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근로에 불법 확정

“노동부 현대차 불법파견 고발해야”...정몽구 형사 책임 피하기 어려워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주) 자동차생산 공장의 전체 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사용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확정했다. 현대차가 지난 15년여 동안 법으로 금지한 제조업 노무 인력 장사를 전 공정에 걸쳐 불법으로 해 왔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민사 소송에서 불법이 확정됨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대차 전 공정 불법파견 대법 판결 직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승소자들과 김기덕 변호사를 헹가래 치고 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 대법원2010다106436)는 26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7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선고에서 7명 모두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1, 2심과 같이 옛 파견법의 묵시적 근로관계는 인정하지 않고 하청 근무 기간이 2년을 초과한 노동자 4명에 대해서만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이번 대법 판결 당사자들은 현대차 아산공장 의장(도어, 생산차 내외관 검사공정), 엔진(조립, 테스트 공정), 차체(무빙공정 등), 엔진서브 라인 근무자들로 현대차 모든 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도급 계약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고 확정해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2010년 울산공장 의장 공정에서 일하던 최병승 씨의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을 두고 특수한 1명에 대한 판결일 뿐 서브라인과 특정 공정 등에 대한 확정 판결이 아니라며 정규직화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판결과 최근 하급심 판결이 자동차 생산 공장의 모든 공정은 원청회사가 세부적인 작업내용과 순서를 정해주고, 원청이 정한 공정 속도(UPH)에 연동 돼 움직인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사내협력 업체라는 사실상 유령회사를 내세워 도급 계약을 맺었더라도 모든 공정이 원청 직접 지휘 감독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내하청 근로자는 정규직이나 다름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현대차는 지금도 엔진 공정 등 일부 라인만 따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몰아넣고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 판결 직후 ‘불법파견 박살 정규직 전환 쟁취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공동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조업 사내하청=불법’ 쐐기를 박은 역사적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소송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새날 법률사무소 원장)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최초의 확정 판결”이라며 “더 이상 현대차는 사내하청 근로에 확정 판결이 없다는 이유나 서브 공정이라는 이유로 파견 근로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김기덕 변호사는 “서브 공정까지 파견근로로 확정 판결했기 때문에 항소심 집단소송(2013년 9월 1,179명)도 다 적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특히 “이제는 고용노동부 등 국가 기관이 당장 현대차에 대해 파견법 위반으로 직접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형사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현대차는 사용자로서 정규직 전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법 판결 직후 기자회견

엔진 서브 공정 업무로 확정 판결을 받은 김기식 아산공장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를 설명할 때 보통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작업하기 때문에 다 정규직이라고 했지만 제가 일하던 라인은 14-15명이 전원 다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라인이었다”며 “오늘 판결은 현대자동차 담장 안의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이고 현대차 사원이 맞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판결을 계기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난 해 집단소송 1심 선고 한 달여를 앞두고 현대차와 정규직노조, 아산, 전주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에 합의한 8.18 합의 문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진환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은 “회사는 쓰레기조차 되지 않는 8.18 합의서를 가지고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신규채용으로 조합원 투쟁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지금도 현장에서 조합원을 신규채용으로 빼가기 위해 회유하고 온갖 짓을 다하면서 노조를 무력화하고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제 우리가 요구한 불법파견 특별교섭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졌다”며 “회사는 8.18 합의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대법 판결과 작년 조합원 집단소송 (1심) 판결을 근거로 특별교섭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판결로 힘을 받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회상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지회 비대위원장은 “현대차가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8.18합의를 운운하며 신규채용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정규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신규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분명히 화답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이번 대법 판결은 2005년 12월 16일 소송을 제기한지 10년 만에 나왔다. 1심 판결은 2007년 6월 1일, 2심은 2010년 11월 12일에 나와 항소심 이후에도 5년이나 걸렸다.

한편 새날 법률 사무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를 사용해온 다른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사업장에도 이번 판결의 법리가 적용된다”며 “그 동안 제조업 생산 공정에서 하도급 계약 체결을 통해 사내하청 근로자를 사용해 온 노동력 사용방식을 개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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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2008년 이마트 서울지역 어느 지점에서 물류알바를 할 때, 물류업무를 비롯 매장 내 각종 직열업무를 (주)바른사람에 외주를 줬다. 나는 (주)바른사람 소속 알바.

    그런데 사실상 이게 하도급(외주)가 아니라, 이마트 정규직원이 섞여서 함께 일을하고, 업무지시도 하는 불법파견이었다.

    2013년. 노동부는 이마트를 뒤늦게 집중조사해, 2천여명의 불법파견을 적발했다.

    당시 공개된 문건을 보면 이마트는 (주)바른사람의 영업이익을 회수할지 말지 결정할 정도로 해당 업체의 경영에도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적시됐다. 단순한 불법파견이 아니라, 위장도급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다행이 (주)바른사람은 현재는 이마트 불법파견에서 손을 떼고, 다른 용역업무를 주로 맡아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