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 미얀마서 노동탄압 논란...“대량해고, 준법서약 강요”

하루 1달러 임금인상 요구하는 파업노동자 대량해고, 복직요건으로 준법서약 요구

한세실업이 하루 1달러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미얀마 파업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복직 요건으로 준법서약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세실업은 김동녕 대표이사 일가가 대주주인 한세예스24홀딩스의 자회사로 대표적인 의류 수출업체다.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기업은 한세실업의 미얀마 자회사 코스텍 인터내셔널(이하 코스텍)이다. 나이키, 갭, H&M 등 세계 유명 의류 브랜드에 납품하는 한세실업은 영원무역과 함께 ‘의류 OEM’ 대표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올린 순이익만 714억여 원이었으며 의류수출 업체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지난달 주 미얀마 한국대사관이 한국계 공장 노사분규에 대해 현지 당국에 개입을 요청했다는 논란을 낳았는데 그 논란 뒤에 있던 회사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한세실업의 미얀마 자회사 코스텍이다(관련기사).


한세실업 본사는 코스텍 노사 합의가 성사돼 파업은 종료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3일 관련 논란을 제기한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는 한세실업이 주장하는 노사 합의란 파업 미참가 노동자들을 압박해 체결한 것이라며 이를 볼모로 파업노동자 158명을 대량해고하는 한편 복귀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준법서약을 강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한세실업이 체결했다는 노사합의가 과연 임금인상에 관한 합의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합의문을 공개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얀마타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당초 코스텍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난 1월 28일 월 5만원(50,000 크얏) 수준인 기본급을 월 8만원 대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주5일 8시간 기본 근무에 추가노동 3시간을 비롯, 주말에도 4시간을 더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코스텍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양곤 외곽에 위치한 쉐비다 공단에서 이랜드와 중국계 포드 등 노동자들과 함께 평화롭게 파업 농성을 진행했다. 파업에는 최소 3800명이 참가하며 큰 세를 이뤘지만 지난 2월 17일과 3월 4일 2차례에 걸쳐 미얀마 당국이 파업농성에 대한 진압에 나서면서 노사분규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특히 당국의 무력진압 뒤 이랜드 미얀마 노사분규는 일단락됐지만 코스텍은 노사문제는 오히려 더 꼬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해고 아니라 자동퇴사?...준법서약 사실이라면 노예계약

  3월 9일, 파업노동자들이 미얀마 당국에 용역 동원 이유를 설명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학생 시위와 연합하겠다고 밝히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 기자회견에는 코스텍 파업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출처: 미얀마타임스 화면캡처]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의 노동탄압 사례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한세실업과 같은 중견기업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이 훨씬 무겁다. 이 때문에 한국 노동/인권단체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한세실업은 성실히 답해야 하지만 180도 다른 주장을 할 뿐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우선, 한세실업은 지난 2월 23일 노사합의 뒤 파업이 종료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후로도 계속되고 있는 파업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파업은 그 뒤로도 분명히 지속됐다.

<참세상>이 지난달 6일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의 노사분규 개입 논란에 관한 보도에서도 “코스텍인터내셔널 노동자들은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한세실업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본지에게 2월 23일 노사 합의를 통해 파업을 종료했다고 뒤늦게 알려왔다.

그러나 <미얀마타임스> 3월 9일자만 확인해 보아도 “코스텍과 포드 글로리 봉제공장 노동자 수백 명은 어제(3월 8일) 조립라인으로 복귀하기를 거부했다”고 보도해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5일에도 코스텍 봉제공장 노동자 마 예 산다는 “우리는 협상이 더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고용주들은 함께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은 언론에 노동자들의 시위가 끝났다고 말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파업 중”이라고 이 언론에 밝혔다.

둘째, 파업노동자 158명 해고에 대해서도 한세실업은 회사가 의도한 것이 아닌 ‘자동 퇴사’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해고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미얀마 민주주의포럼의 대표 나잉 아웅 박사는 <참세상>에 3월 6일까지 작업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노동자 158명을 코스텍이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일 한세실업 관계자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해고가 아니고 본인이 원치 않아서 복귀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자동 퇴사되는 부분”이라면서 “회사측이 의도적으로 해고를 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오히려 2월 23일자 합의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28일까지 복귀하도록 했고 이후 미얀마 노동청의 중재에 따라 3월 4-6일 2차로 복귀자들을 받아들이는 등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이 지난달 4일 파업 농성 시위에 미얀마 경찰이 동원한 용역들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2월 27일 진압 시 수십 명의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은 크게 다쳤으며 또 최소 30명이 실종됐고 노조지도부 2명과 활동가 1명이 연행됐다. 미얀마 당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고수하자 지난달 4일에는 용역까지 동원해 파업농성장을 재차 침탈하면서 노동자 30명을 연행했고 이중 14명을 구속 기소했다.

셋째, 한세실업이 2월 23일 체결했다고 주장하는 노사합의에 과연 임금인상안이 포함됐는지도 미지수이다.

나잉 아웅 박사는 3월 17일 <참세상>에 한세실업이 체결했다고 주장하는 합의문은 “고용주가 파업 미참가자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만들고 서명하라는 압력을 가하여 체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파업 노동자들은, 합의내용에 임금인상에 관한 내용은 없었으며,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준법서약서에 사인을 해야만 복직을 시켜주겠다는 굴욕적인 제안만을 회사가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참세상>에 전했다. 또 “노동자 20명은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나머지 노동자들은 준법서약서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급여인상이 파업의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에 이 내용이 거의 다이다”라면서도 급여 인상분에 대해 묻는 또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바로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세실업이 노사합의문을 공개해 달라는 기업인권네트워크의 요구를 수차례 거절한 것도 노사합의가 정말 순조롭게 단행된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긴다. 한세실업은 현지에서 직접 확인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체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복귀를 명령하는 공고문 뿐이었다고 밝혔다.

한세실업, 노사 합의문 공개하고 해고자 복직시켜야

결국 기업인권네트워크는 지난 3일 점심경 서울 여의도 한세실업 본사 앞에서 국제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한세실업에 대해 코스텍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탄압을 규탄하고 합의내용 공개와 해고노동자 복직을 촉구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은 “한세실업은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실업이 만든 옷을 입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이 옷들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외면하면서 만들어지고 있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한세실업의 행태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알리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툰나잉 버마 NLD한국지부 대표는 “버마정부는 정치경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4년째 최저임금조차 정하지 않는 등 버마 민중과 노동자 인권은 계속 침해하고 있다”면서 “버마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해 국제 기준, 인권 기준, OECD 가이드라인 준수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캐나다 직물, 세탁, 게임산업 노조인 노동자연대와 미국직물의류노동조합의 제프 허만손 글로벌전략 담당자도 이 회견에 참석해 “파업을 이유로 탄압을 했다는 것은 심대한 인권 유린”이라며 “한세실업이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글로벌 브랜드에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인권, 공익법, 노동조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단체가 모인 네트워크로 민주노총, 국제민주연대 등 7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사무국은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이 맡고 있다.

박원순, 한세실업 유공납세자로 표창

미얀마 당국이 한세실업 파업노동자 진압한 하루 뒤에 받아

한세실업의 지주회사 한세예스24홀딩스의 김동녕 회장은 2015년 매경이코노미스트의 ‘대한민국 100대 CEO’에 뽑힌 인물이다. 김 회장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전제하고 베트남 제3공장 추가 확장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3월 4일 미얀마 당국이 파업노동자를 진압한 하루 뒤 한세실업은 건전한 선진납세문화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서울시 유공납세자로 선정,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는 표창을 받았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