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용병들 위장 채용”...증언록 공개

금속노조 조직적 탈퇴 정황 문자도...새정치연합 환노위, 주요 현안 채택
“우리가 가서 복수노조 만들자”...조직책에 수당 차등 지급 의혹

전직 특전사와 경찰 출신을 조직적으로 신규채용해 복수노조 건설-노조파괴 의혹이 제기된 갑을오토텍 신규채용자 제보 녹취록과 문자 일부가 공개됐다. 또 실제 같은 신규채용자 중 조직책(팀장)을 맡은 사람에게 석연치 않은 고액의 수당이 지급된 임금 명세서도 공개돼 노조법 상 사측의 부당개입 정황도 나왔다.


14일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와 새정치연합 국회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자료와 증언 녹취록 등을 종합하면 사측은 사실상 외부 컨설팅을 통한 노조파괴 계획을 세운 정황이 곳곳에서 나왔다. 노조 파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하고 전직 특전사와 경찰 출신을 용병으로 모집해 사전에 교육한 증언도 있었다. 공개 모집으로 신규채용된 사람들은 60여 명으로, 이들은 20여 명씩 편재돼 신규채용자들 내 팀장-조장-조원 라인으로 관리했다. 신규채용자들은 팀장에서 내려온 지시에 따라 기존 노조 사무실 난입, 노조원 폭력 유발, 금속노조 집단 탈퇴, 기존 노조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등의 임무를 맡은 정황도 나왔다. 일련의 계획은 상당수 신입사원이 단순 사장 보호 등의 업무로 알고 입사지원 했다가 노조 파괴 범죄 행위에 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은수미 새정치연합 환경노동위 의원은 갑을오토텍 사례를 두고 “기존 노조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용병을 규합하고, 실제 기업노조에 합류해 기존 노조 사무실에 난입하거나 기물파손 행위로 노노 갈등을 발생시켰다”며 “복수노조 설립양상으로 가는 업그레이드된 노조파괴 형태”라고 규정했다.

신규채용자들이 금속노조 탈퇴 공작을 위한 위장 취업자라는 증거는 신규채용자 내 팀장급 사원이 직접 관리하는 조원들에게 지난 3월 30일 보낸 문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자엔 “내일 우리 인원들 중 일부가 총무과로 기업노조 가입, 금속노조 탈퇴에 대한 서류가 접수될 예정이고...”, “각 팀장들의 권유에 따른 기업노조 가입 건은 가입원서를 받아놓고, 하루 이틀 뒤 다음 주 화요일쯤에 가입하기 바람. 기업노조에 가입했다고 해서 바로 오픈되거나 알려지는 건 아님” 등의 내용이 담겼다. 4월 6일 단체지시 전달사항 문자엔 “현재 본인들의 라인 생산성을 가능한 높혀주세요(그래야 저쪽들이 애가 타들어 갑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노조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다 친해져 알게 된 제보자들의 구체적인 녹취 내용에선 이들이 입사 전에 다른 제조업체 노조파괴 활동을 한 선배 특전사 출신에게 교육을 받은 사실도 나왔다. 또 이미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노조 탈퇴서를 다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신입사원은 날짜를 적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중에 필요할 때 써먹을 거니까 날짜는 적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가 많거나 특전사 출신들, 경찰 라인 모두 100%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들어왔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노조와 의원들이 공개한 신규채용자들의 증언 녹취록엔 “워낙 노조가 강성이니까 회사 말을 잘 듣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조건은 그거고... 연봉을 얼마나 주냐 그랬더니 5천을 준다고...”, “모집요강이 문자로 왔는데 모집인원, 갑을오토텍 연봉 5천만 원, 직책은 팀장급. 그래서 입사했는데 와서 보니까 그런 게 아니라 회사 편에 서서 노조하고 맞서는 일이더라구요”, “엄청 심한 노조가 있는데 우리가 가서 복수노조 하나 만들자... 노조의 반대편에 서서 회사 편의 복수노조를...”등의 구체적 내용이 나왔다.

  조직책(팀장급으로) 보이는 신입사원이 다른 신입사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일부

노조는 전직 경찰이 자신의 이력을 숨기고 면접조사표를 허위로 기재한 김ㅇㅇ 신입사원 사진도 공개했다. 김ㅇㅇ 사원은 2010년에 101경비단 소속이었지만, 면접심사표에는 2006년 3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모 종합건설에 근무한 것으로 기재했다.

또 신규채용자 인력관리를 위해 신규채용자들 사이에 팀장-조장을 두고 기존 직원보다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한 증거도 나왔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는 일반 신입사원 명세표와 신규채용자 내 팀장급으로 분류되는 신입사원 월급명세표 자료였다. 월급명세표를 비교해보면 조원급 일반 신입사원은 ‘고정 O/T’ 수당으로 325,620원을 받았지만, 팀장급 신입사원은 2,029,125원을 받았다. 노조는 “신규로 채용된 인력들은 총책임자, 팀장, 조장, 조원으로 분류돼 기존 회사 조직과는 따로 움직이면서 총책임자와 핵심적 역할을 하는 팀장 몇몇만 행동지침을 조장에게 전달하고 또 그들은 조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런 의혹에 대해 갑을오토텍 노무 담당 관계자는 “급여를 책정할 때 사회적 경험이 있거나 일부 관리직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자원이 우수해 추후 관리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잠재적 능력도 감안했고, 일부는 사장님께서 아는 분 지인의 부탁을 받고 특별히 연봉을 조정한 사항도 있다”며 “그런 사유로 일부 인원들은 같은 신입사원이라도 더 받은 일도 있다”고 밝혔다. “신입사원이 같은 일을 하는데도 급여가 다른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이미 기존에 계신 분들도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연봉이 천차만별이고, 이 업종에 계셨던 분들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특전사 출신이나 경찰 라인이 회사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고 아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날 갑을오토텍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했다. 노동부 천안 지청은 14일 회사를 찾아가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고, 15일부터는 신규채용자 60여 명을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새정치연합 환노위 의원들은 4월 국회에서 갑을오토텍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룰 예정이다.

  노조가 공개한 허위 이력 기재 의혹 신입사원 김00 씨. 101경비단 출신

문자 내용대로 4월 초부터 집단적 노조 탈퇴서 제출

노조와 국회가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금속노조 집단 탈퇴서는 문자와 증언 내용대로 회사에 제출됐다. 이대희 갑을오토텍 노조 지회장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에 금속노조와 다른 기업노조가 설립됐고, 그 한 달 전인 2월 5일부터 기업노조 설립 당사자가 금속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협박 대자보를 게시하고 선전물을 배포했다. 이대희 지회장은 “지난 4월 3일, 7일, 8일에 집단으로 금속노조 탈퇴서가 제출됐고, 기존 노조 사무실 공격과 현장 조합원, 노조간부 대상의 시비와 도발이 시작됐다”고 최근 노조 파괴 진행 상황을 전했다.

김상은 새날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신입사원 채용 목적 자체가 사장 신변보호나 친 사용자 노조 설립을 사전계획으로 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라며 “같이 입사한 신입사원 중 팀장과 조장을 두고 별도 수당을 준 것은, 사용자 노조에 금품을 지급한 행위가 돼 노조 운영 지배개입을 통한 부당노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노동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장하나 의원은 “갑을오토텍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주요 완성차 부품 납품업체인 데다 11월 1일에 현대 아산공장 노무관리로 있던 사람이 갑을 사장으로 온 데서 알 수 있다”며 “여러 문자와 허위 이력서 자료, 정상적 신입사원과 기획모집자 월급 차등 지급 등을 봤을 때 작년 가을부터 기획된 기획 범죄 정황이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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