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 치프라스는 이미 승리했다

긴축거부 시리자 지지하는 그리스 민중

6월 27일 그리스 좌파총리 치프라스는 채무단의 요구에 대한 국민투표를 전격 제안했다. 더불어 7월 5일 국민투표일까지 은행거래 중지, 1일 ATM 인출한도 제한 등 긴급조치를 선포했다. 국민투표는 그리스 민중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굴복해 트로이카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하고 트로이카에 맞설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치프라스의 파격적 제안은 유효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치프라스가 트로이카(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에 굴복할 것이라는 분석과 예상은 빗나갔다. 시리자 정부는 확고한 협상안 수용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10년 이래 그리스가 받았던 구제금융 2840억 달러 중에서 92%가 그리스와 유럽 금융기관으로 흘러들어간 반면, 8%만이 그리스 민중들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치프라스의 결단은 사실 너무나 상식적이고 간단하다.

지난 6월 25일에는 유럽 여러 도시에서 트로이카에 반대하고 그리스 민중과 연대하는 국제적 시위가 벌어졌다. 더블린에서는 그리스 지지 시위대가 아일랜드 EU 사무소를 점거했고, 협상이 열리던 브뤼셀에서도 노동조합과 사회운동, 좌파정당 활동가들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들은 트로이카가 시리자 정부의 유예기간 연장요구를 거부하면서 터져나왔다. 6월 20~26일 주간은 그리스와 연대하는 국제투쟁 주간이었다. Change4All이란 그룹이 전유럽 차원의 그리스 연대투쟁을 제안했고, 전대륙적으로 그리스의 긴축반대-부채탕감 투쟁을 지지했다.

6월 21일 브뤼셀에서는 Tout Autre Chose(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란 긴축반대 연대체가 주도한 시위에 5000명이 이상이 참여했고, 파리에서는 “그리스, 프랑스, 유럽: 긴축은 사람을 죽인다,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 함께 저항하자”는 기치 아래 1만여 명이 행진했다. 반그리스 선동의 중심지인 독일에서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 1만 명이 참석했다. 그 밖에도 런던과 더블린, 로마, 암스테르담 등 주요 도시와 작은 도시들에서도 그리스에 연대하는 시위와 행진들이 열렸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그리스 민중이 아니라 그리스 은행과 트로이카를 살렸다. 시리자 정부의 긴축거부, 국민투표 제안은 정당하다. 필요한 것은 혁명과 개혁의 말장난이 아니라 연대와 공동투쟁이다. 이미 치프라스는 승리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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