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디 총리 방문, 울산 고용구조에 영향 끼칠까

산업 공동화로 지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어...

  지난 19일 현대중공업을 방문한 인도 모디 총리. [출처: 모디 트위터]

인도 모디 총리는 1박 2일의 짧은 방한 기간 중 초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인도 델리로 돌아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이중과세, 국방, 해양, 청년, 에너지 전략 산업 등에 관한 7개의 문서에 서명했고 아시아 리더십 컨퍼런스 개막식에 참가해 “앞으로의 세계 경제는 아시아가 이끌어갈 것이고 그 선두에 인도가 설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인도 국가 홍보를 하고 반기문 UN 총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세일즈 외교의 실제적 내용이 될 재계와의 만남도 빈틈이 전혀 없는 일정이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한국 재계 CEO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마지막으로 울산을 방문해 현대중공업을 둘러보았다. 이러한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재한 인도인들을 만나서 포토 타임을 가져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빈틈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한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모디 총리가 이번 한국 방문 일정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것은 울산 현대중공업 방문이었다. 조선산업 분야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이번 방문이 조만간 공고하게 될 LNG선 재입찰과 관련, 현대중공업 측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모디 총리의 현대중공업 방문이 울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찬 지역 신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하게 모디 총리의 현대중공업 방문이 울산 지역의 ‘산업 공동화’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긴장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은 불황을 돌파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지 모르지만 산업 공동화로 지역 경제는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은 모디 총리의 현대중공업 방문이 현대중공업이 인도의 LNG선 재입찰을 따내게 될 확률을 높이고 향후 더 많은 주문이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신문 지상에 많이 올랐던 인도 국영가스회사(GAIL)의 액화천연가스(LNG) 9척 수주 공사의 내용을 따져보자. 현대중공업이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에 현대중공업이 경쟁력이 있다는 보도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보도다. 올해 초에 인도 국영가스회사는 북미의 셰일가스를 인도로 운송하기 위한 LNG선 9척을 발주하는 입찰공고를 냈으나 응찰 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단순한 수주가 아니라 LNG선 9척 중 3척을 인도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치밀하게 조사해보아야겠지만 인도 내에서 조선소 설립에 대한 투자를 의미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인도 내에서 LNG선을 3척 건조하라는 것은 3척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를 짓는 투자를 하라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인도의 조선업은 LNG선을 만들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이 없다. 인도의 조선업 수주량은 한국의 1/10도 안 되는 규모지만 선박 건조 기술력은 아주 낮다. 낮은 인건비와 환경규제가 없어서 폐선에 대한 선박해체 산업이 발달해 있다. 12억의 인구에 따르는 해양 물동량이 아주 많은 해운 사업 규모를 생각한다면 조선산업에 대한 투자는 인도로서는 절실한 문제다.

인도 모디 총리의 방한 이전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8일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를 만났다. 모디 총리는 당시 만남에서 인도는 35세 미만의 청장년 인구 8억 명을 보유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모디는 인도는 해변이 2500킬로미터가 되기에 조선업 발전의 가능성이 크니 조선업에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에서 조선업에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울산 현대중공업 방문은 현대중공업의 인도 조선업에 대한 투자를 위한 방문으로 보아야지 현대중공업에 단순히 수주를 주기 위한 방문은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현대중공업은 이미 인도 조선기업인 L&T 측과 LNG선 건조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조선소가 받을 물량이 인도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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