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잔혹사로 내 꿈은 KT 정년퇴직”

[인터뷰] 20년 근무 명퇴대상자 KT직원 방영식 씨

삼성전자 사장 출신 황창규 KT회장은 취임 두 달 만에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그 대상자는 근속 15년 이상 노동자로 전체 임직원 3만2천여 명 중 2만3천여(72%) 명에 달한다. 더불어 ‘복지기금 출연 여력 부족’을 이유로 대학생·중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본인 학자금 지원 등 복지제도도 없앤다.

KT는 ‘고비용 저효율 인력구조를 효율화’한다며 명예퇴직을 실시하지만 사실상 노동자를 강제 퇴출시키면서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조차도 명예퇴직과 동시에 연봉 2천5백만 원의 근로계약 2년짜리 비정규직으로 KT 자회사에 재취업한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만 해당된다.

앞서 KT는 5월부터 현장영업, 휴대폰 개통, 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is, KTCS, ITS 등 7개 법인 계열사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뒤숭숭한 현장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삼성전자 출신 관리자들을 불러 KT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했다는 소문이 돈다. 또한 회사가 이석채 전 KT회장 시절 ‘부실 경영의 주범들’에게 수억 원의 연봉을 주며 다시 중책을 맡기고, 노동자들은 강제 퇴출시켰다며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위성 5억 헐값 매각하더니 우리보고 나가라고?
“재취업 보장은 언론 플레이용...무료봉사 하라는 꼴”


“이석채 전 회장은 3천억 원을 투자한 인공위성을 고철 값도 안 되는 수준인 5억만 받고 홍콩에 매각하더니, 황창규 현 회장은 당시 물러난 윤리경영실장 등 중책들을 KT고문으로 불러들이고 노동자에게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전가했다”

1994년 입사해 20년간 근무한 KT 충남 서천지사 소속 방영식(47) 씨는 이 같이 말하며 “동료들은 ‘인공위성이 5억 원이면 우리가 돈 모아서 사들였을 텐데’라고 농을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한 그는 “KT는 전화국 전산과 옛 KTF전산이 다르기 때문에 유무선 통합전산망을 구축한다면서 시설투자한 비용 2천700억 원을 손실 처리했다”며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회사가 부실 경영하고, 꼼수를 부려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의 부실 경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경영진에 대한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회사는 인적 청산엔 손을 안 대고, 노동자 구조조정만 강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조조정을 통한 ‘KT의 혁신’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 축소와 명예퇴직에 대한 보상으로 추진되는 재취업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자회사인 M&S나 ITS로 재취업을 보장해준다는 명목으로 명예퇴직금 가운데 3천~4천만 원을 삭감하고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재취업해서 2년 동안 연봉 5천만 원을 받아도 노동자는 1천~2천만 원만 받고 2년간 근무한 셈이 된다.

“KT의 재취업 보장은 언론 플레이용이다. 무료 자원 봉사하는 꼴인데 누가 2년짜리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겠는가. 복지혜택은 작년까지 7천억 원 가량 쌓인 사내복지기금의 이자수입에서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복지기금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가 날로 먹겠다는 것이다”


책상 비우고, 차량 열쇠 반납...강제 퇴직 강요
조합원 못 지켜준 노조 비판...“무조건 버텨야 한다”


방영식 씨가 속한 서천지사는 ITCS 직군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명예퇴직 대상자다. 구조조정 발표 첫째 날, 노동자들은 우왕좌왕했다. 회사는 연이어 오후 근무만 시키고 오전 내내 대기시키더니, 넷째 날 ‘책상을 다 비우라’고 통보했다. 사물함을 정리하고, 차량 열쇠도 반납해 인수인계할 준비를 하라며 명예퇴직을 강요했단다.

다섯째 날 노동자들은 책상을 뺏기고 일 없이 휴게실에서 대기했다. 회사 관리자들은 이 같은 본사 지시 문서를 노동자들에게 일절 보여주지 않고 구두로만 통보했단다.

“동료들은 많이 불안해했다. 40대 후반이면 자녀 교육비 등 지출할 돈도 많고, 명퇴금을 받아도 그 돈으로 할 일이 없다. 연고지도 없는 전국 어딘가에 발령이 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회사가 계속 괴롭혔기 때문에 엄청 술렁였다”

일부 노동자들은 명예퇴직을 결정했지만 그는 1, 2, 3순위가 적힌 희망근무지 작성도 거부했다. 회사는 희망근무지 작성을 거부했다는 확인서까지 요구했지만 그는 모두 작성하지 않았다. 20년 장기근속으로 고생했다며 올해 3월 2일 근속패를 준 회사는 4월 8일 명예 퇴직하라고 했다. 경영책임 전가는 둘째 치고 20년 동안 죽어라 일한 게 억울해서 그는 회사의 모든 지침을 거부했다.

“근무지는 서천이고 집은 보령인데, 110킬로미터 거리다. 매일 출퇴근 했다. 회사는 내가 새노조 활동을 하니까 서천, 보령, 당진으로 계속 돌려가며 원거리로 발령 냈다. 노조 탄압이 심했지만 가족과 동료들, 노조 활동하는 동지들 때문에 버텼다. 이젠 나의 꿈은 KT에서 정년퇴직하는 게 됐다. 버티니까 살아남았다”


때문에 그는 순식간에 회사와 명예퇴직을 합의한 KT노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방영식 씨는 “KT노조는 어용노조”라면서 “호봉제에서 연봉제를 도입할 때도 순식간에 도입시키더니 새노조가 아닌 자기 노조 조합원조차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지배개입이 엄청나지만, 조합원을 나 몰라라 하는 노조 때문에 선배들과 후배들이 때마다 대거 해고됐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면서 “KT노조는 물러가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KT 구조조정 잔혹사는 공기업 민영화 때문
“건물 옥상 잠그기 전에 사람을 소모품으로 쓰다 버리는 일 중단해야”


노동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998년 5184명, 1999년 3672명, 2000년 814명, 2001년 1398명, 2003년 5505명, 2008년 550명, 2009년 5992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현장에는 회사가 8천 명가량의 본사 직원만 남기고 모든 부서를 아웃소싱 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노동자들은 KT가 이처럼 때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영식 씨는 ‘KT는 국민의 힘으로 만든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첫 타깃으로 KT를 민영화했다. KT는 정부에서 돈을 들여 만든 기업이 아니다. 가입자들이 처음 전화를 설치한 시절에, 이들은 예치금을 넣었다. KT는 적립된 예치금으로 재투자를 하면서 성장했다”

방영식 씨는 공기업 민영화는 노동자를 실업자로 만들고, 잔혹한 노조 탄압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해킹’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KT공기업의 이윤은 국민이 아니라 자본이 나누어가졌다. 효율성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통신 분야의 공공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김대중 정부 시절 본격화되어 KT 공기업 민영화의 결과로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는 ‘KT의 구조조정 잔혹사’가 남긴 것이 과연 무엇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계속 질문한다.

일자리 잃은 노동자가 거리로 쫓기고 정년퇴직을 꿈꾸는 노동자는 강제퇴직 압박에 시달리는 사이, 회사는 20일로 명예퇴직 접수를 조기 종료한다면서도 KT건물 옥상 입구를 철사로 묶어 잠갔다.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한 마디 남긴다.

“노동자들이 점거나 시위를 하거나 좌절한 사람이 자살이라도 할까봐 어느새 조치했는데, 회사는 어설픈 조치를 하기 전에 자본의 이윤을 위해 사람을 소모품으로 쓰다 버리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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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회사에 암적으로 존재인 새노조는 제발 회사를 떠나라. 구조조정은 누구나 예상했다.왜? 자기월급만큼도 못버는 직원이 태반인 회사가 어떻게 지속할수있는가? 자본주의사회에서.. CEO가 자선사업가가 아닌다음에...

  • 개인기업사장

    네가 사장이고 당신같은 사람이 내 직원이라면 바로 짜르겠다..왜냐고? 당신은 "밥버리지"에 불과하니..밖에 나가서 당신이 지금받는 월급의 반이라도 벌 수있다면 한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