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노동·국민모임, 먼길 돌아 진보정당 통합 추진 선언

사회주의·사민주의 계승 문구 빠져...김세균, “정동영 6월 이후 결합 기대”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4개 정당.정치조직 대표들이 모여 본격적인 진보정치세력 통합을 선언했다.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분당한 후 2012년 진보대통합을 통한 통합진보당 건설, 이어 정의당 분당 이후 갈라진 진보정치 세력의 재통합에 나선 것.

천호선 정의당 대표, 나경채 노동당 대표, 김세균 국민모임 대표,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는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식당 별실에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더 많은 진보 세력의 결집을 호소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2015년 안으로 더 크고 더 강력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가시화 해낼 것”이라며 “각 단위별로 진보재편과 결집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거쳐 9월을 전후해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조직과 시민사회, 진보정치를 통해 근본적 변화를 원하는 모든 분들이 진보결집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진보결집의 주춧돌이 될 4개 세력 통합이 무난히 이뤄지기에는 아직 난관이 있다. 우선 2012년 진보대통합 당시에도 통합진보당 합류를 거부한 노동당 내 진보결집 반대 그룹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들의 반대 이유는 시기상조론과 좌파정당의 정체성 문제 등이다. 노동당은 전국위원회 결정과 다른 조직을 고려해 이번 공동 선언에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이상과 원칙 계승’이라는 문구가 담긴 선언문 초안을 제시했지만 최종 문구에서 빠졌다. 권태훈 노동당 부대표는 “정의당이 내부 이견으로 정의당 강령에 사회민주주의를 명시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했다”며 “노동당이나 정의당이 이상과 원칙을 계승하려는 구체적인 사회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넣는 것이 진보결집에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체성 문제도 당 내부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진보정당 통합의 또 다른 난관은 정동영 그룹의 참여 문제다. 4.29 재보선을 거치면서 정동영 세력이 보여준 행보에 대해 정의당 내 친노 그룹 사이에 강력한 반대 기류가 형성돼 있는데다 노동당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김세균 국민모임 공동대표는 여전히 정동영 전 의원의 참여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세균 국민모임 대표는 이날 공동 선언 모두 발언에서 “정동영 전 의원은 국민모임의 취지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찬성해왔고, 그 입장은 현재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재보선 이후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6월 중순까지 외국에 있다가 다시 돌아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밀알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균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노동당과 정의당에선 상당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4개 단체에서 시작하지만, 계급정당 추진위 등에도 다시 제안

이날 4개 조직 대표들은 공동 선언을 시작으로 찢어진 진보정치 세력의 총결집과 혁신을 통한 외연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정치연대의 한 관계자는 “계급정당 추진위 등의 정치세력에도 여러 번 참여를 제안했고, 이후에도 다시 만나 참여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나경채 노동당 대표는 “오늘은 4개 단체에서 시작하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진보정당 혁신과 결지의 길에 함께하고자 하는 모든 분에게 문호를 개방하고자 한다”며 “단지 세를 모으는 양적 결집만으로는 국민의 희망이 되지 않고, 우리 내부의 낡은 진보의 요소를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는 “단지 합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합치면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행동과 실천으로 보이면서 새로운 통합,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해 가겠다”고 밝혔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번에도 실패하면 진보정치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진보의 가치에 동의하신다면, 약간의 차이를 넘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주저없이 함께해 달라. 이 선언은 더 많은 분이 함께할 분명한 이유와 넓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세균 대표는 “여기 모인 4개 정치단체가 주춧돌이 돼 기둥을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로 나서겠다”며 “단지 4자만의 통합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더 많은 세력과 인사가 우리 진보운동에 합류하고 대세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 선언

진보혁신과 결집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진보정치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길을 나설 것임을 선언합니다. 박근혜 정부 3년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민생은 파탄되었습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정부는 국민안전에 무능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무능과 야합으로 스스로 무너진 제1야당은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진보정치 역시 분열과 침체로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불공정과 불평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을 바꾸고, 일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서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근본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치를 바꾸어 세상을 바꾸는 담대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새롭고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겠습니다. 민생 외면 노동 외면의 정치판을 뒤흔들어, 일하는 사람들과 약자들의 목소리가 정치를 통해 울려 퍼지게 할 것입니다. 양당이 결코 대변하지 않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진보적 정권교체로 나아가겠습니다.


1. 우리가 함께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자유.평등.생태.평화.연대의 가치가 실현되는 노동존중의 대안사회 건설을 목표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중소영세상공인, 여성, 청소년,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의 사회적 권리를 실현하며 ▷한국정치를 재편할 강력한 진보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 보수정치세력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발전 노선을 견지하고 ▷패권주의 등 진보정치의 낡은 잔재를 청산하고 진성당원제를 원칙으로 당원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정당이자 ▷다양한 사회운동의 강화와 성장에 기여하고, 마을 공동체와 협동조합 등 지역 풀뿌리 운동과 결합하는 대중정당을 지향합니다.

2. 우리가 함께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노동 존중 사회 실현 ▷공공보육.공공의료.공공교육 등 보편복지 확대와 이를 위한 조세정의 실현 ▷노동자 경영참여제 도입과 재벌체제 개혁 등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실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 분단체제 극복과 평화체제 구축 ▷핵발전소 단계적 폐지와 세월호 진상규명 등 안전사회 건설 ▷국민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정치대개혁 등을 당면과제로 추진하는 민주주의.민생.복지 정당입니다.

3. 우리는 2015년 안으로 더 크고 더 강력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가시화해 낼 것입니다. 또한 각 단위별로 진보재편과 결집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거쳐 9월을 전후해 구체적 성과를 국민들께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는 대중조직과 시민사회, 그리고 각계 인사들을 포함해, 진보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근본적 변화를 원하는 모든 분이 이 길에 함께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그동안 진보정치를 함께해 왔던 분은 물론, 진보정치의 새로운 주역이 되어야 할 젊은 세대에게 진보 결집에 함께해 주시기를 정중히 호소드립니다.


2015년 6월 4일

정의당 대표 천호선, 노동당 대표 나경채, 국민모임 대표 김세균, 노동정치연대 대표 양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