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전력차단’ 시위도 단행

전력노동자, “민영화는 우유 사기 위해 젖소 파는 격”

키프로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시위로 정부의 민영화 방침이 좌절됐다.

27일 독일 공영방송 <타게스샤우>에 따르면, 이날 키프로스 의회 표결에서 정부가 제출한 민영화법은 각 25명 찬반 동수에 5명이 기권하며 통과되지 못했다. 민영화법은 국영전력회사 및 통신과 키프로스에서 가장 중요한 2개 항구 민영화를 강제하는 내용으로 트로이카(EU, ECB, IMF) 구제금융의 전제사항으로 제출됐다.

기독민주당이 이끄는 보수 정부는 의회에 구제금융 분할 지급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지만, 의회는 공산주의 제1야당의 반대 및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파업 행동, 민영화 반대 여론 아래 법안을 돌려보냈다.

  의회 앞 최루가스 속에서 시위하고 있는 키프로스 공공부문 노동자들. [출처: http://www.tagesschau.de/ 화면캡처]

전력노동자, 의회 회기 중 전력 차단...지역별로도 계획 차단 시위 벌여

정부의 대대적인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대해 키프로스 노동자들은 위력적인 저지운동을 벌여 왔다. 전력 노동자들은 전기를 차단했고, 항구노동자들은 화물운송을 거부했다.

지난 25일 키프로스 국영전력회사 EAC 노동조합은 전국 각지 지역에서 하루에 2번씩 약 1시간 동안 순서대로 전력을 차단시켰다. 전력 차단은 정밀하게 계획돼 특정 시간에 계획된 지역에 대해서만 이행됐으며, 전력회사 홈페이지에 계획은 미리 공지됐다.

전력이 차단된 지역의 모든 주택, 상점과 기업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사전 공지에도 불구하고 56명이 엘리베이터 안에 일시적으로 갇혔으며, 꺼진 신호등 때문에 경찰은 교통 정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전력회사 노동자들은 또, 최근에는 민영화 법안을 소관하는 키프로스 의회 재정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해 의회로 공급되는 전력을 차단했다.

전기가 나가자 니콜라스 파파도포우로스 재정위원회 의장은 “어둠 속에서라도 우리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회의를 강행했다. 정부 또한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채권자들이 차기 지급금인 2억3천6백만 유로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의회는 즉각 비상 발전기 운영을 시도했으나 이에 실패하며 재정위원회 의사 진행은 결국 중단됐다.

27일 키프로스 의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자들은 전기 차단 대신 위력적인 시위로 민영화 법안 중단을 압박했다. 민영화 법안의 대상이 된 공공부문 각계 노동자들이 의회에 결집했으며 18개의 좌파 노동조합과 단체들도 함께 했다.

노동자들은 “국가 자산 판매를 중단하라”고 외치며 의회 진입을 시도했고 의회를 향해 과일, 전구와 폭죽을 던졌다. 전력회사 직원들은 현수막에 “민영화는 우유를 사기 위해 젖소를 파는 격”이라고 적고 시위하기도 했다. 경찰은 노동자들에 대해 최루탄을 살포하고 곤봉으로 내리쳐 이 과정에서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전력회사 노동자들은 이미 3일간의 산업총파업을 벌였고 항구노동자들은 잔업근무를 거부해 왔으며 민영화가 강행될 경우 향후 3일간의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항구노동조합은 크루즈선박, 군함과 식료품운송화물 외 모든 선박 운행은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는 통신 및 전력 부문과 같은 필수 부문에서의 파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또한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2013년 금융위기 후 가장 큰 저항...“인간과 환경 친화 정책이 부채의 대안”

이번 파업은 2013년 3월 키프로스에서의 은행 및 금융위기 후 시행된 긴축과 민영화에 맞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시위다.

키프로스의 정치인들은 지난해 트로이카의 구제기금을 받기 위해 민영화를 약속했다. 트로이카는 100억 유로 상당의 구제금융을 보장했으며 이를 전제로 키프로스에는 130억 유로의 세수 확대를 비롯해 2018년까지 키프로스의 주요 공공기관, 특히 전력 및 통신회사와 항구 등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이 때문에 민영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의 부채 감축과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키프로스 노동조합들은 공공기업이 민영화된다면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가계와 기업에 대한 전기세가 올라가고 그 수익은 민영기업에 돌아갈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들은 인간과 환경 친화적인 대안으로 부채 문제 또한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EAC 노동조합은 “전력을 폐기가스를 생산하는 석유가 아닌 천연가스로 바꿔 유럽연합에 현재 내고 있는 벌금 등을 삭감하면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이를 15년 전부터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또,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 때문에 정리해고가 발생했지만 전기세에 인건비는 단 7%만 포함됐다”며 “전력회사가 모든 직원을 정리해고 하더라도 전기세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이외에도 전기세에 포함된 19%의 부가가치세는 불필요하게 높으며 이를 줄여 전기세 부담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키프로스 의회가 민영화 법안에 제동을 걸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트로이카와의 약속을 들어 다시 수정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 외에도 키프로스 의회 회기 중 법안 심사 기한은 내달 5일이어서 이번 회기에 민영화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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