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신 비판 기사 수업자료 활용한 교수에 유죄 판결

대구지법 "박근혜 부정적 영향 미쳐 낙선 도모했다"

법원이 대학 강의에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등이 언급된 <한겨레> 신문 스크랩 자료를 활용한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 낙선 운동을 한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유소희(영남대 사회학) 교수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은 유소희 교수가 수강생들에게 직접 박근혜에게 투표하지 말라거나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사실이 없더라도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낙선을 도모했다고 판단했다.

또, 대학 수업 내용 중 일부라 하더라도 학문의 자유의 영역을 넘어 현행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해 학문·사상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월 13일 대구지방법원(제 11형사부)는 검찰이 “2012년 9월 28일 강의와 10월 12일 강의에서한겨레신문 기사를 강의과목인 ‘현대 대중문화의 의해’ 수강생에게 배부하여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인 취지의 말을 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유소희 교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벌금 100만 원을 주문한다고 판결했다.

  유소희 교수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신문 기사 스크랩 내용의 일부

대구지방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9건의 기사 가운데 1건을 제외한 8건의 신문기사를 수업자료로 배포한 것을 두고 “대통령선거에 있어 후보자가 되려는 박근혜의 당락에 불리한 기사를 게재한 신문 기사를 배부함과 동시에 영남대학교 강사라는 교육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 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인 수강생들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후보의 위험한 역사인식(2012. 9. 18 한겨레신문, 이태숙 경희대 교수)’, ‘종박의 추억-유신괴물(2012. 9. 10자 한겨레신문, 정연주칼럼), ’원칙주의자를 위한 사과의 원칙(2012. 9. 18자 한겨레신문, 김호의 궁지), ‘과거가 쏟아내는 질문들(2012. 9. 10자 한겨레신문, 최진영 소설가) 등)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부당한 공소제기라는 유소희 교수의 주장에 대구지방법원은 “학문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나, 대학교 강의실 내에서 강의와 관련하여 행하여진 행위라 하더라도 학문의 자유의 영역을 넘어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면 법률에 따라 처벌하여야 할 것”이라며 “학교 내에서 강의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면 그러한 행위는 당연히 학문의 자유의 영역으로 보호되는 연구행위나 교수행위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 신문 기사를 배부한 것은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라는 강의에 부합하는 내용을 참고로 설명한 것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재한 신문기사 모두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박근혜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부정적인 기사이며 박근혜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나 박근혜 외의 다른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의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능동적, 계획적인 행위로서 선거운동에 해당함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은 유소희 교수는 “상식적인 판단을 해줄 것이라고 재판부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공안정국이라 재판부도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대학 수업은 경찰과 검찰의 검열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유소희 교수는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순광 ‘유소희 교수 수업 사찰 규탄 및 학문과 사상의 자유 대책위원회(학문자유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전체적으로 공안탄압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반대자들에게 철저하게 힘으로 보복하고 있다”며 “대학이 대학답지 못한 모습과 사상의 자유가 억압되는 상황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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