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 재집권 성공, 복지 예산 ‘풍전등화’

지난 주말 런던 도심가 ‘삭감 반대’ 시위 벌이기도

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이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애초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보수당은 전체 지역구 650석 중 329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

지난 5년간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집권해 온 보수당은 이제 연정 없이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보수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긴축정책과 복지예산 삭감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영국 장애인·빈민에게 진짜 악몽은 이제 시작"

보수당의 복지 예산 삭감 계획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120억 파운드(한화 2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복지 예산 삭감 목표를 제시한 노동연금부(Department for Work and Pensions)의 내부 문건을 BBC 방송이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다. 문건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 35시간 이상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제공되는 돌봄수당(Carer's Allowance)은 ‘유니버설 크레딧’(Universal Credit: 기존 복지혜택을 가구 소득에 따라 통합해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의 자격이 부여된 이들에 한해서만 제공되도록 개악되며, 장애생활수당(disability living allowance)과 자립지원급여(personal independence payment) 등 장애인 관련 복지를 면세 혜택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또한, 아동복지 급여도 대폭 축소되어, 기존에 첫째 아이에게는 20.5파운드, 아이 한 명을 더 낳을 때마다 13.55파운드 씩 지급되던 것은 둘째 아이까지만 지급되는 것으로 제한된다. 이와 같은 복지 삭감 규모는 비연금성 복지 예산 총액의 무려 10%를 삭감하는 것으로, 주로 장애인, 아동, 실업자의 복지 급여를 대상으로 해 더욱 논란이 되었다.

보수당의 복지 삭감 계획에는 이외에도 저임금 빈곤층에게 지급되는 복지 급여에 대해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 베드룸 택스(Bedroom Tax. 임대주택에 살면서 정부주택보조금을 받는 가구 중 가족 수에 비해 남는 침실이 있는 경우 보조금에서 14~25% 가량을 삭감하는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 등도 포함되어 있다.

스코틀랜드 지역지 《데일리레코드》는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직후인 9일 기사에서 “보수당-자민당 연정 5년간 복지 삭감 조치로 인해 장애인과 실업자 그리고 노동빈곤층이 타격을 입었지만, 진짜 악몽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기사는 “보수당은 2018년까지 재정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이데올로기적 강박에 의해 추진되고 있을 뿐”이라고 혹평하면서, “재무 장관으로 재임명된 조지 오스본은 우리의 공공서비스에 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자민당도 그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재정연구소(Institute of Fiscal Studies)의 보고를 인용하며 (복지 예산을 포함한) 전체 재정 삭감 규모가 300억 파운드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디언》의 경우 지난 8일 기사를 통해 보수당이 예산 삭감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 대 게으름뱅이’의 구도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즉, 지속적으로 복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 노인, 아동 등의 집단과 일을 해서 세금을 내는 집단을 대립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기사는 “보수당 또한 이런 구도가 허구임을 알고 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유용한 도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이 압승했지만, 런던 시민들은 보수당의 복지 예산 삭감 계획등에 항의하며, 런던 정치의 중심가인 다우닝가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출처: 텔레그래프 영상 갈무리]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이 압승했지만, 런던 시민들은 보수당의 복지 예산 삭감 계획등에 항의하며, 런던 정치의 중심가인 다우닝가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시위 참가 시민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있다. [출처: 가디언 영상 갈무리]

한편, 지난 9일(현지시각) 총리 관저 등이 밀집한 런던 다우닝가(Downing street) 인근에서는 보수당의 복지 삭감 등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민 200여 명이 기습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시위대는 녹색 연기를 뿜어내는 폭발물과 토마토 케첩 등을 던지며 경찰에 저항했고, 런던 도심에 위치한 2차 세계대전 기념비에 보수당 정부를 비판하는 그라피티를 그리기도 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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