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통합해야 강대국 블록 대응, 브라질·아르헨은 자국 이익만 밝혀"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 인터뷰(2)

28년 된 낡은 자동차를 끌며 월급의 90%를 기부하는 대통령, 노숙자에게 대통령궁을 내주는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지난 2월 저명한 언론인 카를로스 가베타(Carlos Gabetta)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2월 11일 오전 호세 무히카의 몬테비데오 교외 농장에서 진행됐다. 청바지에 소매를 걷어붙인 셔츠에, 신발끈도 제대로 묶지 않고 야구모자를 쓴 수수한 차림으로 기자단을 맞이한 무히카는 사람들에게 직접 마테차를 제공했다. 농장 나무 아래서 진행된 인터뷰 동안 그는 솔직하게 질문에 답했고, 중간중간 담배를 말아서 피웠다. 이 인터뷰는 멕시코의 대표적 좌파 일간지 <라 호르나다>(La Jornada)에 실렸다.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CG: 아르헨티나의 경우와는 반대지만, 칠레처럼 우루과이에서도 70년대 군부독재의 범죄자들이 실효법으로 처벌을 면했고, 국민투표로 승인됐는데.

JM: 제 생각에 우루과이 민중들이 두려워 했었죠. 하지만 좋게 봐서 “쓴 약을 삼키는” 방식을 택한 거죠. 매우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민중들은 평화를 원했던 거죠.

CG: 하지만 이후에 대법원은 실효법의 일부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어요. 당신의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죠?

JM: 문제는 복잡합니다. 한편에서 범죄자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지요.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정당한 재판을 진행할 만한 근거를 전혀 없다곤 할 수 없어도 아주 적게 남겼어요. 그래서 꽤 오랫동안 우리는 바쁘게 움직였죠. 진실과 정의는 모순적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문제는 정치적 분열과 분쟁, 불만제기에 있어서 상황을 질질 끌게 된 거죠. 아르헨티나를 보세요. 시작은 좋았지만, 대대적인 저항 때문에 결과는 너저분하게 됐어요. 30년을 끌었어도 제대로 마무리도 안 되고 빈 구석도 많았어요. 우루과이는 그렇지 않았어요. 폭력과 독재가 있었지만, 민중들은 말하자면 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 문제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해결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또 군부독재의 범죄만이 아니라 재판 문제에 대해서 우루과이는 과거에 어울리는 체제 아래서 작동합니다. 현재에 필요한 변화가 없는 상태죠. 오늘날 우루과이에서 토지에 대해, 집중된 대토지보유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려면, 법원은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중지시킵니다.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또 역사에서 전형적으로, 사법체계는 지배계급, 보수적 계급이 구상해서 세운 거죠. 우리는 이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사법체제를 변혁하지 못했어요. 우리(확대전선)는 개헌을 추진했어야 했어요. 만약 정의의 도구를 바꾸지 못한다면, 나중에 아주 거대한 벽에 부딪혀 이 모순의 덫에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을 가린 채 저울을 손에 들고 있는 여신 같은 정의는 존재하지 않아요. 왜냐면 사법제도가 사회를 지배하는 계급의 무게를 반영하기 때문이죠. 정의의 도구는 역사의 짐을 지고 있고, 그것은 바로 계급투쟁의 역사입니다. 이 모든 것은 정치의 영향을 받아요. 나는 혁명보다 더 정치적 행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달리 말해서 지배하는 계급들이 바로 법을 만들 자들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민주적 변화를 뿌리부터 필요로 하는 이유죠. 이런 민주적 변화는 다수의 승인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동시에 현재 우루과이가 필요로 하는 변화입니다.

CG: 맑스도 당신에게 동의할 것입니다.

JM: 그렇다면 좋겠지만, 나는 맑스에게 동의해요.

CG: 라틴아메리카 지역 문제로 주제를 옮겨보죠. 예를 들어 1989년 창설된 메르코수르(Mercosur)는 몇가지 상업 및 관세협정 수준을 넘지 못하고 어쨌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이런 기구들과 현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떻게 돼야 하나요?

JM: 남아메리카에서, 라틴 아메리카 전체에서 우리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죠. 우리를 통합시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시킬 메카니즘을 창출하지 못하면, 바람에 날리는 낙엽 신세가 되겠죠.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거대한 블록이 형성되고 있는 건 명백하죠. 중국은 유서깊은 다민족 국가이고 인도도 비슷해요.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거느린 강대국이고, 이미 실제로 블록이 됐죠. 유럽은 모든 문제에도 거대한 블록을 구성하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죠. 그리고 만약 내일 한 블록이 해체된다면 다른 우월한 블록에 먹힐 겁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게 우리는 뭘 하고 있죠? 선진국을 따라잡으려고 애쓰는 한줌의 고립된 공화국들인 우리는 “일국 프로젝트”에 묶여 있어요. 라틴 아메리카의 주요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의 지도자들은 통합 담론을 말하지만, 실제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민족국가의 모순에만 귀를 기울이죠. 외교적 수준에서 지역 내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자국 내부의 긴장에 따라 행동합니다. 우리는 건설적 정책에 전혀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요. 관세협정은 맺었죠. 하지만 내부의 모순이 있는 한, 그냥 무시해 버리죠. 며칠 전에 브라질 노동자당의 행사에 참석했는데, 지우마 후세프 대통령과 나란히 룰라가 있었죠. 그들의 연설을 주의깊게 들어보니까, 한번도 통합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나쁜 의도는 아니죠. 그들은 훌륭한 사람들이니까. 우리가 브라질과 문제가 있을 때만 우리는 대화로 협상하고 해결책을 찾죠. 하지만 국내 정치현안과 브라질의 문제가 의제를 결정해요. 당신도 보다시피, 우리는 뭘 하고 있나요? 우리는 이런 저런 기구, 메르코수르나 우나수르(UNASUR)같은 새로운 제도를 창설합니다.

남미통합은 산 마르틴, 볼리바르, 아르티가스 이래로 200년 된 프로젝트이지만, 좌파 정당들이 이 점에 대해 아주 서툴러서 아직 인기 있는 구상이 못돼요. 라틴 아메리카 어디에서도 통합을 요구하는 대중시위는 찾아볼 수 없어요. 겨우 최근에야 지적 지원의 외피가 만들어졌지만, 아직은 기본적인 역사적 필연으로 받아들여진 건 아니죠.

누가 가장 통합을 지지하는 지 아세요? 작은 나라들이죠. 필요 때문에, 우리는 뒤처져서 쫓아가니까요. 통합은 지도력을 필요로 하고 그 지도자는 브라질이죠. 하지만 아르헨티나도 함께 가야 할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정반대죠. 아르헨티나는 1960년대의 비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이죠.

CG: 바람이 자기네 쪽으로 부니까 아르헨티나는 통합을 잊어버렸지만, 상황이 유리해지면 다른 방향을 보겠죠.

JM: 브라질도 그랬죠. 고백하자면, 브라질 대통령이 전에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이봐요 페페, 아르헨티나에 대해 당신은 전략적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인들에게 모든 것을 참아줘요. 모든 걸. 왜냐면 동맹자로서 아르헨티나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요. 아르헨티나는 모든 면에서 결정적이죠. 아르헨티나가 무엇을 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가 브라질의 취하는 방향에 영향을 줄 겁니다.

CG: 지우마가 그렇게 말했어요? 아니면 룰라?

JM: 지우마가 그랬죠. 룰라도 똑같이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은 나를 찾아와 통합을 위해 투쟁에 나더러 나서랍니다. 룰라가 말했죠: 나는 못해 페페, 나는 브라질 사람이니까 할 수 없어. 강력한 상파울로 상인계급이 있고, 정치적 지도가 없다면 그들이 통합하는 대신에 식민화할 거야. 브라질은 우루과이에 투자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대신에 이미 우리가 만들고 있는 걸 사가죠. 이제 정육업의 40%가 브라질 업자들의 손에 넘어갔어요. 그들은 아르헨티나에 가서 똑같은 일을 합니다. 그들이 하는 이런 행동은 우리를 통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체하는 일이죠.

CG: 아르헨티나인들도 기회가 되면 거의 똑같은 일을 하죠.

JM: 맞아요. 자본주의적 탐욕 앞에서 자연스런 일이죠. 하지만 정치적으로 말해서, 나는 부르주아지가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아요.

CG: 하지만 최소한 착한 부르주아지가 돼야죠.

JM: 물론이죠! 그게 가장 심각한 문제예요. 우리 부르주아지는 매우 후진적이고 자본주의적 부르주아지이지만, 전자본주의적 멘탈을 갖고 있고, 어쨌든 종속 부르주아지랍니다.

CG: 우루과이 문제로 돌아갑시다.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 BF는 교육이 핵심이라고 말했어요.

JM: 나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고 관찰자죠. 우리 우루과이인들은 여전히 오랜 딜레마에 매여 있어요. 통합적 인문교육에 초점을 맞출지 과학기술 교육에 중점을 둘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논쟁인데,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공통적이죠. 우리는 영국이 아니라 스페인의 후예니까요. 사실 우리는 인문교육에 중점을 뒀고 특수한 문화를 생산했어요. 만약 한 가족이 자식을 공업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면, 우리는 2류 학교에 간 걸로 해석했죠. 우리 교육전통은 수학, 물리, 화학, 물질적 생산과 연관된 기술을 강조하지 않았어요. 우리에게 시인, 작가, 언론인들이 풍부하고 아주 중요한 지적 자산이지만, 노동관련 전문화를 포기했어요.

CG: 과학교육이나 연구와 관련된 분야죠.

JM: 그렇죠. 우리는 일종의 환상에 빠져 있었죠. 수학이나 물리학의 길이 철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믿었죠. 현실과 부딪히게 된 거죠.

CG: 사실은 정반대죠.

JM: 맞아요! 고전 수학자들은 모두 철학자들이었잖아요?

CG: 피타고라스부터 그렇죠.

JM: 그래요. 하지만 우루과이 사람들에게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공업교육을 받기 위해 며칠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거든요. 등록률이 거의 40% 증가했지만, 요구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자원을 배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중간에 끼인 상태죠.

CG: 발전의 방향 아닌가요, 맞나요?

JM: 내가 정치세력의 지지를 못 받기 때문에 사상의 영역에서 전투 중이죠. 위안이 되는 건 그들이 내륙에 새로운 기술대학을 세우는 데 양보한 거죠.

CG: “그들이 양보했다”는 건 국회를 가리키는 건가요?

JM: 아뇨. 과거의 협상을 말하는 거예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의 정치적 동맹들도 분열돼 있어요. 최후의 심판 날까지 이 점을 그들에게 상기시킬 겁니다. 지금 예산을 심의하는 시기니까 우루과이 노동대학에 대한 독자적 예산 승인을 위해 투쟁할 겁니다. 만약 예산이 배정되면 독립성은 따라올 거예요. 교육이 기본적이지만, 다른 기초사항과 분리된 건 아닙니다. 만약 교육과 훈련을 시키는 데 이 나라를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내가 한 일이란 이 나라를 떠나도록 그들을 준비시키는 것밖에 없는 셈이죠. 달리 말해서 법만 제정하는 것이죠. 정치적 지도가 없는 교육, 정치적 방향이 없는 교육은 무의미해요. 대중교육을 통해 사회가 자연스럽게 번성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면, 그건 꿈이죠. 허풍이고 계급투쟁의 드라마를 회피하는 겁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CG: 이 나라의 물질적 토대,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죠.

JM: 정확히 그렇죠. 교육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라틴 아메리카는 외국으로 떠날 두뇌를 교육시키는 공장이었어요.

CG: 아르헨티나에서 최근 몇십년 동안 일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외국으로 떠났죠.

JM: 문제는 경제죠. 그들을 교육시킨 다음 기회를 제공하기 못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지불하는 급여의 1/4만 지급한다면, 사람들은 떠납니다!

CG: 당신의 정부 아래서 성취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더 잘 할 수 있었던 다른 것은 뭐죠?

JM: 우리가 사회기반시설에 뒤처져 있다고 믿어요. 우루과이의 경제는 상당히 성장했죠. 생산에선 그렇지만 기반시설은 아니죠. 부족한 항만, 부실한 통신방법, 교통낙후 등에 묶여 있고, 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건 범죄적이죠. 일을 제대로 해야 되는데. 수년간 문제였던 에너지는 해결했지만, 기반시설을 위한 투쟁은 여전히 계속할 필요가 있어요.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