는 민주노총을 바꾸려고 그런 건데 필요 없는 해명을 왜 해야 하는가?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던 98년에도 재정위 비리 70억이 있어 법원에 고발하자고 했지만 산별 대표자들이 반대해 못했다. 저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게 제가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위해 온 길이다”고 반박했다.
“신승철 신중앙파 출현 우려” VS “민주노총파”
신승철 후보조에겐 신중앙파 공방이 따랐다. 채규정 후보는 “민주노총엔 상층 명망가 중심의 정파운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신승철 후보의 선거운동을 보면서 신중앙파의 출현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산별 대표자의 추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산별은 공조직과 사조직도 구별 못한다”고 지적했다.
채 후보는 “공조직 중심이라고 귀가 닳게 말하면서 공식회의에서 신승철 후보를 지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비대위체제에서 위원장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전면적 조직개편과 총국 인사를 단행했다. 선거를 앞두고 쫓기듯 이뤄진 조직개편과 인사개편 내용이 신승철 후보의 공약에 똑같이 들어간 것은 우연이냐”고 비난했다.
신승철 후보는 “ 저를 만약 파로 규정하려면 신중앙파 그러지 말고 민주노총파라고 해달라”며 “정치적 신념과 공조직을 운영하는 문제는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결속력도 중요하지만 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가 어떤 시각으로 민주노총에서 파를 규정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신 후보는 “산별 위원장들이 저를 추대한 게 아니다. 저를 추대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며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입장이 뭔지를 물었고, 의견 그룹들이 치르는 선거가 바람직한가를 물었다. 이제 하나씩 저를 지지하는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다. 저는 민주노총파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 후보는 올 하반기 투쟁의 방향과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두고도 미세하게 차이점을 드러냈다.
채규정 후보는 “승리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이것저것 말고 일점 돌파를 해야 한다”며 “철도 민영화 저지투쟁을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으로, 전 국민의 투쟁으로 만들고 박근혜를 향한 국정원 촛불투쟁으로 연결시킬 것이다. 8.15 전국노동자대회로 민주노총 투쟁동력을 극대화하고 박근혜 정부의 철도민영화를 초기에 분쇄해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채 후보는 장기투쟁 사업장 해결을 위해선 “별도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전체 차원의 승리하는 투쟁을 조직해 승리를 지렛대 삼아 장기투쟁 사업장문제를 해결하고, 희망버스를 조직해 대정부 투쟁에서 승리하자”고 제안했다.
이갑용 후보는 “80년대부터 전노협을 구심으로 민주노총 초기에 이르기까지 투쟁사업장 대책위를 꾸려 투쟁했다”며 “그 동지들이 각종 회의에 들어와 함께 싸울 방향을 찾았다. 이것이 복원돼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총이란 이름과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민주노총이 노동자 계급임을 자각하지 않고 정치권에 우리 자신을 맡겨 우리 투쟁은 실종됐다”며 “그들에게 우리를 의존해선 안 된다. 투쟁력을 복원해야 그들이 우리를 표나 돈으로 보지 않고 무서워하게 될 것이다. 단절할 것은 단절하고 투쟁할 것은 과감히 투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승철 후보는 “하반기 투쟁 핵심의제는 두 가지다. 쌍용차와 재능,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유성 등 70여개 투쟁사업장 문제가 쟁점”이라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책임지지 않으면 문제가 모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이어 “두 번째 KTX 민영화 저지 등 공공성을 지키는 투쟁이 있다”며 “투쟁의 주체가 강력해야 하고 투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여론화를 만들어 총연맹이 집중점을 찍어 전체 노동전선에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