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평가 묻는 중의원 선거

[일본사회운동의 편지](7) 아베정권 평가2 / 위험 노출 전 서둘러 의회 해산

11월 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의회(중의원)를 해산시켰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해산의 이유는 그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이대로 지속할지 말지를 묻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4월에 열린 소비세 증세에 따른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GDP의 통계값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던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재증세 철회로 내몰리게 됐다. 여기에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아베 정권의 지지층에서도 ‘아베노믹스 실패’의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해산은 그런 비판을 틀어막는 동시에 장기 집권을 노리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가 무너진 뒤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져 20년이 지난 지금도 밝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아베 내각은 이 심각한 경제적 침체를 돌파해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겠다며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3대 경제 정책 패키지를 내걸고 출범했다. 아베 총리의 극우적 역사관을 비판하는 리버럴파 중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시민은 당장의 경제난을 어떻게든 해 주면 총리가 우익이든 좌익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높은 지지율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은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기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중의원 해산한 속셈

아베노믹스의 주요 정책은 △대담한 양적 금융 완화 △기동적인 재정 정책 △성장 전략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선 시장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고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정해 물가 상승을 유도한다. 여기에 엔화 강세를 시정함으로써 일본 경제에 만연한 디플레이션 심리를 타파한다. 그리고 대규모 공공사업이나 기업 지원 등 수요를 창출해 기업의 수익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린다. 마지막으로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실시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가로막았던 장벽을 낮추고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강한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겠다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아베노믹스 시나리오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소비세 증세는 포함돼 있지 않다. 본래 소비세 증세는 아베 정권 전에 민주당 정권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결정한 것으로, 복지의 시점 같은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아베노믹스와는 무관한 것이지만, 소비세 증세의 실패에 대한 비판을 “아베노믹스의 지속 여부를 묻겠다”고 외치며 의회를 해산한 만큼 아베 총리에게는 다른 속셈이 있어서 해산을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는 학자도 많다. 보수층 중에서도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아베 내각이 출범하자마자 실행된 아베노믹스 첫 정책인 금융 완화가 일정 정도의 효과를 낸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대규모 재정투입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문제가 있지만 절망적인 일본 경제 침체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사실 침체돼 있던 주식은 오르기 시작했고 일본의 수출 산업을 괴롭혔던 엔화 강세는 엔화 약세가 되었다. 그러면서 대기업 소속 노동자의 임금은 상승하고 실업률 수치도 개선됐다.

그렇지만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는 아베노믹스의 처음 두 가지 정책이 정말 경제 통계처럼 경제 개선에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도 높다. 실업은 감소했지만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었고, 월급이 오른 대기업 노동자의 숫자는 전체 노동자 수에 비해 극히 적은 비율이다. 주식이 올라도 주식에서 얻은 이윤은 일반 소비로 가지 않고 재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트리클 다운 효과’도 없다.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알리는 긍정적인 지표라고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의 수입은 증가하지 않아 서민들은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엔화 약세 효과도 이미 지난 20년 간의 엔화 강세 속에서 해외 이전을 추진해온 수출 기업에는 이익이 되지 않고 있다. 엔화 약세는 오히려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내 제조업 분야 쪽에는 더 큰 타격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으로 인한 각종 문제를 단번에 악화시키고 아베노믹스의 긍정적인 효과를 날려버린 것이 소비세 증세라고 할 수 있다.

  파견법 개악안에 반대하는 일본 노동자들 [출처: 일본 레이버넷]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고비 - 규제완화: 노동자 죽여 기업 살린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에는 아직 실행되지 않은 마지막 중요한 정책이 남아 있다.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따른 성장 전략이라는 정책이다. 앞서 시행한 두 가지 정책은 기업 활동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일 뿐 진짜 목표는 완전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기인한 성장 전략으로, 이에 따라 기업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검토되고 있는 규제 완화의 내용은 그야말로 노동자를 죽여 기업을 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은 모든 영역을 규제 완화의 대상으로 하지만 특히 고용, 농업, 의료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가 중요한 목표다. 예를 들면 고용 분야는 파견법을 개정해 지금까지 제한해왔던 파견 사원의 고용 기간 제한을 풀고자 한다. 즉 영구 비정규직을 만들거나 일정 조건에 부합하면 초과 근무 수당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며,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어처구니없는 규제 완화가 검토되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은 이미 통상국회(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 2번 제출됐지만 통상국회에서는 법안 내용의 오류로, 임시 국회에서는 의회 해산 때문에, 각각 통과 직전에 폐기됐다. 노동자 투쟁으로 안건을 폐기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와 전국노동조합총연합 등 파견법에 강력히 반대했던 노동계는 한 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이렇게 고용 불안정화, 비정규화가 진행되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가구도 늘어난다. 여기에 아베노믹스가 내놓는 것이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 정책이다. 요컨대 그동안 저임금에 안주하던 여성의 대우를 다소 개선해 줄테니 맞벌이를 하라는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협 개혁으로써 농협중앙회를 해체하는 한편, 농지에 관한 제한, 영리기업 진입 규제 등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농업의 규제 완화 배경에는 당연히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비롯한 FTA(자유무역협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며, 농업 기업화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의료 분야에서는 의료 산업화, 건강 보험 이익 확대가 목표다. 돈만 주면 고도의 선진적 진료를 받게 되는데, 가난한 서민 다수를 위한 대책은 없다.

추악한 아베노믹스의 본질 해명 여부에 일본 미래 달려

이 밖에도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은 단순한 규제 완화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서슴치 않겠다는 점이 문제다. 그동안의 일본 노동자가 쌓아온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 농민과 의사들이 지켜 온 목숨, 건강, 안전을 위한 사회적 구조를 기업을 위해 파괴할 것이다. 당연히 이들 제도나 구조는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온 이상 쉽게 파괴하기는 힘들겠지만 아베 정권은 이를 경제 침체의 근본 원인인 ‘기득권’으로 규정한다. 그러고 나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을 ‘악’, ‘기득권’을 파괴하려는 아베 정권은 ‘선’인 양 호도한다.

해산 전 중의원 의석수는 480석으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하면 326석, 야당은 154석으로 연립 여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베 인기를 뒷받침한 아베노믹스가 실제로는 서민의 생활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고, 집단적 자위권과 특정 비밀보호법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아직 정말 최악의 정책인 성장 전략의 문제점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오는 12월 14일로 예정돼 있는 투표일 전에 어디까지 아베노믹스의 추악한 본질을 밝힐 수 있느냐가 일본 미래의 명암을 가르게 될 것이다.

* 번역 : 벨라(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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